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19일 오후 인천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개회식에서 배우 이영애와 어린이들이 성화를 점화 하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인천 아시안게임 개회식의 총감독을 맡은 임권택 감독과 총연출을 담당한 장진 감독이 개회식에 대한 비판에 대해 해명했다. 30일 인천 연수구에 위치한 메인프레스센터에서 폐회식 관련 기자회견이 열렸지만 미디어의 관심은 개회식 관련 이슈에 집중됐다.
인천 아시안게임 개회식은 성화 최종 점화자가 사전에 노출됐다는 점, 체육인이 아닌 배우 이영애 씨가 성화 최종 점화자로 나섰다는 점, 행사가 전반적으로 한류스타 위주로 진행됐다는 점 등으로 논란을 빚었다.
먼저 개회식이 한류 축제였다는 지적에 대해 장진 감독은 "문화공연 전체에 자발적으로 참여한 인천 시민이 1500명 이상이었다. 문화공연에 등장한 한류 연예인은 2명이었다. 수많은 문화인들 그리고 그들이 지켜온 문화 자존심에 관련된 무대에 대해 기사 한 줄 안 쓰는지 야속하다. 역시 클릭할 수 있는 것 위주로 기사를 쓰는구나 생각했다"고 반박했다.
하계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과 같은 스포츠 종합대회에서 비체육인이 성화 최종 주자로 나서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이에 대해서는 연출진에서 모든 캐스팅 과정에 관여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연출 의도와는 달리 이영애 씨와 함께 성화 최종 점화를 위해 나선 두 명의 체육 꿈나무가 아닌 이영애 씨에게 초점이 맞춰진 것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임권택 감독은 "성화 마지막 주자로 이영애 씨가 클로즈업 됐다. 원래 계획은 새롭게 태어나고 싹으로 자라는 두 어린이가 주목을 받도록 하는 것이었다. 비단 성화 뿐 아니라 TV카메라와 연출자들의 소통이 원만하지 못했다. 목적했던 것이 매우 선명하게 각인되지 못해 여러 분들에게 체육대회 준비가 아니고 영화제가 아니냐는 호된 꾸중을 들었다"고 말했다.
장진 감독도 "우리는 정말로 마지막에 두 어린이가 계단을 타고 내려올 때 그 아이를 집중해주기를 바랐다. 그 두 아이를 잡는 카메라가 단 하나도 없었다. 중계팀이 너무 바쁘고 힘들어해서 카메라 리허설을 단 한번 해봐서 원하는 순간에 정교한 앵글을 못 잡았다. 이영애 씨는 마지막에 거기서 최종 점화자인 것처럼 보이는 것에 대해 본인이 불편해하고 걱정했다. 그 안에서 엄마의 모습으로, 보호자의 모습으로 응원해주는 사람으로 연출을 했다. 두 아이에 대해 무관심적으로 다뤄진 것에 대해 안타깝다"고 해명했다.
성화 최종 점화자와 관련된 논란 중에서 '스포일러'도 빼놓을 수 없다. 누가 최종 주자로 나서는지에 대한 정보가 사전 유출된 것이다.
이에 대해 임권택 감독은 "우리 집사람도 집요하게 물어봤다. 끝까지 비밀로 지키려고 했다. 어느 매체를 통해 이영애의 이름이 드러나면서 집사람이 항의를 했다. 우리도 매스컴에서 최소한 그런 것을 지켜줄 것이라는 신뢰가 있었다. 굉장히 섭섭하다"며 아쉬워 했다.
전통적으로 성화의 최종 점화자에 대해서는 마지막 순간까지 보안을 유지하는 것이 보통이다. 연출진 입장에서는 충분히 섭섭하고 불만족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성화 최종 점화자가 사전 공개된 것은 대회 조직위원회가 지나칠 정도로 자세하게 힌트를 줬기 때문이다.
조직위원회가 개회식 하루 전에 배포한 개회식 해설자료에는 '이형택 선수가 2명의 꿈나무 선수와 ○○○에게 성화봉을 전달한다'며 두 아이에 대한 프로필을 소개했다.
이어 ○○○에 대해서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한국의 전통과 문화를 알린, 아시아 전역에서 큰 사랑을 받고 중국에 초등학교를 설립하는 등 나눔과 봉사를 통해 아시아의 화합을 이바지한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누구나 직관적으로 배우 이영애 씨의 이름을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친절한 힌트였다. 이처럼 대놓고 공개한 뒤에 보안을 당부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2년 전 런던올림픽 개회식에서는 7명의 10대 체육 유망주가 최종 점화자로 나섰다. 영국이 자랑하는 수많은 스포츠 스타들을 제치고 그들이 주경기장에 등장했을 때 모두가 깜짝 놀랐다. 반전이 있었기에 감동은 더 컸다. 조직위원회는 개회식 해설자료에는 물론이고 성화 최종 점화자에 대한 어떠한 힌트도 제공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