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렛 필. (자료사진=KIA 타이거즈)
외국인 타자들의 방망이가 무섭다. 특별히 기량이 떨어지는 선수 없이 다들 팀 타선에 힘을 불어넣고 있다. 물론 가벼운 부상으로 2~3경기 결장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특별한 일이 없으면 중심타선을 책임지고 있다.
그런데 브렛 필(KIA)은 조금 다르다.
브렛 필은 KIA가 치른 24경기 중 21경기에 나섰다. 21경기 중 2경기는 대타였다. 하지만 호르헤 칸투(두산), 루크 스캇(SK)처럼 부상이 이유는 아니다. 그렇다고 필의 컨디션이 나쁜 것도 아니다.
KIA가 다른 팀과 달리 마무리로 외국인 투수 하이로 어센시오를 데려온 탓이다. 올해 프로야구는 외국인 선수 보유 한도를 3명(NC 4명)으로 늘렸다. 단 경기에 나설 수 있는 외국인 선수는 2명(NC 3명)이다.
한 마디로 또 다른 외국인 투수 데니스 홀튼이 선발 등판할 경우 마무리 어센시오의 등판까지 고려해 필을 벤치에 앉힐 수밖에 없다.
사실 KIA의 가장 큰 고민은 마무리였다. 지난해 선동열 감독은 앤서니 르루를 마무리로 썼다가 큰 재미를 보지 못하자 이후 윤석민, 김진우 등을 마무리로 투입했다. 마무리를 강조하는 것이 바로 선동열 감독의 야구다. 외국인 타자의 출전이 제한되더라도 외국인 투수를 마무리에 놓은 이유다.
어센시오는 9경기에 등판해 1승1패 6세이브(공동 3위) 평균자책점 0.96으로 KIA의 뒷문을 든든하게 지켜주고 있다.
그런데 필의 타격이 너무 아쉽다. 시즌이 시작하기 전까지만해도 필에 대한 평가와 기대가 그다지 높지 않았기에 괜찮았을지 모르겠지만, 이제는 다르다. 필은 4월30일까지 타율 3할5푼9리(5위), 홈런 5개(공동 6위), 14타점의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득점권 타율도 3할6푼이나 된다.
필의 득점생산지수(RC)는 19.39다. KIA가 24경기에서 뽑은 109점 중 17.8%를 필이 책임졌다는 의미다. 3경기에 결장하고, 2경기에 대타로 출전하고 얻은 기록이다.
또 RC/27(한 타자에게 27개의 아웃카운트가 주어질 때 예상되는 득점)은 9.88이다. 1번부터 9번까지 필이 책임진다면 한 경기에 9.88점을 낼 수 있다. 물론 기준이 달라 객관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올 시즌 KIA의 경기 당 평균 득점은 4.52점이다.
필이 잘 칠 수록 환한 웃음과 함께 고민에 빠지는 KIA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