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지성사 제공 20세기 프랑스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꼽히는 마르그리트 뒤라스(1914~1996)의 1930년대 프랑스령 인도차이나를 배경으로 한 소설 '부영사'. 이 작품은 철책 밖의 걸인 소녀, 철책 안의 부영사(외교관)와 프랑스 대사 부인 안-마리 스트레테르, 이들 세 인물의 이야기를 식민치하의 인도의 수도 캘커타에서 혼란하고 파편화된 모습으로 그려낸다.
짧은 문장과 느린 리듬의 행간, 동어 반복과 조각의 서사는 전형적인 뒤라스적 작품의 문체와 서술 형태를 보여준다.
"그가 여기서 해 뜨는 것을 바라보기는 처음이다. 저 멀리, 푸른 종려나무들. 갠지스 강가에는 문둥병자와 개들이 뒤섞여 이 도시에 첫번째 넓은 성벽을 만들고 있다. 기아로 죽는 사람들은 좀 더 멀리, 북쪽의 조밀한 밀집 지대에서 마지막 성벽을 만든다. 빛은 어슴푸레하다. 이 빛은 다른 어느 빛도 닮지 않았다. 끝도 없는 고통 속에서, 단위별로 도시가 깨어난다."
뒤라스가 직접 감독하고 칸 영화제 예술·비평 부문에서 수상(1975)한 영화 '인디아 송'의 원작소설이기도 하다.
이 작품의 세 주인공은 모두 나름의 고통스러운 과거를 지니며 삶의 모든 것을 재로 만드는, 그 고통이라는 화재 현장에서 빠져나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그들은 인도차이나라는 작품의 배경이자, 그 배경으로 상징되는 존재적·세계적 고통과 마주한다.
1985년 국내 처음 소개된 이 책은 오늘날에 맞게 번역을 고쳐 개정판으로 다시 출간했다.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 최윤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64쪽
교유서가 제공 "그런 마음으로 그들을 고래 모양의 우주선에 태워 우주로, 은하수로, 보내 주고 싶었다."
10년 전 진도 앞바다 거친 맹골수도에 가라앉은 세월호가 고래 우주선으로 돌아왔다. 작가는 10년 전의 기억에 머물지 않고 50년 후 먼 미래 행성 여행코스를 순항 중이던 우주선 폭발 참사 7년 후의 이야기를 소설로 그렸다.
예멘 혼혈소녀 신율, 57년 전 배 사고로 상처를 입은 70대 노인 라한, 우주선 해체 노동을 하는 파키스탄 노동자 옴 등 3명의 인물을 중심으로 서로의 상처를 보듬는다.
우주선에 숨어 사는 옴의 도움으로 신율은 폐우주선에 들어간다. 자식에 대한 그리움과 아픔을 이해하는 신율에게 외롭던 옴은 마음을 열고 친구가 된다. 옴은 신율의 언니를 위한 제사를 함께 지내고 아무도 귀기울이지 않는 신율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언니가 죽은 참사의 공간 우주선, 그곳에서 신율은 마음껏 그리워하고 슬퍼하고 위로받는다. 죽은 언니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로 그제야 살아 있음을 느낀다.
참사의 기억을 안고 사회에서 고립되어 살고 있는 라한과 신율에게 숨을 불어넣어주고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한 것은 아무런 편견 없이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 외국인 노동자 옴이다. 작품 말미에 그리는 언니와 신율, 라한과 옴 그리고 옴의 가족이 고래를 닮은 우주선을 타고 하늘로 날아오르는 장면은 넋을 달래는 씻김굿처럼 저곳과 이곳에 있는 모든 이들의 상처를 위로한다.
박지음 지음 | 교유서가 | 23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