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난 우원식 국회의장. 국회의장실 제공중국을 방문중인 우원식 국회의장을 만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양국 문화교류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소위 '한한령'(한류 금지령) 해제 기대감이 다시금 커지고 있다.
다만, 과거에서 여러차례 시 주석이 직접 양국간 문화교류 확대를 공언했지만 한한령 해제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설익은 기대감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화개방' 요구에 시진핑 "문화교류 매력적, 열려있다"
시 주석은 7일 '2025 동계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중국 하얼빈에서 우 의장을 만나 양국 관계와 경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참석 등 현안에 대해 40여분간 대화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는 양국 문화교류에 대해서도 대화가 오갔는데 우 의장은 "문화 개방을 통해서 청년들이 서로 소통하고 우호감정을 갖는 것이 매우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 의장은 특히 "한국에서는 중국의 영화, 드라마, 게임 등 문화콘텐츠를 자유롭게 누리고 있는데, 중국에서는 한국 관련 문화콘텐츠를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한령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중국내에서 한국 대중가수 공연, 영화 상영, 드라마 방영이 막혀있는 상황을 언급하고 문화개방 필요성을 강조함으로서 애둘러 한한령 해제를 요구한 것.
이에 시 주석은 "문화교류는 양국교류의 굉장히 매력적인 부분으로 문제가 불거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면서 "우리는 좋은 문화교류에 대해 열려있고 각계각층의 한중간 교류가 더 잘 이루어질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우 의장이 언급한 '문화개방' 등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시 주석은 한중간 문화교류를 확대해 나가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양국 관계개선 바람타고 '다시' 한한령 해제 기대감
우원식 국회의장이 7일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시 타이양다오호텔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접견하고 있다. 국회의장실 제공중국 당국은 지난 2016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10여년째 이어지고 있는 '한한령'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우 의장도 한한령을 직접 언급하지 않은 이유이다.
한한령은 인정하지 않지만 앞서 우 의장이 지적한 것처럼 중국 당국은 한국 문화콘텐츠의 중국내 공식 유통을 허가하지 않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6월에는 한국 인디밴드의 소규모 공연조차 불허되는 등 한한령은 실재한다.
이런 상황에서 우 의장이 콕 집어 '문화개방'을 요구한데다 시 주석도 한중간 문화교류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밝힌 만큼 한한령 해제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금 일고 있다.
특히, 미중 갈등이 격화되면서 중국이 우군 확보를 위해 한국과 일본 등 그동안 불편한 관계를 이어오던 주변국과의 관계개선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 한한령 해제도 기대해 볼만 하다는 평가다.
실제 중국은 자국에 보다 적대적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이 예상되던 지난해 11월 초 사상 처음으로 한국을 무비자 대상국으로 지정하는 등 한국과의 관계개선에 공을 들이고 있다.
또, 같은달 양국 문화·관광장관 회담이 5년만에 베이징에서 열렸는데 쑨예리 문화여유부장(장관)은 이 자리에서 "콘텐츠 등 문화강국 한국의 성공 사례를 배우고 싶다"고 밝히는 등 실무차원의 협의도 이어지고 있다.
기대만 벌써 몇번째…"中 정치 상황 과거와 달라"
우원식 국회의장이 7일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시 타이양다오호텔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접견하고 있다. 국회의장실 제공그러나 과거에도 시 주석이 한국 대통령을 만나 여러차례 한중간 문화교류 확대를 언급한 적이 있다는 점에서 이번에도 '립서비스'에 그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시 주석은 지난 2022년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중 국민들간 인적·문화 교류에 개방적 자세를 갖고 있다"며 문화교류 확대 의사를 밝혔다.
이보다 앞서 2021년 1월에는 시 주석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전화통화를 갖고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아 2021년과 2022년을 '한중 문화교류의 해'로 선포하기도 했다.
한국 대통령을 상대로 시 주석이 직접 양국간 문화교류 확대를 공언했다는 점에서 이 때마다 한한령 해제 기대감이 커졌지만 실제 한한령 해제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이와함께 설사 관계개선 바람을 타고 한한령이 일부 완화되더라도 갈수록 통제가 강화되고 있는 중국내 정치적 상황을 고려할때 중국 당국이 과거와 같은 한류붐을 용인할지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에서 활동하는 한 문화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시 주석이 '문제가 불거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한 부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중국은 체제유지 등을 이유로 외국 문화콘텐츠에 대한 검열을 강화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드라마 제작분야에서 활동하는 한 관계자는 "한한령이 완화되더라도 한국에서 유행하는 자극적인 소재, 그리고 사회부조리, 고위층 비리 등을 다루는 콘텐츠는 검열을 피하기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국애, 순애보, 가족애 같은 한국에서 철지난 소재들만 검열을 통과할텐데, 이런 소재들은 이미 중국에서 넘쳐나고 수준도 많이 올라와 있어 한국 콘텐츠들이 경쟁력을 갖기 힘들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