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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에어로 대표 "유상증자는 최선의 선택…차입시 재무구조 악화"

한화에어로 대표 "유상증자는 최선의 선택…차입시 재무구조 악화"

역대급 유증 후 비판 쏟아지자 주주총회서 정당성 설명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손재일 대표이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한화에어로스페이스 손재일 대표이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지난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자본시장 역사상 최대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해 논란이 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25일 주주총회에서 유상증자의 정당성을 피력하고 나섰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에어로) 손재일 대표이사는 이날 오전 경기도 성남시 성남상공회의소에서 개최한 정기 주주총회 인사말에서 최근 발표한 유상증자와 관련해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점을 혜량해 달라"고 말했다.

손 대표는 "지난주 발표한 유상증자 계획에 대해 주주 여러분들이 다양한 의견을 표명하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화에어로는 지난 20일 국내 자본시장 역사상 최대 규모인 3조6천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겠다고 발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신규로 자사 주식을 발행하는 유상증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자본 조달을 위한 손쉬운 방식으로 평가되지만, 기존 주주 입장에서는 전체 발행 주식 수가 늘어나기 때문에 지분 희석에 따른 피해가 불가피하다.

방위산업 호조 등에 힘입어 올해 3조5천억원의 영업이익이 예상되는 한화에어로주가는 한때 78만1천원까지 치솟았다가 역대급 유상증자 발표후  62만8천원(21일 종가기준)까지 떨어졌다.

이에 일부 주주들은 지난해 1조7천억대의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올리고 향후 2년간 추가로 6조원대 영업이익이 기대되는 상황에서 기존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 가치를 희석시키는 역대급 유상증자를 선택한 것을 두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논란이 커지자 뒤늦게 김동관 전략부문 대표가 약 3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사들이고 손 대표와 안병철 전략부문 사장 등 경영진이 총 48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해 주가는 이날 기준 65만원대까지 일부 회복됐다.

이와 관련해 손 대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적극적이고 신속한 대응이 필요한데, 대규모 투자를 단기간 내에 집행할 계획을 세우다 보니 자금 마련 계획에 애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차입을 통한 투자 계획을 고민해 봤지만, 이는 회사 부채비율을 급격히 증가시키는 문제가 있었다"며 "단기간 부채 비율이 급등하면 재무 구조가 악화되는데, 경쟁 입찰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점이 있었고, 이를 감안하면 유상증자가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강조했다.

이날 주총장에서는 유상증자와 관련된 주주들의 질문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에어로 한상윤 IR 담당 임원(전무)은 주총 직후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유상증자로 인한 주가 하락으로 주주 피해가 발생했다는 지적에 "발표 직후 주가는 단기적 희석이 반영된 부분이 있지만, 어제 많이 반등했다"며 "특히 어제는 압도적인 외국인 순매수 1위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한 전무는 이번 유상증자가 글로벌 투자를 위한 것이라고 재차 주장했다.

유상증자 발표 전 한화에어로가 1조3천억원을 들여 한화오션 지분 7.3%를 인수한 것에 대해서도 '시장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는 주장을 내놨다.

이 거래로 한화에어로의 한화오션 보유 지분율이 연결 기준 34.7%에서 42.0%로 늘어나면서 김동관 대표의 방산 부문 지배력이 강화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와 관련해 한 전무는 "지분 인수로 한화에어로와 한화오션의 기업 가치가 동시에 늘어났다"며 "시장도 어느 정도 긍정적 평가를 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화에어로는 해양 방산 사업을 포트폴리오 확장의 핵심 사업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지배력을 강화하고 투자를 많이 해오고 있기 때문에 지분율을 늘려 그만큼의 수혜를 입어야 한다고 생각해 결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화에어로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역대급 유상증자에 대한 시장의 냉기류는 이어지고 있다.

이날 오전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한화에어로의 유상증자에 대해 공정성과 예측 가능성이 결여돼 자본시장의 원칙을 훼손한 거래라고 꼬집었다.

포럼은 이날 이남우 회장 명의 논평을 통해 "이사회는 선관주의의무에 입각해 자본배치 제대로 논의 했는가"라고 반문하며 이같이 지적했다.

포럼은 "패밀리 일가가 지배하는 비상장 계열사로부터 한화오션 지분을 사 오는 데 1.3조원을 지출한 지 일주일 만에 주주들에게 손을 벌리는 모양새는 일반주주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면서 "회사 여유 자금은 지배주주 일가의 지배력 강화를 위해 계열사 주식을 인수하는 데 쓰고, 신규 투자금은 일반주주에서 받고자 하니 비판이 나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포럼은 한화에어로 이사진이 증자에 대해 심도있는 토론을 진행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20일 이사회 7명 중 5명이 화상회의를 시작한 후 단 2시간 후 이사회 의안 통과를 가정해 개최된 IR행사에서 유상증자가 '다양한 자본조달 시나리오 중 최선의 방법'이라는 결론을 전한 것에 대해서 "이유가 궁금하다"며 "회사가 제공한 정보가 부족하고 일반주주 입장에서 '다른 의견'을 듣겠다는 최소한 의식이 있다면 IB나 컨설턴트 같은 외부 전문가를 이사회에 초대해 의견을 청취하는 것이 이사의 책무"라고 꼬집었다.

한편 이날 주총에서는 김동관 대표와 안병철 사장, 마이클 쿨터 해외사업 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고, 김현진·이정근 사외이사와 전진구 감사위원을 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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