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림 책임연구원우리사회에서 저출산, 고령화, 지방 인구위기(지방소멸) 등 인구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사회적·대중적 관심과 위기인식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그만큼 우리의 인구에 대한 이해나 논의 수준도 높아졌을까?
언론기사나 정부 출간물을 보면 'UN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 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라는 표현은 이제 거의 상식이 되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UN은 그러한 기준을 세운 적이 없다.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만 통용되는 개념이다. 일본에서 유학한 비인구학 분야 전공자들이 일본에서의 왜곡된 개념을 그대로 전하면서 생긴 해프닝이다. 이것은 우리사회 인구에 대한 논의가 얼마나 비전문가들에 의해 이루어졌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 시각으로 우리 인구 문제를 이해하려는 노력도 많지 않았다.
'비혼출산' 증가를 우리나라 저출산 대책으로 제안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필자는 비혼 출산의 권리를 강하게 지지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에는 비혼커플의 출산율이 혼인부부보다 더 높을 것이라는 오해가 깔려있다. 이 오해는 비혼출산 비율이 높은 국가들에서 합계출산율이 더 높게 나타나는 것을 '비혼커플의 더 높은 출산율 때문'이라고 단언한 어느 전문가의 발표에서 시작되었다. 이 분은 출산율 계산을 기혼부부 출산율과 비혼커플 출산율로 나누어 생각했는데, 합계출산율 계산에서는 혼인상태와 상관없이 모든 여성을 분모로 한다. 그냥 합계출산율 계산 방식을 잘 몰라서 생긴 좀 어이없는 해프닝이었다. 하지만 이 잘못된 주장은 이미 우리사회에 널리 퍼져 있다.
지난 4월에 태어난 아이 수가 전연도 동월(203년 4월) 대비 오랜만에 증가했다는 통계청 발표가 있었다. 우리나라 대표 '인구전문가'로 알려진 어떤 분께서는 이 오랜만의 출생아 증가는 'M세대와는 다른 Z세대의 출산 인식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였다. 지난 3월까지는 M세대 출산이었고, 4월부터는 Z세대의 출산이란 말인가? 그럼, 이제 출산 세대가 Z세대로 바뀌었으니 앞으로 출생아 수는 계속 증가한다는 말일까? 세대와 코호트(cohort, 동년배 집단)의 인구학적 행동을 분석한 적이 있는 '인구전문가'라면 이렇게 조금만 생각해봐도 틀린 점이 드러나는 그러한 주장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인구감소가 그리 나쁜 것이 아니라는 주장도 종종 볼 수 있다. 그러면서 인구를 늘리려는 정부의 저출산 정책은 잘못되었다고 주장한다. 사회적 책임이 있는 전문가와 셀럽들에게서도 많이 나오는 이야기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인구는 그냥 쪼그라드는 것이 아니다. 저출산이 누적되어 고령화가 심화되고, 그러면서 노인인구가 많아지면서 사망자 건수가 늘어나고 새로 태어나는 아이의 수가 감소하면서, 우리나라의 인구가 감소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의 인구감소는 고령화의 한 현상이다. '인구감소가 나쁜 것이 아니다'라는 주장은 우리 사회가 당면할 심각한 고령화의 문제를 모르고 하는 말이다. 그냥 우리나라 인구감소가 어떠한 과정으로 일어나는지 이해하지 못해 나오는 오해에 불과하다.
인구에 대한 올바른 지식은 매우 중요하다. 그래야 우리의 인구현상을 바른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고, 그래야 우리 인구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더 고도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구에 대한 잘못된 이해를 바탕으로 올바른 사회적 논의와 해결책 모색을 얻을 수는 없다. 그래서 언론과 정부, 그리고 우리 사회 모두의 주의가 필요하다. 비전문가적 주장 심지어 유사 인구학자들의 잘못된 주장들을 걸러낼 수 있는 인구에 대한 이해가 높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