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모토로라를 중국 레노버에 매각했다. 120억 달러를 들여 인수했지만 30억 달러도 채 되지 않는 금액이 팔아치웠다. 언뜻 래리 페이지 구글 CEO가 땅을 칠 일처럼 보인다. 그렇지 않다. 구글은 또 다른 '스마트 왕국'을 꿈꾸고 있다. 바로 '스마트홈' 분야로, 올 1월 인수한 네스트랩스가 핵심이다.
올 1월. 구글은 시장의 이목을 끄는 '인수ㆍ합병(M&A)' 소식을 발표했다. 온도조절ㆍ화재경보장치를 만드는 '네스트랩스'를 32억 달러(약 3조3800억원)에 인수한다고 선언한 거다. 네스트랩스의 핵심제품은 '네스트 서모스택'. 단순한 온도조절기가 아니라 인공지능과 통신기능이 있는 '스마트 컨트롤러'다. 스마트폰처럼 터치방식으로 작동되고, 휠을 돌려 실내온도를 조절할 수 있다. 일주일가량 온도를 적용하면 인공지능을 통해 최적의 온도를 찾아 설정한다.
최근 구글이 스마트폰 사업부문을 담당한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중국 레노버에 29억1000만 달러라는 헐값에 팔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네스트랩스'의 인수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포화상태에 다다른 스마트폰 시장보단 성장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스마트홈 분야에 집중투자하겠다는 뜻이라서다. [※ 참고: 구글은 2011년 모토로라를 12억 달러를 주고 인수했다. 네스트랩스는 모토로라에 이어 두번째로 큰 M&A였다.]
래리 페이지 구글 CEO는 모토로라 매각 공식발표문에 이런 말을 남겼다. "… 웨어러블(착용) 디바이스와 홈 마켓 분야의 역동성은 모바일 업계와 다르다. 구글은 새로운 생태계 안에 있는 사용자를 위해 놀라운 제품을 구축할 수 있는 기회에 흥분하고 있다…." 래리 페이지가 스마트폰이 아닌 스마트홈 분야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사실이 고스란이 읽힌다. 구글이 네스트랩스를 인수함과 동시에 모토로라를 매각한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 풀이할 수 있다.
스마트홈은 주거환경에 IT를 융합한 인간중심적인 스마트 생활환경을 말한다. 요즘은 범위가 더 넓어져 보안ㆍ에너지관리ㆍ오피스ㆍ서버엔터테인먼트까지 결합한 통합플랫폼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시장규모 역시 올해 7조5000억원에서 2016년 18조3000억원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글로벌 IT기업과 이동통신사가 스마트홈 시장에 달려들고 있는 건 이 때문이다. 먼저 깃발을 꽂아야 시장을 선도할 수 있어서다. PC와 스마트폰에서 경험했듯 스마트홈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선 운용체계(OS)와 시장표준을 선점해야 한다. 이런 면에서 구글이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듯하다.
네스트랩스의 인수로 글로벌 표준을 주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서다. 네스트랩스는 스마트홈의 핵심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허브제품'을 생산한다. OS 분야에서도 구글이 앞서갈 게 분명하다. 스마트폰 분야에서 안드로이드OS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경험이 큰 역할을 할 것이다. 한편에선 '애플도 무시할 수 없는 저력을 갖고 있다'고 분석하지만 기기의 낮은 호환성이 걸림돌이 될 듯하다. 여러 기기가 상호연계하면서 작동하는 스마트홈 분야에선 '호환성'이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