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전남)=황진환 기자제주항공 참사 여객기 블랙박스에 충돌 전 마지막 4분 기록이 저장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국내 운용 중인 사고기 동일 기종 101대 중 56대가 사고기와 마찬가지로 전력공급중단(셧다운)에 대비한 '보조 배터리'를 장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안태준 의원실이 국토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6개 항공사가 운용하는 보잉 737-800 기종 총 101대 중 56대가 비상시 조종실음성기록장치(CVR)에 전력을 공급할 보조전원장치(RIPS·Record Independent Power Supply)를 미장착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국토부는 참사 이튿날인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0일까지 국내 6개 항공사 운용 보잉 737-800 기종 총 101기의 랜딩기어와 엔진 등 주요 계통별 정비 이력 및 정비절차 준수 등을 점검한 바 있다.
특히 제주항공은 사고기를 포함해 총 39대 중 20대가, 티웨이항공은 27대 중 23대가 미장착 상태였다.
진에어는 19대 중 5대, 이스타항공 10대 중 4대, 에어인천은 보유한 4대 모두 미장착했다.
대한항공은 보유한 2대 모두 장착하고 있었다.
이 같은 내용은 이날 오전 국회 국토위 전체회의 '12.29 여객기 참사 관련 현안보고'에서도 지적됐다.
국토부 주종완 항공정책실장은 항공기 큰 사고가 났는데 블랙박스에 저장이 안 된 사례는 "매우 드문 케이스로 알고 있다"며 전원 셧다운 추정에 동의했다.
이어 주 실장은 "2018년 이전 제작된 항공기는 보조전력장치를 미장착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추가로 장착이 가능한지는 전문가들과 기술적 검토에 착수해 보겠다"고 설명했다.
보조전력장치 장착은 미국에서도 2010년 연방항공규정 개정이 이뤄지며 의무화됐고, 국내 규정은 2018년 1월 1일부터 도입됐다.
다만 이미 장착하지 않는 것으로 설계·제조된 항공기에도 추가 장착이 가능한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는 게 국토부 입장이다.
박상우 장관은 "항공기 안에 회로 같은 게 복잡해서, 처음부터 설계됐으면 문제없지만 뒤에 보조배터리를 다는 게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전문가 의견을 들어보겠단 취지"라며 "추가로 다는 게 기술적으로 가능하고 그게 안전한지 전문가 검증을 받아보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토부는 현재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인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가 블랙박스 마지막 4분 기록 부재에도, 다른 여러 영상 자료와 부품 잔해에서 추출되는 자료들을 기반으로 철저하게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이번 사고 조사 관련해 국토부 입장은 소 잃었지만 외양간이라도 고치잔 각오"라며 "그 첫번째 시발이 투명하고 객관적이고 누구나 동의해주는 사고 조사에 있다"고 강조했다.
유가족과 조종사노동조합연맹 등의 조사 참여 요구에 대해선 "사고 조사의 단계마다 투명하게 정보를 공유할 생각이며 사조위가 그렇게 할 걸로 생각한다"면서 "또 정보를 전문가분들이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조사위원도 직·간접적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국제규정과 절차에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 특별법을 잘 조정해 달라"고 국회에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