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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감독 발표, 왜 하필 포스트시즌에 할까요?

    [임종률의 스포츠레터]

    '두 감독의 엇갈린 행보' 롯데 자이언츠 지휘봉을 잡은지 약 2년만에 자진사퇴를 발표한 김시진 감독(왼쪽), KIA 타이거즈와 2년 재계약에 성공한 선동열 감독 (사진=롯데자이언츠, KIA 타이거즈 제공)

     

    바야흐로 프로야구의 백미인 포스트시즌이 시작됐습니다. 19일 정규리그 3, 4위 NC와 LG의 준플레이오프(PO) 1차전으로 '가을의 전설' 그 화려한 막이 올랐습니다.

    하지만 야구 팬들의 눈과 귀는 오히려 다른 팀 사령탑에 쏠리는 양상입니다. 지난 17일 정규리그 마지막 날부터 이런 상황은 예견됐습니다. 김시진 롯데 감독의 사퇴 소식이 일부 팀들의 사령탑 거취 화두에 대한 불씨를 키웠습니다.

    시즌 내내 사표와 반려로 시끄러웠던 롯데는 프로야구 최고 인기를 다투는 구단. 당연히 팬들의 시선이 모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여기에 매끄럽지 못한 구단의 대응에 논란이 커졌습니다.

    여기에 선동열 KIA 감독의 재계약 소식까지 들려왔습니다. KIA 구단의 보도자료가 배포된 것은 준PO 1차전이 이미 시작된 19일 오후 3시 40분께였습니다. 팬들의 관심은 단숨에 선 감독의 '연명'에 집중됐습니다. 이날 주요 포털사이트에서 많이 본 스포츠 기사는 준PO 1차전보다 선 감독의 재계약 관련 소식이 더 많았습니다.

    ▲"감독 발표, PS는 피해야" 불문율에도

    야구계에서는 신임 감독 발표는 큰 행사 전에는 하지 않는다는 불문율이 있습니다. 워낙 큰 폭발력을 지니는 사안이라 포스트시즌에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피치 못할 사정이 있으면 휴식일에 해야 한다는 겁니다. 2년 전 김응룡 한화 감독의 선임이 큰 파장을 일으킨 것은 워낙 거물이기도 했지만 당시 두산-롯데의 준PO 1차전이 열린 당일 발표됐던 까닭입니다.

    물론 선 감독의 재계약이 위와 같은 성격은 아닙니다. 새 감독이 아니라 기존 사령탑의 유임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선 감독의 재계약은 최근 3시즌 5위와 두 번의 8위 등 성적이 나빠 교체될 것이 유력했기에 새 사령탑 발표보다 더 큰 파급력을 지녔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한화와의 2년 계약을 마무리하고 한화를 떠나는 김응용 감독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역시 같은 사례는 아니나 김시진 전 롯데 감독의 2년 전 선임 발표도 그랬습니다. 당시 롯데가 양승호 감독의 후임으로 김 감독을 낙점했다는 보도자료는 프로야구 정규리그 MVP 및 신인왕 시상식 당일이었습니다. 프로야구의 잔칫날을 망쳤다는 비난을 받았습니다.

    올해도 포스트시즌보다 다른 쪽에 팬들의 이목이 집중될 상황은 더 있을 겁니다. 올해를 끝으로 계약 기간이 만료되는 감독들이 꽤 있기 때문입니다. 당장 SK가 이만수 감독과 재계약을 포기하고 김용희 육성총괄을 후임 사령탑으로 낙점했다는 얘기가 들립니다.

    여기에 김응용 감독의 임기가 끝나는 한화도 지휘봉을 누구에게 맡길지가 초미의 관심사입니다. 롯데 역시 김시진 감독의 후임을 결정해야 합니다. 두산도 적잖은 팬들이 1년 임기가 남은 송일수 감독의 사퇴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구단들로서도 입장이 난감합니다. 일부러 포스트시즌이나 시상식의 분위기를 망치기 위해 발표할 리는 없다는 겁니다. 새 감독이 시즌 뒤 마무리 훈련부터 팀을 맡아야 선수나 분위기 파악이 가능하기에 선임을 서두를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또 후임이 결정되면 곧바로 발표를 해야 안심할 수 있는 상황도 벌어집니다. 자칫 기밀이 새어 나가면 언론사의 단독 보도로 이어지는데 이 경우 해당 구단은 다른 언론사들의 무시무시한 질타를 받기 마련입니다. 때문에 속전속결로 발표를 해야 하는 딱한 사정이라는 겁니다. 잔칫날 감독 발표를 하는 구단이 "우리도 급했다"는 말을 하는 이유입니다.

    그렇다고 미리 발표하기도 어렵습니다. 자칫 레임덕이 일어나 시즌 막판을 망칠 수도 있는 까닭입니다. 이래저래 타이밍을 잡기가 어려운 게 프로야구 감독 선임 발표입니다.

    ▲야구 선진국 美-日의 경우는 어떨까

    그렇다면 과연 한국 프로야구는 이런 홍역을 매년 겪어야 하는 것일까요? 다른 나라의 경우는 어떨까요? 프로야구가 번성한 미국과 일본은 어떻게 대처할까요?

    일단 이웃나라 일본은 발 빠르게 대처하는 구단이 대부분입니다. 정규리그를 마친 직후 감독의 거취가 결정됩니다. 일본 야구 특파원을 다년 간 경험한 모 기자는 "일본은 감독이 시즌 후반기 재계약 여부를 구단에 문의를 한다"면서 "구단이 그러면 속투(재계약) 여부를 알려주고 시즌 막판 발표가 된다"고 말합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이대호(32)가 속한 소프트뱅크입니다. 아키야마 고지 감독은 지난 7월 오 사다하루 구단 회장으로부터, 지난달 30일에도 연임 요청을 받았지만 고사했습니다. 아내의 건강 문제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겠다는 이유였습니다. 발표는 최근 이뤄졌지만 어쨌든 시즌 후반 의사 결정이 이뤄진다는 겁니다.

    이대호가 속해있는 일본 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아키야마 고지(秋山幸二·52) 감독이 팀 성적과 상관없이 이번 시즌을 끝으로 팀을 떠나기로 했다.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미국은 어떨까요? 기본적으로 한국과 마찬가지나 관심의 집중도는 완전 다릅니다.

    송재우 메이저리그 전문 해설위원은 "일단 미국은 워낙 구단이 많고 지역이 광범위해 포스트시즌과 관계 없이 감독 인선이 이뤄진다"면서 "정말 특별하거나 의외의 인물이면 관심을 모으지만 그나마도 포스트시즌에 묻히는 경우가 많다"면서 고 말했습니다. 한 마디로 '너희들은 감독 발표해라, 우리는 포스트시즌에 신경 쓴다'는 식입니다. 30개 팀이 시차까지 다른 광활한 대륙에 분산된 만큼 가능한 얘기입니다.

    하지만 미국의 50개 주의 하나 정도 크기인 우리나라에서는 다를 겁니다. 9개, 내년부터 10개 구단이 쟁패하지만 다른 팀 사령탑에도 워낙 민감하게 반응하는 한국 프로야구의 열성팬들입니다.

    어쩔 수 없이 포스트시즌에도 다른 팀 감독들의 선임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한국 프로야구가 아닐까요? 다른 팀이라지만 그 팀 감독이 누가 되느냐가 우리 팀 성적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충성심 때문일 겁니다. 한국 프로야구만의 독특한 문화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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