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영배 큐텐 대표. 연합뉴스티몬·위메프가 대규모 지급 불능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면서 이들의 모기업 큐텐의 구영배 대표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 큐텐의 과도한 몸집 키우기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구 대표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피해자들의 불안감도 커져가고 있다.
구 대표는 한국 이커머스 1세대 경영인으로 G마켓 성공신화의 주인공으로 꼽혔다. 그는 2003년 인터파크에서 근무하며 사내 벤처 형태로 G마켓을 창업했고 2009년 G마켓을 3억 5천만달러(약 4500억원)에 이베이에 매각했다.
구 대표는 당시 G마켓을 이베이에 넘기면서 10년간 계약상 영업상 경쟁 금지 조약을 맺으면서 2010년 한국이 아닌 싱가포르에 큐텐을 설립했다. 그리고 10년이 지나 2019년 큐텐을 비롯해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의 한국 법인을 만들고 국내 사업을 재개했다.
이후 지분 교환방식으로 티몬, 위메트 등을 인수했다. 또 올해에는 AK몰 등을 인수하며 몸집을 키워왔다. 이들 기업들도 인수될 당시에도 갚아야 할 빚이 자본보다 많은 '자본잠식' 상태였다.
여기에 더해 미국 기반의 글로벌 쇼핑플랫폼 위시를 인수하면서 티몬·위메프 자금까지 끌어 쓰면서 유동성이 악화했다. 자금사정이 좋지 않았지만 과도하게 체급 불리기에만 집중하면서 이번 사태가 발생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환불 지연·거절 등으로 피해를 입는 소비자뿐 아니라 거액의 대금이 물린 중소 업체와 소상공인 등 줄도산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이들 대부분인 중소 판매자라는 점도 문제다.
사태 해결을 위해선 티몬과 위메프에 긴급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데 티몬 위메프는 물론이고 큐텐의 자금 상황도 좋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 이후 본사 건물을 폐쇄했던 티몬이 피해자들의 현장 점거에 현장 환불 접수를 시작한 가운데 26일 오전 서울 강남구 신사동 티몬 신사옥에 피해자들이 환불 접수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이 때문에 이 사태의 장본인인 구 대표가 전면에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당장 구 대표가 대국민 사과나 추가 대응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는 등 불안감이라도 잠재워야 한다는 요구가 쏟아지고 있다. 사모펀드·벤처캐피탈·금융권 등을 통해 자금을 수혈하지 못하면 구 대표의 사재를 털어서라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사태가 확산되고 있는 26일 오후까지도 구 대표의 행방은 묘연하다.
류화현 위메프 대표는 전날 "구영배 대표도 싱가포르에서 입국해 발로 뛰고 있다"며 "공식적으로 확정 된 것은 아니지만 구 대표가 (입장 발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 대표는 그 이후로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구 대표가 회사 관계자들은 물론 금융당국과도 연락이 닿지 않는 다는 설도 나오고 있어 구 대표의 행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