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이하우스 제공 '아일랜드 쌍둥이'는 언론계와 학자 출신으로 2002년 '현대시문학' 신인상을 수상한 홍숙영 교수가 7년에 걸쳐 탈고한 첫 장편소설이다.
아일랜드 쌍둥이는 같은 해 다른 날에 태어난 형제를 이르는 말이다. 피임을 하지 않는 아일랜드계 가톨릭 이민자 가정을 조롱하는 데서 출발한 속어다. 한국계 미국인, 흑인, 한국인 등 다양한 정체성을 지닌 주인공들은 미국 남부 가상의 주에 모여 이야기를 엮어나간다.
미국 남부의 한 도시, 한국 이민자 아버지와 미국 선주민의 혈통을 이어받은 어머니 사이에서 아일랜드 쌍둥이로 태어난 두 형제 재이와 존(종현)은 우애가 깊었다. 하지만 형 재이가 병을 앓고 가족의 관심이 오롯이 형에게 쏠린다. 형의 죽음 이후 존은 형을 좋아하던 여성 리사와 교제하고 군인의 길을 택하는 등 마치 형을 대신하는 삶을 산다.
저자는 미국의 총기 사건, 동일본대지진의 후유증과 방사선 피폭에 대한 두려움, 자신의 불확실한 미래와 정체성을 둘러싼 갈등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국적과 인종을 초월한 젊은 세대의 불안과 깊게 연결시킨다.
소설가 반수연은 "인종도 환경도 성격도 취향도 다른 이들이 납작하게 밀폐됐던 상처를 펼치며 그 정면과 이면을 만나는 과정을 섬세하고도 단단한 치유의 언어로 담아냈다"고 평했다.
홍숙영 지음 | 클레이하우스 | 256쪽
문학동네 제공 소설가 최민우가 두번째 소설집 '힘내는 맛'을 출간했다.
일곱 편의 소설에는 공통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영업사원, 번역가, 계약직 사원, 자유기고가, 연구원 등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는 이들은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코로나 때문에 직장에서 무급휴가를 당하거나(변함없는 기분) 힘께 일하던 후배가 그만두는 바람에 마음에 동요일 겪거나(가을의 곡선) 출장지에서 일어난 해프닝에 곤란해 하는(힘내는 맛), 우리에게 익숙한 인물들이다.
첫번째 소설 '우주의 먼지'는 영업사원 한철이 우연히 연극을 배우면서 시작된다. 거래처 직원으로부터 표정이 딱딱하다는 지적을 받은 한철은 그걸 고치기 위해 연극을 배우게 되고, 뜻밖에 연극 수업을 받는 동안 그간 경험해보지 못했던 행복을 느낀다. 평소 회사 일과 가족에 얽매여 살아온 한철은 연극을 하며 무대 위에는 자신뿐임을 인식하고 비로소 자유롭다는 감정을 느낀다. 그는 연극의 세계로 들어가기 위해 직장을 그만둘 결심까지 한다. 하지만 공연장에 가족들이 찾아오면서 그의 꿈은 산산히 부서진다.
표제작 '힘내는 맛' 역시 가족이라는 족쇄를 달고 사는 인물이다. 경완은 인문연구소에서 근무하며 자신의 동료이자 연인인 상아와 함께 유학을 가려는 꿈에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유학 자금으로 모아둔 돈을 형을 돕는 데 써야 한다고 다그치는 부모님 탓에 좌절한다. 유학도 포기하고 상아와도 멀어진 뒤 출장길에 오르는데, 결국 스스로의 의지에 관계없이 끌려다닐 수밖에 없는 자신의 모습을 자조한다.
저자는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통해 평범하지만 꿈을 꾸고 열심히 살아왔던 우리의 모습들을 발견하게 한다. 억눌린 감정과 세상의 부침에 때론 좌절하고 익숙해질 때 즈음 깨진 것을 감추기보다 더 돋보이게 하자고 한다.
극복의 언어와는 결이 다르다. 세상이 으레 정한 규칙이 맞다고, 때론 예의껏 해야 한다고 말하는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지자고 다독인다. 험한 세상에 정해진 답을 찾아가기보다 감정을 있는 그대로 느껴도 괜찮고 회피해도 괜찮다고, 어떤 방법으로든 자신의 만족하는 답이라고, 자신이 좋다고 생각하는 길로 가볼 것을 권하는 소설이다.
최민우 지음 | 문학동네 | 248쪽
문학수첩 제공 장르를 비틀어 고전적 공포를 독창적으로 해석하는 작가 제이슨 르쿨락의 시작 미스터리 스릴러 '히든 픽처스'가 출간됐다.
'히든 픽처스'는 기이하고 충격적인 비밀을 간직한 어린 소년과 부모, 그리고 보모로 일하는 젊은 여성을 둘러싼 초자연적인 스릴러다. 오싹하지만 감동을 주는 미스터리가 보는 이를 사로잡는다.
이야기는 중독자 재활원에서 갓 나온 청년 맬러리가 부유한 교외 가정에서 보모 일을 얻어 다섯 살 난 남자아이 테디를 돌보게 되면서 시작된다. 새롭고 따뜻한 환경에서 맬러리는 마약에서 완전히 벗어난 안정감을 찾아가지만 테디가 상상 속의 친구 애냐의 충격적인 그림을 그리면서 상황은 급변한다. 서툴지만 아이가 그린 그림 속의 여자가 시체 상태로 끌려가는 모습이 그려지고 그림은 점점 더 정교하고 끔찍해져 간다.
평온하고 완벽한 중산층 가정으로만 생각했던 맬러리에게 숨막히는 비밀이 긴장감 높게 다가오면서 끔찍한 그림이 말하려는 진실도 궁금해진다. 독자들은 맬러리가 된 듯, 탐정이 된 듯 저자가 깔아놓은 장치와 창의적인 단서들을 따라가며 서스펜스를 경험할 수 있다.
제이슨 르쿨락 지음 | 유소영 옮김 | 문학수첩 | 43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