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채 상병 순직 1주기인 19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 마련된 '채 상병 1주기 추모 시민분향소'에서 한 시민이 고(故) 채수근 상병의 명복을 빌며 추모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글 싣는 순서 |
①채상병 어머니 편지 "아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②채상병을 그리워하는 이들, 우리 사회에 묻다 ③"예람이 스케치북이 증거잖아요!" 3년간 관사 짐에 있었다 ④윤일병 어머니 "아들 떠나보낸 10년, 군은 바뀌지 않아" ⑤홍일병 어머니 "살릴 기회 3번 있었는데…제가 무능한 부모예요" ⑥군의관 아들의 죽음, 7년간 싸운 장로 "하늘도 원망했어요" ⑦묻혔던 채상병들, 1860건을 기록하다[인터렉티브] ⑧부사관 죽음이 부모 이혼 때문이라니…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진실들 ⑨미순직 군인 3만8천명…"억울한 죽음 방치 안 돼, 합당한 예우를" ⑩군에서 자식을 잃은 부모는 차별에 두 번 상처받는다 ⑪채상병 어머니 "해병대 전 1사단장 처벌 바란다" ⑫안규백 "은폐·조작 얼룩 군사망사고, 객관적 시각 필요" ⑬"스케이트 즐기다 죽지 않았다" 하사의 고백, 국방장관님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⑭"○○엄마예요. 눈물이 납니다"…'묻혔던 채상병들' 취재담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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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지환> 해병대 채수근 상병이 별이된 지 1년이 지났습니다. 꿈 많은 청년의 삶이 마감되고 유족은 통한의 세월이 시작됩니다. 남은 이가 겪는 아픔을 치유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왜, 어떻게 죽었는지를 명확하게 밝히는 일입니다. 전북CBS에서는 이달 초부터 채상병처럼 자식을 군에서 일은 유족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누구도 말하지 않았던 1860건의 죽음을 기록했습니다. 이를 기획한 전북CBS 남승현 기자와 대화 나누겠습니다.
◆ 남승현> 안녕하세요.
◇ 박지환> 남승현 기자, 쉽지 않았을 텐데 1860건의 죽음을 기록했어요.
◆ 남승현>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가 5년간 조사한 1860건에 대한 사건 결정문을 입수해서 이를 하나하나 정리를 했고요, 인터렉티브 페이지에 옮겼습니다. 이미지를 누르면 누가 어떻게 죽었는지에 대한 정보가 나오게 됩니다. 노컷뉴스 홈페이지 기획 카테고리로 들어오시면 보실 수 있습니다.
◇ 박지환> 어떤 의미로 시작한 걸까요.
◆ 남승현> 채수근 상병이 전북 남원 출신입니다. 전북에서 유족과 주변인들을 취재하다 보니 채상병처럼 억울하게 죽은 군인, 그리고 유족들은 얼마나 많겠냐는 의문과 이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봐야겠다고 생각했고요. 그동안 군 내부에서 발생한 억울한 죽음이 산처럼 쌓였는데도 우리는 이들이 누구인지, 어떻게 죽었는지 알기가 매우 어려운데요. 죽음 이후 재조사된 1860건에 대한 순직 군인들의 명예를 회복하고 유족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는 역할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기획을 준비했습니다.
◇ 박지환> 묻혔던 죽음들을 소개해 주시죠.
◆ 남승현> 전쟁 중에 사망한 경우도 있지만 복무 중 집단생활로 인해 폐결핵에 감염되거나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장염에 걸려 사망하기도 했습니다. 군 복무와 관련이 있거나 군에 책임이 있는 자해 사망도 상당합니다
◇ 박지환> 이게 다 제대로 규명되지 못했던 군인들이었던 거죠?
◆ 남승현> 네 그렇습니다. 이런 것도 있어요 '부모 이혼으로 인한 가정불화'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던 정모 하사가 있었는데요. 알고 보니 부당한 보직을 맡게 되면서 겪은 부담감이 결정적인 사인으로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 박지환> 개인의 책임으로 몰아간거군요.
◆ 남승현> 네 정 하사의 부모 입장에서 생각하면 억장이 무너지는 거예요. 자식이 죽은 원인이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있다는 판단을 군이 내린거니까요. 부모는 스스로를 자책하며 눈물로 사셨어요. 1860건의 기록을 쭉 보니까. 대체로 이런 표현들이 자주 보입니다. 군생활 부적응, 원만하지 않은 이성관계, 가정불화 , 생계걱정, 내재된 우울증 등이거든요.
◇ 박지환> 참 안타깝네요.
◆ 남승현> 가장 많았던 건 병력관리 소홀이었습니다. 대체로 지휘관과 간부의 관리 소홀로 병사가 사망한 경우가 많았고요. 또 구타, 가혹행위로 인해 죽은 군인도 많았습니다. 차수기합, 내리갈굼이 마치 통과의례로 받아들이기도 했어요.
◇ 박지환> 다 군 내부의 문제였어요.
◆ 남승현> 네 협박, 욕설, 폭언도 많거든요. 그러니까 폭행을 당하거나 욕을 들었을 때 병사들은 끝내 삶을 견디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던 건데요. 그럼 군은 왜 군인이 왜 죽었을까를 조사해보면 이런저런 부대 내 부조리들을 덮고 개인사로 돌리는 경우들이 많았다는 거죠.
인터렉티브 페이지. 전북CBS◇ 박지환> 1860건, 이건 조사가 완료된 거잖아요. 또 있습니까.
◆ 남승현> 지금 미순직 군인이 3만 8천 명에 달하거든요. 이분들 중에는 상당수가 조사를 하면 군 내부의 문제로 돌아가셨을 것으로 추정되는 케이스들이 많다는 겁니다. 문제는 국방부가 지금 조사를 담당하는데, 쉽지가 않아요
◇ 박지환> 쉽지가 않다?
◆ 남승현> 주로 유족의 진정으로 시작되거든요. 그런데 보통 젊은 시절 결혼하기 전에 입대해 복무하다 사망한 경우는 자녀가 없고, 시간이 지나면 부모나 형제 자매도 생존하지 않은 경우는 어떻게 하느냐는 거예요.
◇ 박지환> 결국 국가 주도의 일괄조사가 필요하다는 거군요.
◆ 남승현> 네 유족의 진정이 있냐 없냐에 따라서 진상조사가 좌우돼서는 안 될텐데요. 또 하나는 군이 이 조사를 하게 될 경우 신뢰성에도 문제가 됩니다. 군이 과거에 잘못한 것을 스스로 밝혀서 억울한 죽음에 대한 명예 회복을 할 수 있겠느냐는 거예요. 그래서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와 같은 기관이 한시적으로 운영이 됐었던 건데요. 전문가들은 독립된 기관에 의한 일괄조사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 박지환> 기사 이후에 제보가 들어온다고요
◆ 남승현> 네 경기도에 살고 있는 김태균 씨가 직접 전화를 주셨어요. 1979년과 1980년 겨울에 강원도 홍천에서 하사로 복무했는데 동계체력장 관리 병사 2명이 물에 빠져 숨졌다는 겁니다. 직접 화장까지 했는데 당시에 유족들에게는 무단이탈해서 스케이트 타다가 죽었다고 허위로 보고했다는 증언입니다.
◇ 박지환> 40년도 훌쩍 넘었네요.
◆ 남승현> 네 부모님이 지금 살아 계시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지금도 아들이 죽은 이유를 잘못 알고 있는 거잖아요. 이런 분들은 유족들은 진정을 제기할 수도 없으니 참 안타까운 죽음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순직 군인 부모 왼쪽부터 이득희, 안미자, 박미숙, 이주완 씨.◇ 박지환> 남 기자, 기획을 하면서 유족들을 많이 만났어요. 느낌이 어땠습니까.
◆ 남승현> 이예람 중사, 윤승주 일병, 홍정기 일병, 이용민 중위 모두 군에서 안타깝게 숨졌고, 진상규명이 제대로 되지 못한 군인들입니다. 이들의 가족들을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듣고 생생한 경험담을 취재했습니다. 모두가 군을 믿지 못하고 있었거든요. 이들의 목소리를 한번 들어보시죠
[인서트]
이예람 중사 아버지 이주완 씨 "예람이 사건이 뭐냐면 공군의 군사 경찰의 초동 수사 부실. 자기 멋대로 갈라서 수사를 하고 그거를 은폐를 했단 말이에요 만연하게 되었던…"
윤승주 일병 어머니 안미자 씨 "말로는 우리 편인 것처럼 진짜 깜빡 속은 거예요. 수사기록을 보여달라고 하면 '정리되면 보여드릴 거예요'라고 하더니 안 보여주더라고요. 앞장서서 간다는 게 굉장히 힘들잖아요."
홍정기 일병 어머니 박미숙 씨 "지금까지 군이 꼬리 자르듯이 밑에서 하다 보니 덮고 덮고 군 사건들이 군이 신뢰를 못 받고 유족들이 불만을 쌓이는 게 아닌가. 그래서 명확한 원인을 제공한 사람은 처벌이 되어야 하겠구나 그래야만 생명체를 귀하게 여기고 부대에서 더 신중하게 바라봐 주지 않나 요즘 생각이 들어요."
◇ 박지환> 자식을 잃은 부모의 마음을 어떻게 다 공감하겠습니까. 가슴 속에 깊은 응어리가 느껴집니다.
◆ 남승현> 저희가 기획기사 중에 채상병 어머니의 편지를 단독 보도했습니다.
◇ 박지환> 임성근 해병대 전 1사단장이 처벌되기를 바란다는 대목이 주목됐었죠.
◆ 남승현> 네 그 안에 담긴 내용을 보면 "군은 상명하복에 움직이는 것을 언제까지 부하 지휘관들에게 책임 전가만 하고 본인은 수변 수색 지시했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회피만 하려고 하는 모습에 분노와 화가 치밀어 올라 견딜 수가 없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채수근 상병이 살아 있었다면 다음 주면 전역일이었을텐데요 하루라도 빨리 진상규명을 바라는 어머니의 절절한 글이 깊은 울림을 줍니다.
◇ 박지환> 추석연휴입니다. 가족들이 모여서 웃어야 하는 명절은 오히려 자식을 잃은 분들이 더 힘들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 남승현> 저희가 기록한 억울한 죽음이 1860건, 그리고 조사가 필요한 군인이 3만 8천명이라고 말씀드렸잖아요. 이건 군인 개개인에 해당하고, 어쩌면 가족들까지 생각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고통의 순간을 지금도 보내고 있는 거거든요. 기획 기사와 영상에 달린 댓글들을 보면 군에서 자식을 잃은 어머니, 삼촌을 비롯해서 대한민국 부모들이 가슴이 미어지고 목이 메어 온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군에서 자식을 잃은 부모가 어디 가서 하소연할 공간도 없거든요. 그나마 유족회라는 단체가 목소리를 들어주고 있기는 한데요. 채상병 가족들도 그렇고요. 국가가 억울하게 죽은 군인들의 명예회복은 물론 유족들을 위한 따뜻한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봅니다.
◇ 박지환> 네 지금까지 남승현 기자였습니다.
◆ 남승현> 감사합니다.
더 많은 이야기는 묻혔던 채상병들 콘텐츠(http://www.interactive-cbs.co.kr)에서 인터랙티브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휴대전화 카메라로 아래 QR 코드를 찍으면 인터랙티브 사이트로 연결됩니다. 유족들의 이야기는 전북CBS노컷뉴스 유튜브 채널(www.youtube.com/@cbs6933)을 통해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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