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밀 로저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한화는 올해 나이저 모건, 쉐인 유먼, 미치 탈보트 등 세 명의 외국인 선수로 출발했다. 공통점은 아시아 야구 경험이다. 모건은 지난해 일본프로야구에서 타율 2할9푼4리, 홈런 11개를 쳤고, 유먼은 한국프로야구에서만 3년을 활약했다. 탈보트 역시 2012년 삼성 유니폼을 입고 14승을 거둔 투수였다. 이미 일본과 한국에서 성공을 경험했던 선수들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모건은 요란한 'T 세리머니'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고작 10경기만 뛰고 방출됐다. 유먼은 4승6패 평균자책점 4.52로 나름 제 몫을 했지만, 부상으로 짐을 쌌다.
그나마 탈보트가 버텨주고 있지만, 24경기 8승9패 평균자책점 5.48을 기록 중이다. 규정 이닝을 채운 선발 투수 가운데 평균자책점이 가장 높다. 이미 교체 카드 두 장을 다 쓴 김성근 감독은 "탈보트는 실패한 투수"라고 혹평하기도 했다. 외국인 투수로 재미를 보지 못한 팀 중 하나다.
그런 한화가 최근 외국인 선수 덕분에 웃고 있다.
으뜸은 역시 유먼 대신 영입한 에스밀 로저스다. 뉴욕 양키스에서 뛰다가 한화에 합류한 로저스는 그야말로 돌풍, 아니 태풍 수준이다. 시즌이 반도 안 남은 상황에서 70만달러(에이전트 발표 100만달러)라는 큰 돈을 썼지만, 전혀 아깝지 않다.
첫 등판이었던 6일 LG전부터 9이닝 1실점 완투승을 거두더니, 11일 케이티전에서는 완봉승을 기록했다. 16일 삼성전에서 7⅓이닝 4실점했지만, 22일 KIA를 상대로 다시 완봉승을 거뒀다. 4경기 34⅓이닝 5실점, 평균자책점 1.31. 다른 팀 에이스들을 뛰어 넘는 활약이다. 무엇보다 지칠 대로 지친 한화 불펜진에게 휴식을 보장해주는 투수다.
제이크 폭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모건을 보내고 데려온 제이크 폭스도 김성근 감독을 흐뭇하게 만들고 있다.
폭스는 5월 합류해 4경기 만에 부상으로 쓰러졌다. 세 달 가까운 공백을 보내고 지난 16일 복귀한 뒤 선발로 나선 두 경기에서는 모두 안타를 쳤다. 그리고 26일 삼성전에서 6타수 4안타(홈런 1개)를 기록하며 타격감을 찾았다.
특히 6회초부터는 포수 마스크까지 썼다. 2004년 엔젤 페냐(당시 한화), 2014년 비니 로티노(당시 넥센)에 이은 세 번째 외국인 포수 출전. 사실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에서도 포수 경험이 있지만, 수비력이 좋은 포수는 아니었다. 하지만 포수 폭스도 나쁘지 않았다. 5회까지 이미 8점을 내준 상황. 아이러니하게도 폭스가 마스크를 쓴 6이닝 동안 실점은 딱 1점에 불과했다. 포수가 약한 한화로서는 폭스의 이런 활약이 반가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