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정책이 전 세계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면서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분위기다.
최근 연일 역사적 고점을 새로 쓰고 있는 금은 미국의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우려가 다시 확대하면서 당분간 주목받을 전망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제 금 가격은 지난해 말 트로이온스당 2641달러에서 최근 2910달러로 10.2% 상승했다.
최근 금 가격은 역대 최고가 기록을 연일 경신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2801달러였던 역사적 고점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종가 2845달러로 갈아치웠고, 매일 신고점을 경신한 금 가격은 5일 한때 사상 처음으로 2900달러를 돌파했다. 현재 고점은 2910.6달러까지 높아진 상태다.
1월 말 기준으로 금 가격은 1월 말 기준으로 전월 대비 6.6% 올라, 에너지를 제외한 모든 원자재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한국거래소 금 현물 1kg 가격은 올해만 20% 올랐다. 특히 1월 31일부터 하루에 2~5%씩 가파르게 치솟으며 전날 사상 처음으로 15만원을 넘어 15만 28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스마트이미지 제공시장은 이 같은 금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에 따른 불확실성 증가를 지목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부과를 유예(멕시코‧캐나다)하거나 강행(중국)하기도 하고, 구체적인 종목(철강‧알루미늄)에 부과하는가 하면, 상호관세를 예고하는 등 관세를 무기로 외교협상에 나서면서 불안감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헤지를 위해 금 수요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또 앞으로 미국이 금을 수입할 때 관세가 부과될 수 있기 때문에 미국 투자자의 선제적인 금 매수도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뉴욕상품거래소(COMEX) 금 재고는 926톤으로 2022년 8월 이후 2년 6개월 만의 최대치이고, 특히 지난해 11월 대선 이후 75% 증가했다. 이 영향으로 글로벌 금 거래의 중심인 영국 런던의 금 재고가 바닥나 영국중앙은행에서 금 인출하는 기간이 4~8주 늘어났을 정도다.
국제금융센터 김용준 전문위원은 "각국 은행의 꾸준한 금 매수 수요 외에도 트럼프 정부의 관세 부과로 촉발된 다양한 금 매수 수요들이 어우러지면서 최근 금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면서 "트럼프 2기 정부의 불투명한 관세정책이 최근 금 시장을 비롯해 국제 금융시장 전반에 다양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예기치 않은 갑작스로운 변동성 확대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키우는 것도 위험자산인 주식보다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수요를 강하게 할 전망이다.
미국 미시간대가 지난 7일(현지시간) 발표한 2월 소비자심리설문조사를 보면, 1년 후 기대 인플레이션은 4.3%로 석 달 연속 상승하며 2023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한 달 만에 1%p 급등했는데 이 같은 상승폭은 최근 14년 동안 5차례에 불과하다.
또 1월 비농업고용지수가 전월보다 14만 3천명 증가해 예상치인 16만명에 미치지 못했지만, 실업률이 4.0%로 낮아지는 등 양호한 고용시장을 보였다. 이에 따라 페드워치의 기준금리 전망은 3월에도 동결할 가능성을 93.5%로 보고 있다.
NH투자증권 황병진 연구원은 "트럼프 관세로 재현되는 무역전쟁은 중앙은행의 금 매입 동인이기도 하다"면서 "올해 말까지 3천달러를 넘어서는 금 가격의 상승 랠리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