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염경엽 감독(오른쪽)과 두산 김진욱 감독이 5전3선승제 준플레이오프에서 지략 대결을 펼친다. (윤성호 기자)
포스트시즌은 단기전이다. 128경기를 치르는 페넌트레이스와 달리 지면 끝이다. 매 경기가 중요한 만큼 선수 교체도 활발해질 수밖에 없다. 선발 투수가 일찍 무너질 경우에는 +1 선발로 공백을 메우기도 하고, 승부처로 여겨지는 상황에서는 일찌감치 대타 카드를 꺼내기도 한다.
페넌트레이스 3위 넥센과 4위 두산의 준플레이오프가 8일 목동구장에서 시작된다. 플레이오프를 위해서라도 빨리 준플레이오프를 끝내는 것이 유리한 만큼 매 경기 전력 투구가 예상된다.
넥센은 김병현, 두산은 김동주를 끝내 준플레이오프 명단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또 두산은 시즌 막판 1군에 합류한 이용찬도 제외했다. 그렇다면 넥센 염경엽 감독과 두산 김진욱 감독은 과연 준플레이오프를 대비해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을까.
▲넥센 강윤구, 김영민 불펜 대기…허도환 방망이 터졌으면강윤구와 김영민은 선발 투수로 시즌을 시작했다. 하지만 시즌 중반부터는 불펜에서 대기했다. 선발 투수가 일찍 무너지면 마운드에 올라 많은 이닝을 던져주는 이른바 '1+1' 선발이었다. 이번 준플레이오프 역시 불펜에서 대기한다. 선발로는 오재영과 문성현이 낙점을 받았다.
염경엽 감독은 "키 포인트로 생각하는 선수는 강윤구와 김영민"이라면서 "이 선수들이 중간에서 어떤 역할을 해주느냐에 따라 투수 운용이 쉬울 수도 있고, 어려울 수도 있다. 두 선수가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타선에서는 허도환이 키플레이어다. 포수로서 9번 타순에 위치하는 허도환은 올 시즌 타율 2할1푼5리에 그쳤다. 방망이가 터지지 않아 경기 후반으로 넘어가면 대타로 교체되는 경우가 잦았다. 하지만 백업 포수 박동원의 몸 상태가 완전하지 않다. 허도환이 대타로 교체될 경우 손등이 아픈 박동원이 포수 마스크를 써야 한다.
염경엽 감독은 "박동원의 손 상태가 많이 호전됐다"면서도 "허도환이 포스트시즌 찬스에서 대타를 안 쓰도록 살려줬으면 좋겠다. 6회 이전에도 해결해줬으면 한다. 능력은 있는데 본인 욕심이 강한 것 같다. 욕심을 조금 버리고 디테일하게 분석해 들어가면 좋은 성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밖에 염경엽 감독은 시즌 막판 부진했던 김민성을 그대로 5번에 두고, 강정호를 6번에 배치할 계획이다. 또 7번 타순에는 문우람, 유한준, 이성열 등을 상황에 따라 기용한다는 복안을 세웠다.
▲두산 정재훈 마무리 복귀…4번 김현수 살아나야두산은 시즌 막판 집단 마무리 체제로 경기를 치렀다. 시즌 중반까지 마무리로 활약하던 정재훈이 9월 난조를 보이며 2군으로 내려간 탓이다. 윤명준이 주로 마무리 역할을 맡았지만 상황에 따라 여러 선수들을 마무리로 기용했다. 시즌 막판 치열했던 순위 싸움에서 두산의 아킬레스건이었다.
하지만 준플레이오프에서는 정재훈이 붙박이로 뒷문을 잠근다. 김진욱 감독은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테스트를 마쳤다. 정재훈의 구위가 돌아왔고, 큰 변화가 없으면 정재훈 마무리로 간다"고 설명했다.
타선에서는 김현수의 분발이 요구된다. 김진욱 감독은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김현수를 4번으로 기용했다. 하지만 결과가 좋지 않다. 3번에서 맹타를 휘두르던 김현수도 4번 자리에만 서면 방망이가 침묵했다. 4번으로 나선 13경기에서 49타수 10안타, 타율 2할4리에 그치고 있다. 3번으로 옮긴 민병헌이 맹활약하고 있는 만큼 4번 김현수의 방망이가 터져야 승리에 더 가까워질 수 있다.
김진욱 감독도 "김현수가 4번에서 조금 고전하고 있는데 김현수가 미쳐주길 바라기보다 9명 다 미치길 바란다"면서 김현수의 활약에 대한 욕심을 에둘러 표현했다.
김진욱 감독은 1차전 선발 더스틴 니퍼트에 이어 노경은-유희관-이재우를 4차전까지 선발로 세울 계획이다. 대신 데릭 핸킨스가 불펜에서 대기한다.
포스트시즌에서는 감독들의 작전 하나, 선수 교체 하나가 승부를 가른다. 과연 염경엽 감독과 김진욱 감독 중 누구의 용병술이 팀을 플레이오프에 올려놓을지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