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무슨 죄인가요?' 올해 프로야구 FA 시장은 지난해 광풍을 뛰어넘어 역대 최고액을 찍었다. 그러면서 자생 구조가 취약한 프로 구단들이 자칫 위기를 맞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올해 FA 대박을 터뜨린 장원준, 최정, 윤성환, 박용택, 김강민, 안지만.(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 자료사진=롯데, 노컷뉴스, 삼성, LG, SK)
전 일정을 마무리한 올해 프로야구가 여전히 뜨겁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FA(자유계약선수) 몸값 때문이다. 지난해를 뛰어넘은 FA 광풍으로 쩍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러다가 자칫 프로야구가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론이 제기되고 있다. 자립 구조가 취약한 각 구단들이 과도한 선수 몸값에 휘청일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FA 몸값을 키우기보다 유망주 등 저변 확대에 눈을 돌리자는 자성론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프로야구를 총괄하는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입장은 어떨까. 최근 과열된 FA 시장에 대한 양해영 KBO 사무총장의 의견을 들어봤다.
▲"FA 몸값 폭등? 선수들의 입장은 다를 것"KBO 역시 FA 시장이 과열됐다는 데에는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 양 총장은 "과연 이것이 선수들에게 맞는 몸값인가, 우리 시장 상황에 합당한가 등에 대한 고민은 계속 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FA 시장은 지난해 523억 5000만 원을 훌쩍 넘겼다. 올해 13명이 계약한 금액은 555억 6000만 원으로 지난해 19명 전원의 총액보다 많다. 최정(SK)의 86억 원, 장원준(두산)의 84억 원, 윤성환(삼성)의 80억 원(이상 4년) 등 80억 원 몸값 선수만 3명이 나왔다. 모두 지난해 역대 최고액인 강민호(롯데)의 75억 원을 넘어섰다.
구단의 1년 운영비가 300~400억 원 정도 하는 점을 감안하면 FA 몸값이 너무 많다는 의견이다. 특히 선수 최소 연봉이 2700만 원인 현실에서 저연봉 선수들과 유망주 육성에 구단들이 신경을 쓸 여력이 없어진다는 지적이다. 허구연 KBO 야구발전실행위원장은 "구단들이 비싼 선수들만 찾지 고교 야구 저변 확대 등은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다만 KBO 입장에서는 구단과 선수들의 의견을 모두 들어야 하는 만큼 신중할 수밖에 없다. 양 총장은 "몸값이 너무 높다고 하지만 선수들의 의견은 다를 것"이라면서 "또 구단들도 능력이 되기 때문에 FA들을 잡는 것 아닌가 라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좋은 의견도 입장 차이 때문에 무산되기 일쑤"
그럼에도 FA 제도 개선에 대한 고민은 이어진다. 양 총장은 "지금까지 숱하게 제도를 현실에 맞게 바꿔보려고 노력해왔다"면서 "이번에도 문제가 크다고 판단될 경우 각 구단들과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볼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양상문 LG 감독은 FA에 대해 공개 입찰을 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원 소속 구단과 우선 협상 기간을 폐지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논란이 되고 있는 탬퍼링(사전 접촉)은 물론 FA 몸값의 폭등을 막자는 의견들이다.
하지만 쉽지 않은 문제다. 양 총장은 "공개 입찰도 좋은 의견이지만 선수가 팀을 고를 수 있다는 자유계약선수라는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면이 있다"고 조심스럽게 의견을 개진했다. 이어 "우선 협상 기간 폐지도 전에 나왔던 의견이었다"면서 "최근에는 FA 등급제를 매기자는 얘기도 들었다"고 했다.
해결이 어려운 이유는 이해 관계가 저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양 총장은 "우선 협상 폐지 등도 얘기가 나왔지만 일부 구단의 반대에 부딪혀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좋은 의견이 나와도 구단과 선수들의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합의를 보는 것이 정말 어렵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이어 "지난해와 올해 상황이 또 다르다"면서 "각 구단들이 배출하는 FA 숫자가 다르면 의견도 달라지는데 합의를 이끌어내도 선수협회와 또 부딪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개선에 대한 의지는 확고하다. 양 총장은 "이달 중으로 각 구단 단장들과 워크숍을 통해 FA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면서 "지난해도 외국인 선수 연봉 상한제 폐지 등 발전적인 방안이 나온 만큼 올해도 좋은 의견들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