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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캐피탈 기세 올렸다' 기적의 봄 배구 이끈 진순기 감독 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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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캐피탈 기세 올렸다' 기적의 봄 배구 이끈 진순기 감독 대행

    각오 밝히는 현대캐피탈 진순기 감독 대행. 연합뉴스각오 밝히는 현대캐피탈 진순기 감독 대행. 연합뉴스
    올 시즌 프로배구 남자부 정규 리그 순위 싸움이 '역대급'이라는 평가를 받는 데는 현대캐피탈의 몫도 크다.

    현대캐피탈은 6라운드에 돌입할 때 7팀 중 6위였다. 그러나 6경기에서 5승 1패로 라운드 1위를 기록했고, 최종 순위 4위에 오르며 봄 배구에 기적적으로 진출할 수 있었다.

    놀라운 것은 현대캐피탈의 극적인 봄 배구 진출을 이끈 사령탑이 정식 감독이 아니라는 점이다. 시즌 도중 급히 투입된 전력 분석관 출신 진순기 감독 대행이 일궈낸 성과다.

    진 대행은 18일 서울 청담 리베라 호텔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포스트 시즌(PS) 미디어 데이에 정장과 구두를 신고 참석했다. 미디어 데이에 이러한 복장으로 참석하리라고는 시즌 전엔 상상도 못 했을 터.

    진 대행 역시 "어색하다"며 낯선 듯한 미소를 지었다. 진 대행은 "12시즌 동안 팀에 있었는데 양복을 입고 이런 자리 올 거라곤 생각도 못 했다"면서 "얼떨떨하다"고 심정을 밝혔다. 이어 "상상도 해본 적이 없다"고도 덧붙였다. 진 대행은 "5~6년 만에 정장을 입어봤다"며 "구두를 오랜만에 신어 발뒤꿈치가 까졌다. 밴드까지 붙였다"고 웃었다.

    감독의 자격으로 행사에 참석하는 모습은 분명 어색했다. 그러나 진 대행이 이끈 현대캐피탈의 막판 기세는 어느 팀보다도 매서웠다.

    현대캐피탈은 지난해 말 '시즌 중 감독 경질'이라는 대형 악재를 겪었다. 9시즌 동안 팀을 이끌던 최태웅 감독을 경질한 것. 구단이 선택한 소방수는 진순기 전력 분석관이었다.

    후임 진 대행은 팀을 재정비하기 시작했다. 부임하자마자 5연승을 내달리며 분위기를 반전시키더니, 결국 불가능해 보였던 PS 진출까지 달성해 냈다.

    봄 배구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진 대행은 "PS에 대해 1라운드를 한다고 생각하려 한다"고 전했다. 그 이유에 대해선 "모두 이긴다면 6경기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현대캐피탈의 현재 기세가 어느 팀보다 좋다는 점도 봄 배구에서 분명한 장점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도 내놓았다. "봄 배구에서 중요한 것 기세"라는 것이다.

    진 대행은 "플레이오프(PO)에서 이기는 기세가 우승할 때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현재 선수들 표정이나 움직임에 '경기를 진다'는 생각 자체가 없다"고 알렸다. 그러면서 "기세가 좋은 상황에서 좋은 경기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KOVO 제공KOVO 제공
    선수들에 끊임없이 동기를 부여하고 있기도 하다. 진 대행은 5라운드에 돌입하기 전, 선수단에 남은 12경기에서 '10승 2패' 혹은 '승점 30'을 목표로 경기에 임하자고 요구했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수치화된 목표는 선수들을 자극했고, 결국 이 기간 현대캐피탈은 9승 3패를 기록했다. 진 대행은 이에 대해 "별 다른 얘긴 안 했다"면서도 "자랑스럽고 대견하고 고맙다고만 얘기했다"고 했다.

    또 전력 분석관 출신이지만 코트 위의 선수들과 교감하기 위해서도 노력한다. "분석은 분석이고 경기는 또 다른 영역"이라는 것이다. 진 대행은 "선수들과 호흡하고 같이 파이팅 하고 같이 좋아하는 게 우선"이라고 자신의 지도 방식을 설명했다.

    현대캐피탈은 오는 21일 경기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리는 OK금융그룹과 준PO 단판 승부를 벌인다. 이 경기에서 패하면 봄 배구도 그대로 종료된다.

    진 대행은 "범실을 줄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상대 에이스 레오에 대해 적극적으로 분석 중이라고도 알렸다. 진 대행은 "레오의 타점이 낮아지고 공격 코스가 단조로워지는 구간을 발견했다"며 "상대 수비에 따라 어느 쪽으로 공을 넣어야 상대의 시스템이 무너지는지를 많이 했다"고 전달했다.

    PS 결과가 어떻든 봄 배구가 끝나면 지도자로서 진 대행의 모습은 볼 수 없다. 현대캐피탈은 지난달 7일 "프랑스 출신 필립 블랑 감독을 다음 시즌부터 팀을 이끌 새로운 사령탑으로 선임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봄 배구에 가볍게 임할 생각은 없다. 진 대행은 "저에게 주어진 책임감, 임무를 완수하려 한다"며 "다를 건 없다. 같은 생각으로 임할 것"이라고 PS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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