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관의 증거위조 의혹에 휩싸인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을 두고 국내 언론이 양분돼 편향적인 시각의 보도를 쏟아내고 있는 점을 지적한 현직 판사의 논문이 나와 주목된다.
이 논문은 증거위조 의혹이 제기되기 전인 지난 1월 전까지 시기를 연구 대상으로 삼았지만, 사건 초기부터 매체별로 비슷한 논조를 유지한 것을 고려할 때 시사하는 바가 크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영훈 대법원 재판연구관은 `언론, 프레임 그리고 법관'이라는 제목의 최근 논문에서 "보수 언론들은 피고인이 간첩임을 전제로, 진보 언론들은 피고인 여동생에 대한 강압 수사가 있었음을 전제로 한 프레임을 통해 각각 보도했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관은 그러면서 "법관은 언론이 형성한 프레임이 아닌 법관 스스로 사람과 사물에 대한 통찰력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헌법, 법률, 직업적 양심을 통해 다듬어진 프레임을 통해 사건을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관은 대표적인 보수 신문 A사와 B사, 진보 신문 C사와 D사의 기사를 각각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또 유우성씨가 서울시 공무원으로 임용된 2011년 6월 9일부터 자신이 연구를 마친 지난 1월 25일까지로 시기를 한정했다.
A·B사와 C·D사는 시기별 보도 건수뿐 아니라 내용상 표현 요소, 이야기 구조와 추구하는 가치에서 눈에 띄는 차이를 나타냈다.
이 사건을 맨 처음 알린 A사는 초창기 보도를 주도하다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 유씨 여동생에 대한 국가정보원의 강압 수사 의혹을 제기한 작년 2월 이후 기사를 크게 줄였다.
특히 작년 8월 법원이 유씨의 간첩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뒤 A·B사는 판결 기사 이외의 후속 보도를 한 번도 하지 않았다.
반면 유씨가 간첩 혐의 등으로 구속된 후에도 이 사건을 전혀 다루지 않던 C·D사는 민변이 강압 수사 의혹을 제기하자 처음 기사를 쓰기 시작하는 등 정반대 편집 방향을 나타냈다.
내용을 봐도 차이가 컸다. A·B사는 화교인 유씨가 탈북자로 가장해 간첩 행위를 한 것을 사실로 확정한 상태에서 그가 거짓말을 하게 된 환경, 치밀한 검증 시스템의 부족 등을 지적했다.
그러나 C·D사는 수사기관에 의한 강압 수사를 사실로 확정하고 국정원과 검찰을 비판하는 데 지면을 주로 할애했다.
김 연구관은 "단순한 해석, 제시의 정도를 넘어서 극단적인 선택, 배제, 강조, 축소를 통해 각 신문의 프레임 차이가 나타났다"며 "신문윤리실천요강의 규정과 조화를 이룬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현직 판사가 확정되지 않은 형사 사건을 다룬 언론 보도를 주제로 논문을 쓴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