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무슨 죄입니까?' 올해 FA시장은 지난해를 뛰어넘는 광풍이 불면서 프로야구 공멸론까지 제기됐다. 사진은 FA 대박을 터뜨린 장원준-최정-윤성환-박용택-김강민-안지만.(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 자료사진=롯데, 노컷뉴스, 삼성, LG, SK, 삼성)
"선수들의 권리를 찾고 싶을 뿐입니다."
프로야구 선수들이 최근 불거진 FA(자유계약선수) 광풍과 비활동 기간에 대한 입장을 분명하게 정리했다. FA와 비활동 기간 모두 정당한 선수들의 권리인데 구단들에 의해 취지가 왜곡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는 2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정기총회 뒤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들의 입장을 분명하게 정리했다. 특히 비활동 기간과 FA 문제가 화두가 됐다.
서재응 선수협 회장은 FA 거품에 대해 "FA 몸값이 80억~90억 원이라고 하지만 1년에 받는 돈이 아니다"면서 "대부분 4년에 나눠 받는 금액"이라고 항변했다. 올해 FA 시장에서는 최정(SK)이 4년 86억 원, 장원준(롯데)이 4년 84억 원, 윤성환(삼성)이 4년 80억 원에 계약하면서 너무 많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었다.
또 구단이 과열 경쟁하는데 선수들이 비난의 대상이 되는 데 대해 억울함을 드러냈다. 서 회장은 "구단이 원해서 선수를 데려간 것"이라면서 "그 금액을 제시한 것을 선수들이 수용한 것인데, FA와 관련해서 잘못된 보도가 많이 나오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선수도 "탬퍼링(사전 접촉) 규정 위반도 사실 구단이 먼저 한 것이 아니냐"면서 "왜 선수들이 돈만 아는 사람으로 인식되는지 모르겠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선수들은 훈련과 야구밖에 모르는 게 대부분"이라면서 "돈 계산에는 어둡고 다만 자존심의 문제인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특히 FA 자격 취득 연한이 너무 길다는 의견이다. 서 회장은 "한국에서는 FA 기한이 다른 나라에 비해 길다"면서 "FA 규정을 바꾼다면 과열 문제는 제기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적다는 원인을 해결할 방안이다.
김선웅 선수협 사무국장은 "FA 거품, 과열 등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오히려 구단이 비용을 낮추기 위해 우선 협상, 보상 선수, FA 취득 기간 등을 불공정하게 만들면서 공급을 막아서 빚어진 문제"라고 지적했다. 현재 9년(대졸 선수 8년)인 FA 연한을 단축시키자는 주장이다.
박충식 선수협 사무총장은 "FA 취득 기간 감축을 놓고 KBO와 협상하고 있다"면서 "현재 6~7개월 정도 협상 중인데 긍정적인 부분도 있고, 공감대가 형성된 부분도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선수협은 비활동기간 선수 단체 훈련 금지 규정을 강화했다. KBO 규약상 12월 1일부터 이듬해 1월 15일까지는 어떠한 단체 훈련이나 전지 훈련이 허용되지 않는 비활동 기간이다. 하지만 일부 구단에서는 훈련을 해야 한다는 주장과 움직임이 일고 있다.
서 회장은 "실제로 발견된다면 해당 구단에 벌금을 물릴 예정"이라면서 "어느 팀인지도 공개하겠다"고 강조했다. 서 회장은 "이 기간은 선수들이 1년 동안 뛴 데 대해 재활과 힐링을 해야 하는 기간"이라면서 "그럼에도 훈련을 한다면 선수들의 쉴 권리는 어디에서 찾는가"라고 반문했다.
또 다른 선수는 "구단들이 퇴직금과 4대 보험 등 비용을 피하기 위해 월급을 2월부터 11월까지만 지급한다"면서 "때문에 12월과 1월은 월급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쉬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러면서 비활동 기간에 훈련을 시키는 등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