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노컷뉴스

[칼럼]양우식 위원장은 더이상 의회권력을 사유화 말라

[칼럼]양우식 위원장은 더이상 의회권력을 사유화 말라

  • 2025-03-12 05:00
양우식 경기도의회 운영위원장(국민의힘·비례). 경기도의회 제공 양우식 경기도의회 운영위원장(국민의힘·비례). 경기도의회 제공  
"'보이콧' 하겠다는 데 어떻게 해…."
 

A의 구명과 인사규칙 개정

지난해 6월 27일, 경기도의회 후반기 의장 선출 및 원구성안이 막판 타결됐다. 협상장을 나온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한 관계자가 하소연하듯 내뱉은 말이다.
 
한 석 차지만 다수당인 민주당을 힘들 게 한 사안은 의장을 어느 당이 맡을지, 주요 상임위를 어느 당이 더 가져갈 지가 아니었다. 쟁점은 국민의힘 양우식 수석부대표(현 의회운영위원장)가 발의한 '경기도의회 공무원 인사규칙 개정안'이었다. 민주당이 인사규칙 개정에 반대하자 양 수석이 협상에서 '보이콧'하겠다고 으름장을 놔 어쩔 수 없이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양 수석은 '보이콧'이라는 초강수까지 써 가며 왜 그렇게 인사규칙 개정에 집착했을까.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당시로부터 6개월 전으로 시계를 돌려야 한다.
 
1월 9일 의회 노조가 성명을 발표했다. '권한 없는 도의원의 사무처 인사개입 즉각 중단하라'가 제목이었다. 요약하자면 한 임기제 직원 A의 계약 해지 결정을 번복하기 위해 양 수석 등 몇몇 의원들이 사무처에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갑질 문제로 조사를 받고 있던 A는 의원들의 구명에도 결국 한 달 뒤(2월 13일쯤) 임기 만료됐다. 이후 A는 노조 지부장과 사무처 인사 부서 직원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으나, 모두 무혐의 처분됐다.
 
공교롭게도 A의 계약 만료 직전인 2월 8일(2월 9일부터 12일까지는 설 연휴였다), 양 수석이 대표발의한 인사규칙 개정안이 입법 예고됐다. 골자는 교섭단체(민주당과 국민의힘)가 인사위원회 위원을 추천할 수 있도록 한 것. 의장 인사권에 대한 견제와 감시가 명분이었다.
 
노조는 인사 개입 시도라며 반기를 들었다. '양당 교섭단체는 인사권 장악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 다시 성명이 나왔다. 양당 교섭단체 추천 인사가 인사위원회에 포함되면 양당의 입김이 작용할 게 뻔하고 의회 직원들은 양 수석 같은 양당 지도부 눈치를 보며 줄을 서게 될 거란 우려였다.
 
노조의 반발은 거셌고, 민주당도 인사권을 쥔 의장이 같은당 소속인 상황에서 양 수석의 요구를 받아 줄 이유는 없었다. 양 수석은 2월과 4월 개정을 시도했지만, 두 차례 모두 심의 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두 달이 지나 양당간 후반기 원구성 협상이 시작된 6월, 양 수석은 마침내 기회를 잡았다. 양 수석은 '보이콧' 전략을 앞세웠다. 원구성 협상을 볼모로 인사규칙 개정을 받아내는 데 결국 성공한다.
 
의회를 나간 A는 몇 달 뒤 경기도교육청으로 자리를 옮겼다. 업무는 대 의회협력이다. 또 A는 얼마전 국민의힘 연찬회에 초빙 강사로 참석해 강의를 하기도 했다.
 
A의 구명으로 시작해 양 수석이 쏘아올린 첫 번째 인사규칙 개정의 전말이다.

 

B를 향한 뒤끝…'권한 없는' 인사 개입

끝이 아니었다. 양 수석은 지난해 11월 또 다시 '인사규칙'에 손을 댔다. 이번 타깃은 B였다. 국민의힘 대표의원실에서 근무한 B는 지난해 9월 계약해지 됐다가 두 달 뒤 다시 한 상임위원실 채용시험에 합격했다.
 
양 수석은 공개적으로 격노했다. 그는 행정사무감사 중 "한 도의회 임기제 공무원(B)이 재계약을 앞두고 낙제점을 받아 퇴직한 지 두 달여 만에 최근 1등으로 재취업한 상황이 발생했다"며 "임기제 공무원 채용 관련 규정과 인사위원회 운영 규정 등 도청과 도의회가 보유한 규정을 모두 확보해 제출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개정안도 노골적이었다. 응시자의 전·현직 상사, 동료 등의 평판을 반영하도록 했고, 의회 근무시 근무성적평가에 따라 재계약이 안 된 경우 부적격 처리 할 수 있게 했다. 아울러 이번에도 의장이 위촉하는 시험 위원에 교섭단체 추천 인사를 포함할 수 있게 했다.
 
개정안의 응시자 대신 B를 대입해 보자. B의 응시 결과를 예상하기란 어렵지 않다. 예를 들어 전직 상사(양 수석)는 B에 대해 좋지 않은 의견(평판)을 제시할 것이고, B의 근무성적평가 역시 (양 수석의 말대로) 낙제점인데다, 운 좋게 이 모든 과정을 통과한다 하더라도 (양 수석이 추천한) 시험 위원을 내세워 B를 떨어뜨리겠다는 의도가 아니겠는가.
 
다행히 양 수석의 계획은 실패했다. 행안부는 인사규칙 제·개정의 경우 상위법에 따라 의장만의 고유 권한으로 양 수석 같은 일반 의원은 권한이 없다는 해석을 내놨다.
 
B는 어떻게 됐을까. 채용시험 합격자 4명 중 B를 제외한 3명은 12월 초 곧바로 임용됐다. 하지만 B는 지난 1월 중순에야 발령을 받았다. A와는 달랐다. 뒤끝작렬이다.

지난달 의회 사무처 업무보고에서 언론사 홍보비 관련 질문하는 양우식 운영위원장과 답변하는 임채호 의회사무처장. 연합뉴스 지난달 의회 사무처 업무보고에서 언론사 홍보비 관련 질문하는 양우식 운영위원장과 답변하는 임채호 의회사무처장. 연합뉴스 

'깨알 같은' 입법권력의 사유화 

끝이 없다. 양 수석은 지난 달 '경기도의회 위원회 구성·운영 조례' 개정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섭단체의 합의에 따라 상임위원장을 상호 교체하기로 한 경우에는 선출 절차를 생략하고 본회의 보고로 갈음하도록 한다'는 단서를 제 6조 2항에 신설해 넣겠다는 게 핵심이다.
 
양당은 후반기 원구성 협상에서 기획재정위원장과 의회운영위원장을 1년씩 교대로 맡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후반기 1년차는 민주당의 조성환 의원이 기획재정위원장을 양 수석이 의회운영위원장을 맡고, 오는 6월 2년차에는 양당이 자리를 서로 바꿀 예정이다.
 
해당 조례 6조 2항은 상임위원장을 의장선거에 준해 본회의에서 선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의장은 무기명 투표로 선출한다. 양당 합의에 따라 양 수석이 2년차에 기재위원장을 맡게 된다면 의장과 마찬가지로 본회의에서 무기명 투표로 선출되면 된다. 하지만 양 수석은 투표 절차를 생략하는 개정안을 통해 무기명 투표에서 혹여 발생할 수 있는 변수 자체를 없애려 한 것으로 보인다.
 
'깨알 같은' 입법 권력의 사유화다.
 
양 수석은 "의장 개회사, 양당 대표 교섭단체 대표연설 내용이 언론사 지면 1면에 실리지 않으면 그 언론사 홍보비를 제한하라"는 발언으로 최근 자기 말마따나 '뜨거운 감자'다.
 
유감이지만 아무리 뜨거워도 1면에 실어줄 순 없다. 다만 잊지 말라. 언론의 권력을 향한 감시 기능은 언제나 충실히 가동되고 있다는 것을. 나아가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한 '언론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우리는 끝까지 싸울 것이란 것을….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2

0

전체 댓글 0

새로고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