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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이 없다"는 유재학, 아직 포기 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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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답이 없다"는 유재학, 아직 포기 안했다

    높이 한계 실감한 남자농구 대표팀이 살 길은?

    남자농구 대표팀의 유재학 감독 (사진 제공/KBL 사진공동취재단)

     

    "남은 기간동안 높이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을까요?"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유재학 감독은 단 1초도 주저하지 않았다. "그건 못찾아내요"라고 침착하게 답했다.

    애써 긍정적인 면을 부각시키거나 어떻게든 해법을 찾아보겠다며 주위를 안심(?)시키려는 노력이 일절 없었다. 그는 냉정하게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의 현실을 바라봤다.

    단호했다. 그는 '큰 숙제'라고 표현했다. 그만큼 국제 무대에서의 대표팀의 높이 경쟁력은 크게 떨어졌다. 심지어 아시아 무대에서도 그랬다. 2013 윌리엄존스컵 대회를 마치고 지난 15일 귀국한 유재학 대표팀 감독이 내린 진단이다.

    대표팀에서 경희대 4학년 김종규(207cm)가 최장신 선수이고 고려대 1학년 이종현(206cm)이 그 뒤를 잇는다. 원주 동부의 '트윈타워' 김주성(205cm)과 이승준(204cm)도 있다. 국내 최장신 센터(221cm) 하승진이 없긴 하지만 대표팀에 이 정도 높이가 구축됐던 경우도 많지는 않았다.

    문제는 단순히 높이가 아니다.

    유재학 감독은 "장신 센터가 있는 팀에 우리 선수들이 버티질 못한다. (이란의) 하다디는 대회 평균 리바운드가 7개인데, 우리를 상대로 15개를 잡았다. (대만의) 퀸시 데이비스도 그랬다. 우리만 만나면 다득점에 리바운드를 2배 이상 잡았다"고 말했다.

    이어 "포스트업 공격만을 얘기하는 게 아니다. 2대2를 할 때나 골밑에서 자리를 잡을 때 밀고 들어오는 것을 버티지 못했다. 누가 슛을 쏠 것 같으면 골밑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미리 막아야 하는데 누구도 막지 못했다"며 아쉬워 했다.

    ▲1992년 드림팀 '파워로 세계 평정'

    골밑은 전장이다. 단순히 키가 크다고 제공권을 장악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힘이 뒷받침돼야 한다. 굳이 센터나 파워포워드 포지션의 선수에게 국한된 이야기도 아니다.

    미국프로농구(NBA) 소속 선수들이 처음 국제 무대를 밟았던 지난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미국 대표팀은 마이클 조던, 매직 존슨, 래리 버드 등 기라성같은 스타들을 앞세워 대회 평균 43.7점차 전승 우승을 달성했다.

    당시 '드림팀'을 상대한 타국 선수들은 미국의 가장 무서운 점으로 높이나 기술이 아닌 힘을 꼽았다. 전 포지션에 걸쳐 탄탄한 웨이트와 압도적인 힘을 자랑하는 미국 선수들은 코트 전면에서 우위를 점했다.

    NBA 선수들의 파워는 그동안 국제 무대에 나왔던 가냘픈(?) 대학 선수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유럽의 강국들에게는 각성의 기회가 됐고 이제는 힘에서도 그들과 대등한 위치에 올라섰다.

    ▲'만수' 유재학 감독에게 포기란 없다

    만약 높이의 한계를 실감하기만 하고 돌아왔다면 유재학 감독은 그저 평범한 지도자일 것이다. 하지만 그는 1만가지 수를 가졌다고 해서 '만수(萬手)'로 불리는 한국 최고의 농구 지도자다.

    한때 인터넷에 "포기하면 편해"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진 적이 있었다. 그런데 유재학 감독은 편한 길을 선택할 마음이 없다.

    8월1일 개막하는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선수권 대회를 보름 정도 남겨두고 선수들이 갑자기 힘을 끌어올릴 수는 없다. 유재학 감독은 다른 방법으로 약점을 보완하겠다는 계획이다. 유재학 감독은 "높이에 대한 해답은 없지만 그 차이를 조금 줄일 수는 있다"고 말했다.

    유재학 감독은 "먼저 상대 센터가 공을 못잡게 하는 방법을 연구하겠다"고 밝혔다. 높이가 약한 팀이 고공 농구에 능한 팀을 상대할 때 주로 사용하는 전통적인 한수다. 단순한 예로 골밑 패스의 정문이라고도 볼 수 있는 양측 45도에서 가드들이 강한 압박을 해 공을 포스트가 아닌 중앙 톱으로 돌리게 하는 방법이다. 물론,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또 유재학 감독은 "만약 상대가 골밑으로 밀고 들어오면 아예 더 깊숙하게 들어오게 해 골밑으로 떨어지는 공은 잡아도 멀리 튀는 공을 못잡게 할 수도 있다. 그렇게 최소화하는 방법은 있어도 어떻게 할 수 있는 건 없다"고 말했다.

    어렵지만 그 안에서 어떻게든 길을 찾아보겠다는 이야기다.

    ▲남자농구의 과제 '실수를 줄여라'

    기업이 이윤을 높이고 싶을 때 그저 수입을 늘리는 것만이 답은 아니다. 손실(loss)을 줄이는 것도 이윤 증대의 한 방법이다. 대표팀은 높이와 힘으로 '맞장'을 뜰 생각을 버렸다. 대신 실수를 줄여 그 차이를 메우겠다는 복안이다.

    유재학 감독은 "어차피 그 덩어리들을 이기겠다고 용써봐야 안된다. 다른 부분에서 실수를 줄여야 한다"며 "이번 대회에서 매경기 상대에게 안좋은 자유투를 10개씩 줬다. 룰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움직임의 정확성도 떨어졌고 우리 팀의 자유투 성공률은 60%를 밑돌았다. 그런 부분에서 최소 10점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거기서 승부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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