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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뉴스

심판정에서 '157분' 발언한 尹…곳곳에 모순과 책임회피

편집자 주

'내란 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 심판의 날이 임박했다. 대한민국을 뒤흔든 그날 밤 비상계엄은 모두에게 '악몽'으로 각인됐다. 12·3 내란 사태의 시작부터 치열했던 헌재 변론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쟁점들이 떠올랐다. 그 과정에 '오명'으로 남을 헌정사 최초의 기록들은 수두룩 쓰였다.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기억해야 할 주요 장면들을 되짚어본다.

[임박한 尹 심판의 날]⑪기억해야 할 장면들
尹 "상황 기억나냐", 김용현 "말하니까 기억난다"
'맞장구' 증인들은 칭찬, 반박 증인들은 '공격'
정치인 체포 '나홀로 부인'…의외의 구체적 자백도
최후 진술까지 지지층 결집, 결론 '승복' 메시지 없어

사진공동취재단사진공동취재단
▶ 글 싣는 순서
①'내란 수괴' 尹이 쓴 불명예 기록들…수두룩한 '헌정 최초'
②'미리 알았다면'…수상쩍었던 尹, 물밑엔 비상계엄 준비
③비상계엄 핵심 도구였던 軍…폭로와 침묵 '두 동강'
④'정치인 체포' 두고 국정원 1·2인자 치열한 공방…되짚어보니
⑤안갯속 '尹 심판의 날'…구속취소에 감사원장 등 선고 변수까지
⑥'12·3 밤 대통령실서 열린 회의 '간담회일까, 국무회의일까'
⑦인권은 尹부터…과거 잊은 검찰, 쏠리는 매서운 눈
⑧심화하는 '부정선거 유니버스'…저세상 '공방'
⑨헌법재판관들도 궁금했다…尹탄핵심판서 던진 질문들
⑩'섬망증세' 취급 조지호, 칭찬받은 김봉식…경찰도 '굴욕'
⑪심판정에서 '157분' 발언한 尹…곳곳에 모순과 책임회피
(계속)

역대 대통령 중 처음으로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정에 선 윤석열 대통령은 8차례 변론 출석, 총 2시간 37분 발언 기록을 남겼다. 발언들은 비상계엄 선포의 정당성을 주장하는데 비중을 두고, 정치인 체포 지시 등 주요 탄핵 사유를 부인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이 과정에서 맞장구를 치는 증인들에겐 칭찬을, 반박하는 증인들은 강도 높게 공격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의 이례적인 등장은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변론 과정 및 주요 증인들 앞에서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수많은 발언 속에 모순점과 책임 회피가 포착되고 계엄 실행의 정당성을 설명하려다 의외의 구체적인 '자백'을 하는 경우도 생겨났다. 탄핵 인용을 피하기 위한 '직접 변호'가 오히려 스스로 함정을 파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尹 "상황 기억나냐", 김용현 "말하니까 기억난다"…반박 증인은 공격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21일 탄핵심판 3차 변론에 첫 출석해 지난달 25일 마지막 11차 변론까지 8차례 심판정에 등장했다.

4차 변론에서 윤 대통령은 내란 핵심 인물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대면했다. 증인석에 자리한 김 전 장관은 윤 대통령의 정치인 체포 및 의원 끌어내기 지시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계엄 관련 쪽지 전달도 자신이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계엄) 포고령이 실행 가능성이 없으니 놔두자고 웃으며 말했던 상황이 기억나냐"고 직접 물었고, 김 전 장관은 "말하니까 기억난다"며 "조금만 이상하다 싶으면 법조문부터 찾는데 이날은 꼼꼼하게 보시지 않았다"고 맞장구를 치기도 했다.

이날 장면들은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이 주요 사안에 대한 '책임 회피'를,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자인 김 전 장관이 책임을 떠맡는 식의 역할 분담에 나선 모양새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두 사람의 질문, 답변 의도가 다소 꼬이는 모습도 포착됐다. 윤 대통령은 "국회 본관 안에 특전사가 몇 명 없지 않았냐"고 직접 질문하며 최소한의 병력이 투입된 점을 부각시키려 했지만, 김 전 장관은 "280명이 본관 곳곳에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윤 대통령은 "장관이 구체적으로 병력 위치 사항을 자세히 파악할 수 없었던 게 아니냐"고 재차 물었고 김 전 장관은 "저는 그렇게 알고 있다"며 끝까지 질문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는 양상을 보였다.

윤 대통령은 심판정에서 동조하는 증인들에겐 칭찬을, 반박하는 증인들은 거세게 몰아붙이기도 했다.

10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이 주요 인사들의 체포나 국회 봉쇄 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입을 닫자, 윤 대통령은 "서울경찰청장은 사실 영어(囹圄)의 몸이 될 것이 아니라 자기 상황에 맡은 임무를 제대로 해서 칭찬받아야 할 사람이라는 생각을 신문 과정을 통해서 느꼈다"라고 치켜세웠다.

반면 8차 변론에서 '정치인 체포 지시'를 증언한 홍장원 국가정보원 전 1차장을 향해선 "(홍장원으로부터) 제가 전화를 딱 받으니 홍장원 목소리가, 저도 반주를 즐기는 편이기 때문에… 딱 제가 보니까 (홍장원이) 술을 마셨다"고 지적했다.

6차 변론에선 "제가 상황을 보니까 (작년) 12월 6일 홍장원의 공작과 12월 6일 특전사령관의 김병주TV 출연부터 내란죄와 탄핵 공작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는 '공작론'도 제기했다.

정치인 체포 '나홀로 부인'…의외의 구체적 자백도

박종민 기자박종민 기자
윤 대통령은 5차 변론에서 "이번 사건을 보면 실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지시했니, 지시받았니, 이런 얘기들이 마치 호수 위에 빠진 달그림자 같은 걸 쫓아가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고 밝혔다. 비상계엄 당시 정치인 체포와 국회의원을 끌어내 계엄 해제 의결을 막으라는 지시 의혹을 모두 부인한 것이다.

하지만 주요 증인들의 수사기관 진술과 변론 과정에서의 증언들은 윤 대통령 주장과 달랐다.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은 "의결정족수가 아직 안 채워진 것 같다. 인원들을 다 끄집어내라"고 대통령이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의결 정족수'란 말을 근거로 '인원'을 당시 본회의장 내부 국회의원들로 이해했다며, "국회에서 끌어내라고 지시한 대상은 국회의원이 맞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홍 전 차장은 윤 대통령이 "싹 다 정리해. 국정원에 대공수사권 줄 테니 도와라"는 취지로 말했냐는 국회 측 질문에 "그렇게 기억한다"고 답했다.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은 심판정에선 입을 닫았지만, 앞서 검찰 조사에선 윤 대통령이 "(국회 본회의장에)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6차 변론에서 '국회의원 끌어내라' 지시 의혹을 부인하면서 "인원이라는 말을 써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후 발언을 이어가면서 1분여 만에 '인원'이라는 표현을 세 번 반복해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 일었다.

윤 대통령은 계엄 실행의 정당성을 설명하려다 구체적인 '자백'을 내놓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10차 변론에서 계엄 당시 주요인사에 대한 위치파악 지시가 '동향 파악을 위한 것'이었다면서도 "불필요하고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의외의 고백을 했다. 정치인 체포 의혹은 줄곧 부인해왔지만, 위치파악 관련 사실은 인정한 셈이다.

5차 변론에서는 "선관위에 (군을) 보내라고 한 것은 제가 김용현 장관에게 얘기를 한 것"이라 자신의 공소장에도 담기지 않은 구체적인 증언을 하기도 했다.
   
8차 변론에서는 계엄을 앞두고 삼청동 안가에서 경찰 수뇌부를 불러 논의한 부분을 언급하며 "(회동 당시) 제 기억에는 종이를 놓고 국방장관이 두 분 경찰청장하고 서울청장한테 '국회 외곽 어느 쪽에 경찰 병력을 배치 하는게 좋겠다'라고 그림을 그리는 걸 봤다"고 말했다. 이 역시 계엄 선포 당시 경찰력 배치와 관련한 구체적 진술이라 의외라는 분석이 잇따랐다.

마지막 11차 변론에서 윤 대통령의 최후 진술은 약 70분 간 이뤄졌다.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피력하며 '간첩'을 25번, '북한'을 15번, '중국'을 7번이나 언급했다. 끝까지 극렬 지지층 결집에 몰두한 행보로 풀이된다. 아울러 헌법재판소의 결론에 승복한다는 얘기는 단 한마디도 없었다. 탄핵심판 선고만을 앞둔 가운데, 곳곳에 모순점과 책임 회피, 지지층 결집 의도가 드러난 윤 대통령의 '직접 변호'가 득보다 실이 크게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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