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역사상 최악의 총기 참사인 '샌디훅 사건'이 일어난 지 14일(현지시간)로 꼭 1년이 지났다.
지난해 12월 14일 오전 코네티컷주 뉴타운의 샌디훅 초등학교에서 애덤 랜자가 총기를 무차별 난사해 초등학생 20명과 교사 등 성인 6명이 목숨을 잃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이 사건 이후 법제화를 통해 총기 규제를 대폭 강화하려 했지만 미국총기협회(NRA) 등 총기 옹호론자들과 의회의 반대로 전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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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행태에 실망한 희생자들의 유가족은 참사 1주년을 맞아 외부 인사를 초청한 공식 행사 등을 하지 않고 언론 등에도 접근 자제를 요청한 채 조용하게 추모식을 가졌다.
오바마 대통령과 미셸 여사도 백악관에서 26개의 촛불에 불을 켜고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주례 라디오·인터넷 연설을 통해 총기 규제 필요성을 다시 역설했다.
그는 "1년 전 오늘 조용하고 평화롭던 마을이 형언하기 어려운 폭력으로 산산이 찢겨졌다"며 "이런 비극은 이제 끝나야 하고 우리는 바뀌어야 한다. 위험한 사람들이 그렇게 쉽게 총을 손에 들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을 총기 폭력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다해야 하고 이들이 사랑받고 있다는 걸 느끼게 해줘야 한다"며 "진정한 변화는 워싱턴(정치권)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여러분, 바로 미국민에게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샌디훅 참사 이후에도 미국 전역에서 크고 작은 총기 사건이 발생했고 13일에도 콜로라도주 덴버 외곽 센테니얼의 한 고등학교에서 남학생이 다른 학생 2명에게 총을 쏜 뒤 자살하는 일이 일어났다.
그러나 미국 정치권이 다시 총기 규제 강화 법안을 추진할 것이라는 기대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총기 거래자에 대한 예외 없는 신원ㆍ전과 조회를 핵심 내용으로 해 미국 상원이 초당적으로 추진하던 법안은 지난 4월 본회의에서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 진행 방해)를 피하는 데 필요한 60표를 얻지 못해 논의 자체가 완전히 식어버린 상황이다.
반자동 소총 등 공격용 무기와 10발 이상 대용량 탄창 거래를 금지하는 법안도 같은 운명을 맞았다.
총기 규제 강화 법안은 민주당이 다수인 상원 문턱조차 넘지 못한 이후 거의 거론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총기 옹호 단체인 NRA는 총기 거래자 신원 조회와 대용량 탄창 거래 금지 등을 추진했던 콜로라도주 상원의원 2명에 대해 소환투표를 추진해 의원직 박탈 결정을 끌어냄으로써 막강한 힘을 과시하기도 했다.
한편 뉴타운은 눈이 내린 이날 공식 공개 추모 행사를 하지 않았고 희생자들 가족은 개인적으로 목숨을 잃은 이들을 생각했다.
뉴타운의 세인트 로즈 리마 성당(St. Rose of Lima church)은 1년 전 사고가 시작된 오전 9시30분에 26명의 희생자를 추모하는 종을 26번 울렸고 코네티컷주는 조기를 게양했다.
뉴타운은 언론에 취재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뉴타운 관계자는 "지난해 너무나 많은 상처를 받았다"면서 "가슴 아픈 기억을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총기 규제 노력에 성과가 없지만 지난해 참사로 아이들을 잃은 뉴타운의 부모들은 총기 규제 강화를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고 미국 언론은 전했다.
지난해 참사로 6살 아들을 잃은 니콜 호클리는 "아무리 가슴 아픈 비극이 닥쳐도 앞으로 나아 갈 길을 찾아야 한다"면서 "(총기 규제에) 평생을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