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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엽다고 女兒 무작정 볼 톡톡? 성추행 맞습니다"

사회 일반

    "귀엽다고 女兒 무작정 볼 톡톡? 성추행 맞습니다"

     


    -가해남, 주변 서성거리며 범행대상 물색
    -피해아동의 의사가 성추행 가르는 기준
    -피해아동 트라우마 커, 남성 혐오증상도
    -합의하는 경우 많아, 실형선고사례 적어

    ■ 방송 :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천정아 (변호사)

    인생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아동 성추행 문제. 문제의 심각성은 너무나 크지만 좀처럼 근절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놀이터에서 여자 초등학생의 뺨을 만진 30대 남성이 미성년자 강제추행죄로 징역 3년과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이 판결이 적절했는지에 대해서 찬반양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죠. 법적으로 이 판결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지 직접 성추행 피해아동의 국선변호를 맡아왔던 천정아 변호사에게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변호사님, 안녕하세요.

    ◆ 천정아> 네, 안녕하세요.

    ◇ 박재홍> 이번에 놀이터에서 여자아이의 뺨을 만진 30대 남성, 강제추행죄로 유죄판결을 받았는데요. 어떤 법리를 근거로 판결을 내린 건가요?

    ◆ 천정아> 피해 아동이 수사 기관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기분이 그렇게 좋지는 않았다고 진술을 했습니다. 그래서 재판부에서는 피해아동의 성적자유를 침해하는 행동이었고, 객관적으로 제3자가 보더라도 추행의 행위로 볼 수 있다고 판시를 한 것입니다.

    ◇ 박재홍> 피해아동이 수치심을 느꼈다는 부분이 참작이 된 것이고. 또한 피의자가 당시에 놀이터에서 계속 서성거리고 있었다는 부분도 고려됐던 것 같은데요.

    ◆ 천정아> 아무래도 범행대상을 물색하는 행동으로 본 거죠.

    ◇ 박재홍> 그런데 피고인 A씨는 이렇게 말을 하고 있어요. ‘놀이터에서 팔꿈치, 손등, 뺨을 만진 게 어떻게 추행이냐’ 이런 반박을 했다고 하는데요. 만졌던 부위를 문제 삼고 있는 것 같은데요.

    ◆ 천정아> 맞습니다. 사실 우리나라도 수십 년 전의 과거로 돌아가면 ‘신체의 특정부위, 가슴이라든가 엉덩이라든가 이런 특정부위를 만지는 것이 무슨 추행이냐?’고 보는 시대가 있었습니다. 그건 정말 옛날 이야기고요. 2000년대 초반 때만 하더라도 성인이 성인의 어깨를 주무르는 행위조차도 강제추행으로 판결한 사례가 있습니다. 지금은 신체부위 중의 어느 부분을 만졌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상대방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느냐, 성적 자유를 침해했느냐 그 자체가 중요한 겁니다.

    ◇ 박재홍> 그러면 외국에서는 어떻게 적용되고 있나요? 일단 터치를 하면 안 된다는 식의 법리로 적용이 되나요?

    ◆ 천정아> 그렇죠. 아동이라 하더라도 의사소통이 되는 수준의 아동이라면 의사를 물어봐야 한다는 거죠. 혹은 주변에 보호자가 있었다면 보호자에게라도 의사를 물어봐야 한다는 거죠.

    ◇ 박재홍> 그것이 바로...

    ◆ 천정아> 사실 이 사건에서도 보면 만약에 그 피해아동의 바로 옆에 엄마나 다른 보호자가 있었다고 하면 과연 이 피고인이 그렇게 서슴없이 뺨이나 손등, 팔꿈치까지 만질 수 있었을까? 그런 생각이 들잖아요. 주변에 보호자가 없었기 때문에 그게 가능했던 거거든요.

    ◇ 박재홍> 그런데 아파트나 엘리베이터를 타거나 할 때 아기들이 너무 귀여워서 순간적으로 부지불식간에 귀엽다 하면서 뺨을 터치하는 경우도 있을 것 같은데요. 그러면 앞으로 절대로 이런 경우가 없어야 되는 건가요?

    ◆ 천정아> 그러니까 상황에 따라 다른 거죠. ‘주변에 보호자가 있느냐, 없느냐’ 혹은 ‘아이와 눈을 맞추면서 웃으면서 대화를 나눴느냐, 아니냐’ 여러 가지 상황에 따라서 다를 수 있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서 사전에 ‘아기가 너무 예쁘다, 몇 살이니?’라는 식으로 인사를 나눴다든가 아니면 그 옆에 있는 엄마에게 ‘아이와 악수 한번 해봐도 되냐, 아이 한번 안아 봐도 되냐’라고 물어봤는지 안 물어봤는지. 이런 것들도 중요한 요소가 된다고 봅니다.

    ◇ 박재홍> 그리고 A씨는 징역 3년과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는데요. 형량은 적절했다고 보십니까?

    ◆ 천정아> 아동청소년에 대한 강제추행사건의 경우에는 범행 횟수가 굉장히 많다든가 피해자의 심리 피해가 굉장히 심각한 정도가 아니면 실제로 실형이 선고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 집행유예가 선고된 편이라서요. 이 사건의 경우도 선고 형량은 적절했다고 봅니다.

     

    ◇ 박재홍> 적절했다는 말씀이시고요. 이제 얘기를 넓혀보죠. 이번 재판도 아동성추행이 문제가 된 사건인데, 우리나라 아동 성추행 실태는 현재 어떻습니까? 사건 건수가 늘어나는 편인가요?

    ◆ 천정아> 과거에도 이런 사건들은 많았지만 근래 들어서는 신고율이 높아져서 실제로 드러나는 사건이 많아진 게 아닌가 싶습니다. 옛날에는 사건이 발생을 해도 외부에 드러나지 않는 경우들이 많아서 인지되지 않는 성폭력 사건이 많았는데요. 근래에는 수면 위로 드러나는 성폭력사건 비율이 좀 더 높아진 것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신고 되지 않는 암수범죄들도 굉장히 많다고 생각합니다.

    ◇ 박재홍> 실제로 변호하시면서 사건 현장에서나 법정에서 피해아동들을 많이 보셨을 것 같은데. 이런 일을 당하게 되면 아이들이 겪는 정신적인 피해라든가 트라우마가 굉장히 심각할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 천정아> 성인도 아동도 그 충격이 굉장히 큰데요. 무조건 모든 남성에 대해서 혐오감이나 공포심을 갖는다든가 하는 그런 부작용도 있을 수 있습니다.

    ◇ 박재홍> 남성에 대한 무조건적인 거부감이라든지 그런 게 있을 수 있다는 말씀이고요. 실제로 피해 아동을 만나 보셨을 텐데. 변호사님을 대하거나 또 그런 사건에서 얘기를 할 때 마음을 터놓고 얘기를 합니까?

    ◆ 천정아> 아니죠. 굉장히 어려워하죠. 얘기하기 싫어하고 무서워하고요. 피해 아동이 본인의 진술로써 범행을 밝혀야 한다는 수사상의 한계 때문에 아동에게 또 다른 고통을 준다는 점에서 참 힘든 점도 있습니다.

    ◇ 박재홍> 실제로 고통을 호소했던 목소리도 들으신 바가 있을 것 같은데 사례를 들어주신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 천정아> 특히 아동의 경우는 주변 사람들 사이에서는 다 소문이 납니다. 그래서 친구들이 ‘너 이런 일이 있었다며?’ 주변 부모들이 ‘누구네 집 아이들이 그런 일이 있었다며?’ 이런 이야기가 돌고 하면 아이들이 학교 생활을 적응하기가 힘들어집니다. 그래서 소리소문 없이 전학을 간다든가 이사를 간다든가 이런 일까지 생기기도 합니다.

    ◇ 박재홍> 무엇보다 후에 학교생활까지 위협을 받게 되니까 정말 아이의 인생에는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게 되네요. 이제 이러한 문제들이 근절돼야 할 텐데 변호사님, 어떻게 보세요? 앞으로 제도적으로 보완할 게 뭐가 있을까요?

    ◆ 천정아> 단순히 제도를 새로 만들고 법을 바꾸는 수준의 차원이 아니라 기본적인 인식의 변화가 필요한데요. 좀 더 어린 나이 때부터 성에 관한 아주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성폭력 예방교육까지 모두 이루어져야 된다고 봅니다.

    ◇ 박재홍> 그래요. 아이들이 또 여성들이 자기 몸을 방어할 수 있는 그런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명확한 인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이런 말씀인 것 같고요.

    ◆ 천정아> 물론 남자도 같이 교육을 받아야죠.

    ◇ 박재홍> 맞습니다. 그건 당연한 거고요. 그리고 실제로 재판이 진행되다 보면 항소심이 이어지면서 형량이 줄어든다는 얘기도 있습니다마는 대체로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 천정아> 감형 요소로 가장 중요한 게 피해자하고 합의가 됐다든가 공탁을 했다든가 하는 것이고요. 피해자하고 합의나 공탁이 됐다고 하면 실형이 아닌 집행유예로 감형이 되는 경우도 있고 형량이 줄어드는 경우도 있고요. 그런데 이건 아동 성폭력 사건만 그런 건 아니고요. 성인에 대한 성폭력 사건도 마찬가지입니다.

    ◇ 박재홍> 그렇군요. 무엇보다 여자 아이, 그러니까 아동에 대해서도 절대로 마음대로 터치를 하면 안 되고 아동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걸 분명히 이 사회가 인식하고 또 그 부분에 대해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 천정아> 네, 맞습니다.

    ◇ 박재홍> 이 땅에서 딸 키우기 어렵다, 이런 말 더 이상 듣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말씀 여기까지 들을게요. 고맙습니다.

    ◆ 천정아> 감사합니다.

    ◇ 박재홍> 천정아 변호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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