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공식별구역 (사진=국방부)
정부가 이어도와 홍도를 포함하는 새 방공식별구역(KADIZ)을 선포하기로 방침을 정했지만 외교적 파장을 최소화할 시점과 방법 등을 놓고는 쉽게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2일 "외교적 현실과는 별개로 KADIZ 확대는 이제 후퇴할 수 없는 방침이 됐다"며 "다만 (이를 관련국에까지 인식시키는) 액션플랜을 어떻게 짤 지는 관계부처간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방부는 중국 방공식별구역(CADIZ)과 일본 방공식별구역(JADIZ)에 공히 포함된 이어도, JADIZ 경계 안에 있는 홍도를 포함하는 새 KADIZ를 잠정 확정해 놓은 상태다. 그러나 중국과 일본이 동시에 반발할 이 선을 '어떻게 외교적으로 설득시킬 지'에 대해서는 명쾌한 답이 나오지 않고 있다.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중국이 반발해 한중관계가 중일관계처럼 최악으로 치달아선 안되고, 동시에 한국이 한미일 안보동맹에서 떨어져 나가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적절치 않다"며 "이 사안들을 고려해 외교적 파장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중일 하늘전쟁과 관련해 정부의 소극적 대응을 질타하는 여론을 방치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엄연한 외교 현실을 무시할 수도 없다는 게 관련 부처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새 KADIZ 선포는 '정면돌파'나 마찬가진데 정작 '돌파력(외교력)'은 부재하다는 딜레마를 해결할 방법이 마땅치 않은 것이다.
외교부 전직 고위관리는 "미국과 중국을 상대로 '이제는 어떻게 해야하나'는 답을 준비해야 하는 단계"라고 지적했다.
이런 분위기는 당초 3일 열리기로 했던 당정협의가 잠정 연기된 데서도 감지됐다. 전날 새누리당에서 당정협의 연기 소식이 전해지자 청와대와 국방, 외교부는 하나같이 "당정협의는 원래 확정된 게 아니었다"며 방어적인 태도를 취했다.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이 한국 방문에 앞서 일본과 중국을 차례로 만나 관련 문제를 논의하는 만큼, 당정협의 전 관련국의 입장을 재차 '간보기'하겠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