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 그룹의 800만 달러 대북송금 공모 및 억대 뇌물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1심 선고 재판이 열린 7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 앞에서 이 전 부지사 측 김현철 변호사가 재판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쌍방울그룹으로부터 뇌물을 받고 북한에 800만 달러를 전달하게 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1심에서 징역 9년 6월을 선고받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제3자 뇌물' 혐의 입증을 가늠할 대북송금 의혹에 대해서도 대부분 유죄로 인정하는 등 재판부는 이 전 부지사의 모든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7일 수원지법 형사11부(신진우 부장판사)는 이 전 부지사에 대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뇌물 및 외국환거래법 위반, 증거인멸교사 등 혐의로 징역 8년과 벌금 2억 5천만원 및 추징금 3억 2500만원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 6월을 선고하는 등 총 징역 9년 6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대북사업을 총괄하는 평화부지사로서 쌍방울로부터 1년 7개월 동안 법인카드 등을 지급받아 사용하고, 2억 1천만원에 해당하는 정치자금도 제공받았다"라며 "상당한 정치활동을 한 고위공무원으로서 장기간 뇌물을 받으면서도 아무런 문제의식이 없었다"라고 판시했다.
검찰은 대북정책을 총괄하는 위치에 있던 이 전 부지사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민간기업인 쌍방울로부터 금품을 받았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이 전 부지사는 자신이 사용하지도 않은 법인카드 내역까지 검찰이 덮어씌웠다고 반박해왔는데, 재판부가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이재명 대표와의 관련성 여부로 주목받았던 대북송금 의혹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유죄로 판단했다. 검찰이 기소한 금액은 경기도 스마트팜 비용 500만 달러, 이 대표의 방북비용 명목 300만 달러였는데 재판부는 이 금액에서 각각 164만 달러와 230만 달러로 축소하는 등 총 394만 달러만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경기도 스마트팜 비용을 대납할 목적으로 쌍방울 임직원들을 동원해 164만 달러를 국외로 불법 수출했다"라며 "당시 이재명 경기지사의 방북 비용을 대납할 목적으로 쌍방울 임직원을 동원해 230만 달러를 북한에 보냈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외국환거래법 중 일부 혐의에 대해선 무죄로 봤다. 스마트팜 비용에 대해 재판부는 "환치기 방법으로 180만 위안을 국외로 수출했다는 부분은 지급수단 휴대수출행위로 볼 수 없어 무죄"라며 "(이 대표 방북비용 역시)70만 달러를 혐의 금액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9월 검찰은 백현동 특혜 의혹과 묶어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이 대표와 이 전 부지사는 김 전 회장에게 스마트팜 비용 500만 달러와 방북비용 300만 달러 대납을 요구했다"며 "그 대가로 경기도 차원에서 쌍방울의 대북사업을 보증해주기로 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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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이 전 부지사 측은 대북송금을 쌍방울의 주가조작 사건으로 규정했다. 이 전 부지사 측은 "쌍방울이 주가 상승이나 기업 확장 등을 위해 자체적으로 벌인 것"이라며 "검찰이 이 대표를 공격하기 위해 악의적으로 조작했다"라고 밝혔다.
일부 무죄 판단이 나오긴 했지만, 재판부는 사실상 모든 혐의에 대해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선고 뒤 이 전 부지사 측은 판결을 내린 재판부를 비판했다. 김현철 변호사는 재판이 끝난 뒤 "수원지법이 검찰의 친화적인 진행으로 봐서 이런 결과를 예상했다"라며 "막상 이런 결과를 받으니 대단히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이 전 부지사는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2019년 1월과 4월 경기도를 대신해 북한에 스마트팜 조성 지원비용 500만 달러, 같은해 7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의 방북을 위한 거마비 300만 달러 등 총 800만 달러를 보내는 데 관여한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로 구속 기소됐다.
그는 2018년 7월부터 2022년 7월까지 쌍방울로부터 법인카드와 법인차량(3대)을 제공받는 등 2억 5900만원의 뇌물(정치자금 3억 3400만원)을 받은 혐의도 있다. 또 2021년 10월 당시 언론에서 자신에 대한 쌍방울 법인카드 의혹 관련 취재가 시작되자 김 전 회장에게 카드 사용내역 등 관련 자료를 삭제해달라고 요청한 혐의(증거인멸교사)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