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단 제공 국립극단이 오는 8~9월 '2024 기획초청 Pick크닉'을 처음 선보인다.
'기획초청 Pick크닉'은 민간극단에 공연 제작비를 지원하고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의 공연장 제반 시설과 무대 사용을 제공한다. 국립의 역할로서 한국을 대표할 공연 레퍼토리의 성장을 돕고 연극계를 비롯해 민간 공연계, 문화예술계와 호흡을 같이한다는 의의다.
이번 여름을 시작으로 앞으로 3년간 여름, 겨울 시즌 동안 이어진다. 올해는 음악극 '통속소설이 머 어때서?!'(8월 18~25일), '배소고지 이야기; 기억의 연못'(8월 31일~9월 8일), 이자람 판소리 '노인과 바다'(9월 13~14일)를 공연한다. 각각 대중소설, 구술문학, 판소리에 근간을 둔 이들 작품은 번뜩이는 재치가 빛나는 찰진 우리말의 맛을 느낄 수 있다.
'통속소설이 머 어때서?!'는 1930년대 스스로를 '통속소설 작가'로 칭하며 대중들로부터 인기를 얻은 소설가 김말봉의 생애와 그의 소설 '고행', '찔레꽃', '화려한 지옥'을 만담 형식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남성 중심의 근현대 문화예술사에서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일궈낸 여류작가 김말봉을 최초로 조명한다.
'배소고지 이야기; 기억의 연못'은 극작가 진주가 한국전쟁 당시 전북 임실군 옥정호 인근 배소고지에서 벌어진 양민 학살 생존자 200여 명의 구술기록을 토대로 창작한 작품이다. 역사의 전면에서 소외된 여성의 목소리로 전쟁을 복기했다는 점에서 기존 전쟁극과 차별화된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아직 끝나지 않는 전쟁'을 보여주는 작품은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야만 했던 그 시절의 삶과 선택을 3명의 여성 주인공과 코러스 앙상블로 풀어낸다.
이자람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재창작한 동명의 판소리를 노래한다. '노인과 바다'는 스스로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대본과 작창을 만들고 싶다는 의지로 이자람이 직접 원작의 각색에 참여했다. 바다 위의 사투를 표현한 이자람의 강단 있는 목소리가 관객을 압도한다. 대전 무형유산 판소리 고법의 박근영이 고수로 이자람과 호흡을 맞춘다.
박정희 국립극단 예술감독은 "공연은 아무리 잘 만들어도 관객을 만나지 못하면 그 생명력을 잃는다"며 "뛰어난 작품들이 잠시 반짝였다 사라지지 않도록, 더 많은 관객 앞에서 그리고 더 많은 무대 위에서 계속 숨 쉴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국립극단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