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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2015년 박병호-테임즈와 1998년 이승엽-우즈

    [임종률의 스포츠레터]

    '2015년은 1998년 데자뷰?' 올해 치열한 홈런, 타점 경쟁을 펼치고 있는 넥센 박병호(위 오른쪽)와 NC 테임즈(위 왼쪽)는 지난 1998년부터 시작된 삼성 이승엽(아래 오른쪽)과 당시 두산에서 뛰던 우즈의 세기적인 대결을 떠올리게 한다.(자료사진=넥센, NC, 삼성)

     

    '국가대표 4번 타자' 박병호(넥센)와 '전지전능' 에릭 테임즈(NC)의 거포 대결이 점입가경입니다. 29살 동갑내기, 토종과 외국인 장타자 경쟁이 프로야구 후반기를 후끈 달구고 있죠.

    둘은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에서 뜨거운 홈런과 타점 경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10일 현재 박병호가 38홈런, 104타점으로 35홈런, 101타점의 테임즈에 모두 3개 차로 앞선 1위입니다. 박병호가 KBO 리그 사상 최초의 4년 연속 홈런, 타점왕을 이룰 가능성이 적잖아 보입니다.

    하지만 박병호는 101경기, 테임즈가 98경기를 치렀습니다. 넥센이 101경기, NC가 100경기를 소화한 가운데 테임즈가 1경기를 더 남긴 상황. 많지 않은 차이지만 향후 홈런, 타점 레이스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겁니다.

    여기에 테임즈는 장타율이 어마어마합니다. 7할9푼8리, 무려 8할에 육박하는 장타율은 박병호(7할8리)를 넉넉히 앞섭니다. 특히 프로 원년인 1982시즌 백인천 당시 MBC(현 LG) 감독 겸 선수의 역대 한 시즌 최고 기록(7할4푼)을 능가할 태세입니다.

    나머지 타격 부문도 대부분 둘이 양분하고 있습니다. 박병호는 홈런, 타점 외 최다 안타도 1위(135개)를 달립니다. 테임즈는 장타율과 타율(3할7푼3리), 득점(99개), 출루율(4할8푼9리)도 1위입니다. 도루를 제외한 타격 7개 부문을 둘이 나눠가진 모양새입니다.

    ▲이승엽-우즈 '토종 vs 외인' 경쟁 시발점

    둘의 대결을 보고 있자니 17년 전인 1998년이 불현듯 떠오릅니다. '국민 타자' 이승엽(39 · 삼성)과 '흑곰' 타이론 우즈(46 · 전 두산)가 펼쳤던 뜨거웠던 토종과 외인 거포 대결입니다.

    '아 저럴 때가 있었는데' 지난 2001년 한국시리즈에서 대결을 펼쳤던 삼성 이승엽(왼쪽)과 두산 우즈.(자료사진=삼성 라이온즈)

     

    1998년은 한국 프로야구 역사에 남을 시즌이었죠. 사상 처음으로 외국인 선수 제도가 도입된 해였습니다. 힘 좋은 외국 선수들이 장타력을 뽐내면서 토종 선수들이 엄청난 충격을 받고 위축됐던 시즌이기도 했습니다.(외인들의 가세는 이후 국내 선수들이 웨이트 훈련 등 벌크업에 너도나도 뛰어들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 한국 야구를 한 단계 도약시킨 시발점으로 볼 수 있을 겁니다.)

    특히 가장 큰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면서도 홈런을 펑펑 날린 우즈의 괴력에는 입이 쩍 벌어졌습니다. 구장을 가리지 않고 경이적인 장타를 날려댔던 외국인 타자들은 홈런 가뭄에 시달리던 KBO 리그에 미친 영향이 대단했습니다.

    KBO 리그는 1992년 당시 빙그레(현 한화) 간판 타자 장종훈 롯데 코치가 41홈런 신기록을 세운 이후 홈런 수가 크게 줄어 고민이었습니다. 1994, 95년 홈런왕은 김기태(당시 쌍방울), 김상호(당시 OB)의 25개에 불과했습니다. 이후 96년 박재홍(당시 현대)이 간신히 30홈런, 97년 이승엽이 32홈런으로 타이틀을 차지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우즈가 당시 한 시즌 최다 신기록인 42홈런을 날렸습니다. 97년부터 홈런에 눈을 뜬 이승엽도 열심히 쳤지만 38개에 머물러 우즈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우즈는 타점도 103개로 이승엽을 1개 차로 제치면서 최고 거포로 거듭났고, 외국인 선수 사상 최초로 정규리그 MVP까지 올랐다. 이승엽은 장타율에서 6할2푼1리로 우즈를 2리 차로 앞섰지만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이후 이승엽은 우즈에게 엄청난 충격을 입었다고 털어놓은 바 있습니다.)

    절치부심한 이승엽은 이듬해 54홈런을 날리며 34개에 그친 우즈를 압도했습니다. 그러나 한국 야구는 이미 외인 거포들이 득세하고 있었습니다. 45홈런의 로마이어(한화), 40홈런의 스미스(삼성), 샌더스(해태), 36홈런의 호세(롯데), 31홈런의 피어슨(현대) 등 홈런 10위 중 6명이 외인이었습니다. 이승엽은 타점도 123개로 간신히 호세를 1개 차로 제쳤죠.

    '추억의 인물들' 지난 2000년 한화의 창단 첫 우승을 이끌었던 한화 로마이어(오른쪽)와 화려한 메이저리그 경력을 자랑했던 삼성 프랑코의 경기 모습.(자료사진=삼성)

     

    이후 우즈는 2000년에도 39홈런, 111타점으로 36홈런, 95타점의 이승엽을 앞섰습니다. 다만 그해는 현대 듀오 박경완과 박재홍이 각각 40홈런과 115타점으로 타이틀을 가져갔습니다. 2001년에는 이승엽이 홈런왕(39개, 95타점)에 올랐고, 우즈가 타점왕(113개, 34홈런)을 차지해 사이좋게 양분했습니다.

    2001년 한국시리즈에서 이승엽의 삼성을 꺾고 우승했던 우즈는 이듬해 25홈런 82타점으로 부진했습니다. 전성기에 오른 이승엽이 47홈런 126타점으로 토종 거포의 자존심을 세웠고, 자신과 팀의 첫 우승까지 이뤄냈습니다.

    이후 우즈가 일본으로 진출하면서 둘의 대결은 잠시 일단락됐죠. 그러나 둘의 거포 경쟁은 20세기에서 21세기로 넘어가는 시기에 펼쳐진 그야말로 '세기의 대결'로 한국 야구 역사에 남을 겁니다.

    ▲박병호-테임즈, 외인 타자 부활에 경쟁 재점화

    그런 이승엽과 우즈 이후 실로 10여 년 만에 모두의 관심을 집중시킬 만한 '토종-외인' 거포의 대결을 펼치는 겁니다. 주인공은 박병호와 테임즈로 바뀌었죠.

    사실 외국인 타자들은 용병 제도가 도입된 초반 맹위를 떨쳤지만 이후 거의 자취를 감추다시피 했습니다. 우즈와 호세를 비롯해 퀸란, 브룸바(이상 현대), 페르난데스(SK), 데이비스(한화) 등이 활약했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 각 팀들이 외인 투수들을 선호하기 시작했습니다.

    '호세 가르시아, 이름이 이상하게 어울리네?' KBO 리그 롯데에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호세(왼쪽)와 2011년 마지막 외국인 타자였던 가르시아.(자료사진=삼성, 한화)

     

    우즈 이후 외인 홈런왕은 2005년 35개의 서튼(현대)가 유일했죠. 그것도 이승엽이 일본으로 진출한 이후라 견제할 만한 토종 타자들이 적었습니다. 당시 2위는 심정수(당시 삼성)의 28개였습니다.

    여기에 이승엽과 우즈 시대 이후 어떤 이유에선지 KBO 리그 전체 홈런수도 줄었습니다. 일본 소프트뱅크 소속인 이대호는 롯데 시절인 2006년 홈런왕에 올랐는데 26개였습니다. 07, 08년 1위 심정수와 김태균(한화)도 31홈런이었죠. 마치 90년대 중반으로 회귀한 듯했습니다. 물론 3년 동안 호세(22개)와 브룸바(29개), 가르시아(당시 롯데, 30개) 등 외인들도 홈런 2위에 올랐지만 수 자체가 적어 라이벌 대결의 열기는 떨어졌습니다.

    그러다가 지난해 외국 선수 제도가 바뀌었죠. 2명에서 3명 보유로, 특히 야수 1명 이상을 채우도록 변했습니다. 역대 가장 두드러졌던 타고투저 현상 속에 테임즈, 나바로 등의 타자들이 맹위를 떨쳤습니다. 다만 지난해 박병호가 52홈런을 날리면서 이 부문 3연패를 이뤄 경쟁하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테임즈가 완전히 KBO 리그에 적응하면서 강력한 도전자로 나선 형국입니다. 그러면서 박병호와 국내외 거포 대결이 치열해졌습니다. 테임즈는 지난해도 121타점으로 박병호(124개)에 이어 2위였습니다.

    지난주 두 거포는 나란히 뜨거웠습니다. 테임즈가 6경기 타율 5할4푼5리(22타수 12안타) 4홈런 7타점으로 불방망이를 휘둘렀습니다. 그러자 박병호도 8일 우천 취소돼 테임즈 등 다른 선수들이 쉬었던 10일 재개된 삼성과 대구 원정에서 쐐기 투런포를 쏘아올리는 등 지난주 6경기 4홈런 10타점을 쓸어담았습니다.

    '과연 누가 최고일까' 올해 뜨거운 장타자 대결을 펼치고 있는 넥센 박병호(오른쪽)와 NC 테임즈, 어느 선수가 최후에 엄지를 치켜들 수 있을까.(자료사진=넥센, NC)

     

    이승엽과 우즈 이후 가열하게 펼쳐지고 있는 국내외 거포 대결, 과연 승자는 누가 될까요. 박병호와 테임즈가 세기말과 초를 달궜던 이승엽-우즈의 대결 이상의 명승부를 펼칠 수 있을까요?

    p.s-KBO 리그에서 아쉬움이 남았던 걸까요? 이승엽과 우즈는 한국에서 못 다 이룬 경쟁을 일본에서 이어 펼쳤습니다. 이승엽이 2003년 당시 아시아 홈런 신기록인 56홈런을 날린 뒤 지바 롯데로 진출한 겁니다. 이후 2006년 이승엽이 요미우리로 이적하면서 당시 같은 센트럴리그 주니치에서 뛰던 우즈와 거포 대결을 펼친 겁니다.

    공교롭게도 박병호와 테임즈도 해외 무대에서 뛸 가능성이 적지 않습니다. 박병호는 올 시즌 뒤 구단 동의 하에 해외로 진출할 자격을 얻습니다. 현재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다투어 박병호의 KBO 리그 경기를 점검하고 있습니다. 강정호(피츠버그)에 이어 2호 KBO 출신 빅리그 타자가 될 공산이 큽니다.

    KBO 리그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친 테임즈 역시 주가가 폭등하고 있습니다. 다만 테임즈는 미국이 아닌 일본 진출이 더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그렇게 본다면 둘이 펼칠 거포 대결은 올해가 마지막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더 박병호와 테임즈의 경쟁이 뜨거운지도 모르겠습니다.

    '우즈 형, 그때가 그립네요' 지난 2001년 정규리그 MVP 시상식 때 삼성 이승엽(오른쪽)이 수상자로 결정되자 두산 우즈가 축하해주는 모습.(자료사진=삼성)

     

    p.s의 p.s-그런 시간이 흘렀음에도 이승엽은 세월의 무게를 견뎌내고 아직까지 현역으로 뛰고 있습니다. 올해 KBO 리그 통산 400홈런이라는 대기록까지 세웠습니다.

    비록 부상으로 빠지긴 했지만 지난주 KBO 리그 주간 타율 1위가 이승엽이었습니다. 4경기 타율 6할1푼1리(18타수 11안타) 2홈런 6타점을 올렸습니다. 박병호, 테임즈처럼 6경기를 뛰었다면 또 얼마나 수치가 올라갔을지 모릅니다.

    올해 98경기 타율 3할4푼1리(5위) 21홈런(8위) 74타점(12위). 테임즈까지는 아니어도 앤드류 브라운(SK, 22홈런 56타점), 짐 아두치(롯데, 20홈런 74타점) 등과는 여전히 국내외 장타자 대결은 거뜬합니다. 정말 대단하다고밖에 얘기할 수 없는 선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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