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측>
-거리응원 통해 현재 사회상 투영
-묵념, 유가족 발언순서 등 배치해야
<반대측>
-세월호 진상규명 덮힐까 걱정
-거리응원 한다고 국민 아픔 치유되나
■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최동호 스포츠평론가, 정희준 동아대 교수
매일 새벽마다 지구촌이 브라질 월드컵으로 들썩이고 있습니다. 이제 내일 아침이면 우리 대표팀도 러시아와 첫 승부를 펼치죠. 그런데 경기를 하루 앞둔 시점에서 축구대표팀을 응원하는 방식을 놓고 여전히 의견이 분분합니다.
내일 아침 서울 광화문 광장과 영동대로에서는 길거리응원이 예정돼 있는데 '그래, 거리로 함께 나가자'라고 하는 분들이 있는가 하면, '아니다, 그냥 이번에는 조용히 각자 응원을 하자'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여러분 생각은 어떠신가요? 잠깐 생각하는 시간 가져보죠. 우선 거리응원을 하자는 입장이세요, 스포츠평론가 최동호 씨가 연결이 돼 있습니다. 최 선생님 안녕하세요?
◆ 최동호> 예, 안녕하세요.
◇ 김현정> 사실 거리 응원하면 월드컵 기간에 볼 수 있는 가장 유명한 풍경, 월드컵의 명물이 됐는데 이번에는 세월호 사건을 겪으면서 의견이 분분합니다. 최 선생님은 그래도 하자는 입장이시네요?
◆ 최동호> 그렇습니다. 저는 거리응원 하자는 입장이거든요.
◇ 김현정> 왜 그렇습니까?
◆ 최동호> 이유는 간단합니다. 왜냐하면 스포츠가 단순히 보고 즐기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라고 주장하기 때문이거든요. 우리 시대의 아픔을 스포츠가 어루만져줄 수도 있고 또 새로운 희망을 줄 수도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월드컵 응원에서 우리가 사는 모습을 그대로, 2014년 6월을 이번 월드컵에 그대로 담아보자, 그런 취지에서 그렇죠.
◇ 김현정> 어루만져주는 힐링의 작용을 응원을 통해서 할 수 있다, 이런 말씀이세요?
◆ 최동호>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좀 조용히 각자 응원하자라고 하는 분들은 응원을 아예 하지 말자는 것은 아닌데 예전처럼 그렇게 모여서 축제하듯이 벌일 필요가 있겠느냐, 아직도 참사가 진행 중인데. 말하자면 국가 전체가 국상을 당한 셈인데 광화문에서 떠들썩하게 하는 방식이 아닌 각자 조용하게 하는 방식이 낫지 않겠느냐, 이런 건데요?
◆ 최동호> 제가 이 길거리 응원을 하자는 취지도 그와 비슷한데요. 예를 들면 연예인 공연이나 방송사에서 이것을 또다시 프로그램으로 중계하는 것에는 반대입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우리가 지금 사는 모습이 아니라는 거죠. 오히려 2014년 6월을 왜곡한다는 뜻이거든요. 세월호 참사의 애도가 아직 남아 있고요. 또 슬픔도 아직 가시지는 않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2014년 6월을, 우리가 사는 모습을 그대로 담아보자 라는 뜻은 길거리 응원 속에서 응원 시작 전에 우리가 묵념도 하고 또 응원 도중에 잠시 침묵의 시간도 갖고, 또 가능하다면 잊혀질까 두렵다라는 안타까운 심경을 고백하신 유가족들이 길거리 응원 마지막에 솔직히 국민에게 하고 싶은 말이라도 좀 할 수 있게 하는, 그런 애도와 응원이 함께하는 길거리 응원을 얘기하는 것이거든요.
◇ 김현정> 응원이라는 그 축제분위기와 애도분위기가 붙을 수 있는 건가요?
◆ 최동호> 예를 들면 우리가 한번 생각을 해 보죠. 우리가 장례식이나 축제의 '제'자도 제가 알기로는 제례의 '제'자로 알고 있거든요. 아주 슬픔에 잠긴 장례나 이별의 아픔도 있겠지만 이것을 좀 더 승화하게 돼서 우리 마음을 나누게 되는, 그래서 서로가 서로에게 치유를 줄 수 있는 그런 공감이 될 수도 있겠죠.
◇ 김현정> 말하자면 문상 갔을 때 오히려 떠들썩하게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안부도 묻고 하면서 마치 상갓집이 축제분위기처럼 느껴질 때도 있거든요. 그래서 예전에 '축제'라는 영화도 있었고. 그런 것을 떠올리시는 거예요?
◆ 최동호> 예, 그렇죠. 만약에 유가족들이 국민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길거리 응원을 통해서 전할 수 있고요, 또 우리가 유가족들로부터 그동안의 관심에 고맙다, 그리고 우리를 잊지 말아달라 라는 말을 진정성을 담아서 우리가 주고받을 때에, 유가족으로부터 그런 얘기를 듣는 우리도 좀 치유가, 마음에 부담을 덜 수는 있을 거라고 생각이 되거든요.
그리고 한자리에, 예를 들면 10만명이나 20만명이나 (모일 수 있는) 광장에 진정성을 갖고 있는 국민들이 함께 모일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었을까, 그것이 바로 스포츠라는 얘기죠.
◇ 김현정> 그런데 지금 나오는 얘기들로 봐서는 그 자리에 유가족이 참여한다든지, 혹은 응원하기 전에 묵념을 한다든지 이런 계획은 아직까지는 발표된 것은 없거든요. 그런데 만약 그런 이벤트가 따로 있지 않다면 그 경우는 어떻습니까?
◆ 최동호> 그런 경우에는 오히려 우리가 지금 사는 모습, 2014년 6월을 좀 왜곡하는 길거리응원이 될 가능성이 많다 라고 봅니다. 종전과 같이 연예인들이 초청이 돼서 공연이 되고, 이것이 방송으로 그대로 중계가 됐을 때는 우리가 길거리 응원에 대해서 지적하고 있는 그대로의 상업화된 길거리 응원, 그리고 자본에 의해서 기획되고 하나의 상품이 돼버린 길거리 응원이기 때문에 오히려 2014년 6월을 왜곡할 수도 있다 라고 봅니다.
◇ 김현정> 상업화된 방식의 길거리 응원이라면 그것은 의미가 없을 것이고, 지금의 응원분위기와 애도분위기가 섞인 우리가 서로 서로를 위로할 수 있는 길거리 응원이라면 찬성한다, 약간 조건부 응원 찬성이시네요?
◆ 최동호> 그렇습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여기까지 말씀 듣죠. 고맙습니다.
◆ 최동호> 예, 고맙습니다.
(자료사진)
◇ 김현정> 이어서 거리응원으로 세월호가 묻힐 수 있다, 지금은 때가 아니다 라고 우려하는 분이세요. 동아대학교 정희준 교수도 이어서 연결합니다. 정희준 교수님 안녕하세요?
◆ 정희준> 안녕하세요.
◇ 김현정> 그러니까 축구를 보지도 말고 응원을 아예 하지 말자, 이런 입장은 아니시죠?
◆ 정희준> 그것은 아니죠. 저도 지금 월드컵 경기는 보지 않고 있지만 인터넷 상에서 경기 하이라이트 정도는 저도 보고 있습니다.
◇ 김현정> 왜, 응원하고 축구를 개인적으로 즐기는 것은 괜찮지만 길거리에서 모여서 하던 그 방식은 자제해야 된다고 주장하시는 걸까요?
◆ 정희준> 먼저 국가적으로 애도기간이기도 하고요. 그 다음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이라든지 재발방지에 우리가 사실은 온 신경을 써야되는 그러한 상황인데, 이 월드컵 분위기가 그런 분위기들을 완전히 흩뜨릴 수가 있거든요. 또 어떤 정치인들은 이런 것들을 또 이용을 하려고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해서 그런 염려에서 드린 말씀입니다.
◇ 김현정> 그런데 앞에서 최동호 평론가께서는 모여서 하는 거리응원이 치유의 장이 될 수도 있다, 서로 서로 모여서 얼굴 부대끼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응원하는 것이 그런 것을 통해서 오히려 서로 서로 치유를 받을 수 있다 라고 말씀하시는데요?
◆ 정희준> 치유라는 것은 언제 가능한 것인가, 우리가 세월호 참사의 그러한 진상규명을 완전하게 하고 그다음에 이것에 대한 재발방지가 되는 그 순간 우리는 치유가 되는 것이지 엉뚱하게 거리에 나가서 축구응원 한다고 해서 치유가 될 거라고는 저는 절대 생각하지 않습니다.
◇ 김현정> 예를 들어서 응원을 시작하기 전에 같이 묵념을 한다든지 또 응원이 끝난 후에 유가족들이 나와서 뭔가 지금까지 하고 싶었던 말, 발언할 기회를 그 많은 사람 앞에서 갖는다든지 하는 이벤트를 함께 하면 어떻겠느냐, 이런 아이디어도 내셨어요.
◆ 정희준> 사실 세월호 유가족분들께서도 월드컵이 다가오니까 상당히 걱정을 많이 하셨던 것 같아요. 단원고등학교 아이들도 그러지 않았습니까. 이제 여러분들 월드컵 시작되면 우리 잊을 거 아니에요, 이런 식으로까지 얘기했었는데 그분들에게는 이게 현실화되는 거죠.
그래서 사실은 그런 두려움 속에서 어쩔 수 없이 먼저 손을 내밀어서 그렇다면 월드컵 응원할 것이라면 좀 이런 식으로 한번 해 보지 않겠냐 얘기를 하신 건데요. 저는 오히려 그것이 아니고 그냥 우리가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재미있게 응원을 하시고 응원은 응원대로 하고 그다음에 세월호에 대한 문제는 별개로 생각을 해야지, 거리응원을 하는 그러한 면죄부처럼 그런 것들을 자꾸 활용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오히려 그 분위기가 잘 섞이지 않을 거라고 보시는 건가요?
◆ 정희준> 저는 좀 궁금한 게 이제까지 냉담하시다가 왜 월드컵 응원하면서 그런 데에 관심을 가져주겠다고 하시는지 이해가 잘 안됩니다.
◇ 김현정> 지금까지 냉담했다라고 하시는 건 왜일까요. 지금까지 관심가졌던 분들이 월드컵 시작하니까 월드컵도 관심 가질 수 있는 것 아닌가요. 이분법적으로 딱 나눠서 볼 수는 없을 것 같은데?
◆ 정희준> 물론 그렇기는 한데요. 분위기죠. 기업들, 방송사들, 그 다음에 수많은 광고주들은 이 월드컵 분위기를 띄우려고 할 거고요. 그 다음에 또 제가 아까 말씀드렸듯이 상당수의 정치인들도 이것을 이용하려고 할 겁니다. 그런데 이제 그것 때문에 세월호 유가족들은 걱정이 돼서 그렇게 하신 건데요.
저는 거리응원과 이것은 좀 분리를 해야 된다고 생각하고요. 또 지난번에 어느 평가전 때였나요, 붉은악마가 16분간의 침묵응원을 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붉은악마의 경우 그분들 입장에서는 분명히 응원을 하기는 해야 할텐데 그냥 할 수는 없고 뭔가 방법을 생각을 했었겠죠. 그런데 그러다가 만들어낸 방법이 침묵응원이란 건데요. 사실 이것은 저는 이렇게 봅니다. 스스로에게 그냥 셀프면죄부를 주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 아니었나. 응원을 하기는 해야 되는데 그냥 할 수는 없으니까 일종의 하나의 장치를 마련한 거라고 저는 보는데요.
그 후원을 해서 만들어지는 거리응원 공간, 그 다음에 또 예를 들어서 유명가수들이 나와서 엉덩이 흔들고 인디밴드들이 나와서 머리 흔들고 하는 이러한 응원 공간들, 이런 것들은 우리가 이제 사양해도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는 거죠. 그저 우리들끼리 모여서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집에서, 동네 호프집에서, 또 거리에서 응원을 얼마든지 할 수가 있거든요.
사실 서울에서의 거리응원이 우리나라의 전체분위기를 좌우하게 되거든요. 방송사들은 집중적으로 거기를 중계방송하고 많은 기사들이 살포가 될 거고요, 인터넷을 통해서. 그렇게 되다 보면 굉장히 여론이 호도가 되고 하는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제가 집중적으로 얘기하는 것은 서울에서의 그런 거리응원인데, 서울에서 특히 거리응원들이 보면 굉장히 상업적으로 변질되는 그러한 응원들이 많기 때문에 특히 세월호를 쳐다보는 우리 입장에서는 굉장히 불편하고 바람직하지 않다고 느낄 수밖에 없게 되는 거죠.
◇ 김현정> 알겠습니다. 정희준 선생님 여기까지 말씀 듣겠습니다.
◆ 정희준> 예, 감사합니다.
◇ 김현정> 동아대학교 정희준 교수까지 만났습니다.
[김현정의 뉴스쇼 프로그램 홈 바로가기]반대측>찬성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