브리핑 마친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 연합뉴스황선홍 23세(U-23) 대표팀 감독이 한국 축구의 소방수를 맡게 됐다.
대한축구협회(KFA)는 27일 제3차 전력강화위원회를 마친 뒤 한국 축구 대표팀의 임시 사령탑으로 황 감독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황 감독은 당분간 A 대표팀과 U-23 대표팀을 겸직하게 됐다.
국내에서는 앞서 2차례 겸직 사례가 있었다. 허정무 감독이 1999년 1월부터 2000년 9월까지 A 대표팀과 시드니 올림픽을 이끌었고, 핌 베어백 감독이 2006년 7월부터 2007년 8월까지 A 대표팀과 도하 아시안게임 대표팀, 베이징 올림픽 대표팀(예선)을 지휘한 바 있다.
해외에서도 겸직 사례는 종종 있다. 베트남 감독을 맡았던 박항서 감독과 일본 대표팀의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 등도 A 대표팀과 U-23 대표팀을 겸임한 바 있다.
하지만 황 감독은 오롯이 U-23 대표팀에만 전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오는 4월 파리 올림픽 본선 진출권이 걸린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을 앞두고 있기 때문. A 대표팀 겸임은 황 감독에게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전력강화위는 황 감독의 겸임은 큰 무리가 없다고 판단했다. 정해성 협회 전력강화위원장은 "다른 나라에서도 필요한 경우 A 대표팀과 23세 대표팀을 겸임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황 감독은) 올림픽을 준비하는 협회 소속 지도자이고, 국제 경험과 아시아 축구에 대한 이해도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황 감독이) 파리올림픽 예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A 대표팀을 임시로 맡아도 무리가 없을지 다각도로 검토했다"면서 "본인이 일시적으로 2개 팀을 맡을 의향이 있고, 구상이 있다면 최우선으로 검토해야 할 후보라는 의견이 모아졌다"고 강조했다.
한국 축구는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 선임 후 크게 흔들리고 있다. 손흥민(토트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등 역대 최고 전력을 앞세워 64년 만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정상에 도전했지만 4강에서 탈락했다.
결국 클린스만 감독은 전술 부재, 선수단 관리 문제 등을 이유로 지난 16일 경질됐다. 지난해 3월 부임 후 1년도 채우지 못하고 한국을 떠나게 됐다.
체제가 무너진 가운데 황 감독이 모든 부담을 떠안게 됐다. 비록 3월 A매치 2경기만 맡을 예정이지만, 여기서 실패할 경우 비난을 피하기 힘들 전망이다. 이에 협회가 황 감독에게 책임을 전가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정 위원장은 "(황 감독은) 아시안게임에서 성적을 냈고, 1년 6개월 동안 팀을 꾸리며 충분히 능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면서 "황 감독에게 무리가 되지 않을까 염려했지만, 고민 끝에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이어 "부정적으로 생각하실 수 있지만 책임 전가는 아니다. 전력강화위원장으로서 전적으로 내가 책임을 지겠다"고 강조했다.
황 감독은 A대표팀을 이끌고 다음달 21일(홈)과 26일(원정) 열릴 태국과 2026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 3, 4차전을 연달아 치를 예정이다. 이후 협회는 5월 초까지 정식 감독을 선임할 계획이다.
현재 외국인 감독들도 한국 사령탑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위원장은 협회 인맥을 통해 외국인 감독들이 관심이 있다는 이메일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다음 회의 때 기준점을 잡고 그 부분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