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국회가 윤석열 정부에서 중단됐던 연금개혁 논의를 다시 시작한 가운데 보험료율·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모수개혁' 논의에 속도를 낼지 주목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23일 국회에서 국민연금법 개정안 입법 공청회를 개최했다. 앞서 복지위는 지난 14일 국민연금 관련 개정안들을 법안심사소위원회로 회부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보험료율을 현 9%에서 13%까지 단계적으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현 40%에서 45~50%까지 올리는 안들을 제시했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보험료율을 13%로 올리면서 연령별로 차등화하는 방안을 내놨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공청회를 시작으로 복지위에서 국민연금 모수개혁 논의 속도를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박주민 보건복지위원장은 지난 21일 "보험료율에 대해서는 여야 간 이견이 없는 상황이고, 보장성에 대해서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며 "복지위 차원에서 속도를 내면 (모수개혁은) 다음 달에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회 연금특위를 구성해 구조개혁을 함께 논의하자고 맞섰다. 연금개혁은 제도별로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금융위원회 등 담당 부처가 다양해 복지위 상임위에서 논의하기는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김미애 국민의힘 복지위 간사는 이날 "국민의힘은 개원 후 수차례 국회 차원의 특위 구성을 제안했다"며 "특위 논의를 주저하고 상임위 논의를 고집하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이라도 민주당이 특위 구성에 동의하면 즉시 가동해 개혁 논의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9월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2%에 세대별 보험료율 차등과 자동조정장치 도입 등이 담긴 안을 발표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이날 출입기자단 정례브리핑에서 "연금개혁과 관련해서는 정부가 지난해 단일안을 제출한 것으로 공식적인 역할은 마무리 된 상황"이라며 "국회 합의를 통해 개혁안 최종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공청회에서는 여야가 추천한 전문가들이 소득보장 강화, 재정안정 등을 주제로 발제했다.
주은선 경기대 사회복지전공 교수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을 통해 공적노후보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 교수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과 급여 수준은 국제비교 관점에서 최하위"라고 입을 뗐다.
한국은 평균임금소득자 공적연금 소득대체율이 31.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42.3%의 74% 수준에 그친다는 것이다. 공적연금 수준은 빈곤선(중위소득의 50%) 대비 20.8%에 불과해 국민연금 급여가 너무 낮다고 지적했다.
또 9차 국민노후보장패널조사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국 노인에게 필요한 최소생활비는 124만 2900원이었는데, 국민연금 평균 수급액은 39만 7700원에 불과해 최소생활비에도 84만 5200원이 부족하다고 짚었다.
주 교수는 "그 결과 한국 노인은 다른 나라 노인보다 더 많이 일하고 있으나 소득이 적다"며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 경제활동 참여율은 37.3%로 OECD 1위다. OECD 평균은 14.7%"라고 설명했다.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난해 국회에서 추진한 연금개혁 공론화에서도 소득 대체율을 올리고 보험료도 올리는 안이 선택됐다"며 "보장성강화안에 모든 연령대가 지지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연금개혁 공론화에서는 보장성강화안(소득대체율 50%-보험료율 13%안) 지지율이 56.0%로 재정안정화안(40%-12%안)의 42.6%보다 높았다.
이어 "실가입기간을 EU 평균인 36년으로 연장하고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면 국민연금 급여수준이 노후최소생활비를 넘기거나 노후최소생활비 및 빈곤선 모두를 넘길 수 있다"고 제언했다.
반면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재정안정 대 소득보장 프레임이 아닌 최소한의 제도를 유지할 수 있는 안을 말씀드린다"며 "나머지는 '미래세대 소득보장 파탄안'이라고 분류하겠다"며 거세게 비판했다.
그는 "연금연구회 추산에 따르면 2024년 국민연금의 미적립 부채가 1825조 원이 넘어 GDP 대비 83% 수준"이라며 "소득대체율 40%를 유지해도 2093년 383.9%가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고 보험료를 15%로 올렸을 때 2050년에 GDP 대비 미적립 부채 비율이 138.8%가 되고 2029년이 되면 467%까지 오른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노인 빈곤 문제를 해결하려면 당장 세금을 투입해서 리어카 끌고 폐지 줍는 노인들의 빈곤율을 낮출 수 있는 쪽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기초연금 대상자를 줄여서 절대 빈곤선에 속한 계층에 더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국민연금의 보장성을 강화하는 방안이 명목소득대체율 지급률을 올리는 방안만 있는 것은 아니다"며 "하위 계층의 기초연금을 두텁게 하고, 의무 가입 연령을 상향시키고, 크레딧을 대폭 강화하는 방법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득대체율 조정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보험료율 인상"이라며 "이번에 13%로 인상된다면 국민연금법 제정 이후 최초의 보험료 인상이다. 인상의 효과는 가입자에게만 적용되는 만큼 시급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