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3일 중국 상하이 국가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중국 국제관광교역회(국제여유교역회·CITM) 한국관 소비자 행사에 참석해 '푸바오 할아버지' 강철원 사육사,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에 출연한 '급식대가' 이미영 조리사와 한국 여행을 홍보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제공한중 문화·관광장관이 중국 현지에서 만나 문화예술·콘텐츠 교류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최근 한중관계 개선 흐름 속에 열린 이번 양국 장관 회담을 계기로 2016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시작된 '한한령'(한류 금지령) 해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中 "양국 교류 정례화"…韓 "한중 합작하자"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에 따르면 유인촌 장관은 중국 정부의 초청으로 지난 21일부터 23일까지 '중국 국제여유교역회'에 참석하기 위해 중국 상하이를 방문했다. 유 장관은 23일에는 중국 문화여유부 쑨예리 부장(장관)과 만났다.
이번 회담은 중국의 한국인 비자 면제 발표로 양국 간 인적교류가 새로운 전기를 맞은 가운데 고무적인 분위기 속에서 열렸으며 두 사람은 양국 인적 교류와 문화예술·콘텐츠 교류 확대에 뜻을 모았다고 문체부는 전했다.
쑨 부장은 "이번 국제여유교역회 한국관에서 중국인이 한국관의 뷰티 체험 등을 하기 위해 길게 줄 서서 기다리는 모습 보면서 방한 관광에 대한 중국인들의 높은 관심을 실감했다"며 한중간 인적교류 확대에 기대감을 표했다.
쑨 부장은 특히 "콘텐츠 등 문화강국 한국의 성공 사례를 배우고 싶다고"며 △양국 문화·관광장관 회담과 부처 간 교류의 정례화 △박물관·미술관·도서관·극장 등 양국 문화기관과 예술단체 간 교류 △양국 기업 간 교류 심화 등을 제안했다.
이에 유 장관은 "앞으로 대중문화 분야에서 한중 합작 등을 통해 양국이 힘을 모은다면 세계 시장도 겨냥할 수 있다"라며 "중국 내 한국 영화 상영이나 공연 등이 활발해진다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위세 여전한 '한한령'…"단계적 벽 허물어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3일 중국 상하이 국가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중국 국제관광교역회(국제여유교역회·CITM) 한국관 소비자 행사에 참석해 '푸바오 할아버지' 강철원 사육사,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에 출연한 '급식대가' 이미영 조리사와 기념 촬영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제공이번 회담에서 중국 문화예술·콘텐츠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쑨 부장이 먼저 양국간 교류 확대를 제안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중국 당국은 사드 사태 이후 암묵적으로 한한령을 내려 한국 문화예술·콘텐츠의 중국 진출을 막아왔다.
이에따라 한국 문화예술인의 중국내 공연이나 방송 출연이 사실상 금지됐고, 한국 영화와 드라마 등 콘텐츠의 상영도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금지됐다. 특히, 지난 6월까지만 해도 한국 인디밴드의 소규모 베이징 공연조차 불허되는 등 한한령의 위세는 여전하다.
하지만 최근 양국간 고위급 교류가 재개되는 등 한중관계 개선 흐름이 본격화되면서 분위기가 바뀌는 모양새다. 대표적으로 중국 외교부는 지난 8일부터 한국을 무비자 대상국으로 지정했다. 이는 한중 수교 이후 처음 시행된 파격적인 조치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통해 경기활성화를 모색하고, 동시에 트럼프 2.0 시대를 맞아 우군 확보 필요성이 커지면서 중국이 우선적으로 한국에 손을 내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당장 한한령 해제까지는 어렵더라도 단계적으로 양국 문화예술·콘텐츠 분야 교류를 확대하며 자연스럽게 한한령의 벽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콘텐츠진흥원 윤호진 베이징센터장은 갑작스런 한한령 해제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하며 "한국 문화에 대해 우호적인 상하이나 청두, 관광도시 하이난을 일종의 특구로 지정해 K팝 공연을 추진하는 등 단계적인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