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우. (사진=넥센 히어로즈 제공)
넥센은 2013년 처음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현대 왕조를 이어받은 2008년 이후 처음이었다. 결과는 준플레이오프 탈락. 하지만 이듬해 플레이오프를 거쳐 한국시리즈 무대까지 밟았다. 모두 염경엽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일어난 일이다.
그리고 올해도 4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지만, 3년 내내 달고 다닌 약점은 떨쳐내지 못했다. 바로 선발 로테이션에 대한 약점이다. 외국인 투수 2명을 제외하면 3년 동안 로테이션을 확실히 책임져 줄 토종 선발 없이 포스트시즌을 치렀다. 대신 필승조가 전천후로 던져야했다. 결국 필승조에 과부하가 걸렸고, 올해도 준플레이오프에서 쓴 잔을 마셨다.
14일 열린 준플레이오프 4차전. 넥센은 7회초 선발 양훈이 마운드를 내려갈 때까지 9-4로 앞서고 있었다. 손승락과 한현희, 조상우라는 강력한 필승조가 있는 넥센이기에 두산 벤치도 사실상 경기를 포기한 상태였다. 두산 김태형 감독도 "5차전이 있으니까 냉정하게 타석에 들어서면 투수들을 좀 보자고 주문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철썩 같이 믿었던 필승조가 와르르 무너졌다. 손승락이 8회초 1점을 내주더니, 한현희가 9회초 주자 2명을 남긴 채 마운드를 내려갔다. 이어 등판한 조상우는 한현희의 승계 주자 2명을 모두 홈에 들여보냈고, 추가로 4점을 더 헌납했다. 9-4의 스코어가 필승조 등판 후 9-11로 뒤집혔다.
손승락(왼쪽)과 한현희. (사진=넥센 히어로즈 제공)
사실 포스트시즌 내내 넥센 필승조는 불안했다. SK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는 한현희가 흔들렸고,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는 손승락과 조상우가 1실점씩하며 연장 접전 끝에 졌다. 1차전 조상우의 실점은 특히나 뼈 아팠다. 이어 4차전에서도 조상우가 주저앉았다. "너무 많이 던지는 것 아니냐"는 김태형 감독의 농담처럼 과부하가 걸렸다.
염경엽 감독도 "어쨌든 불펜이 3명으로 치우치면서 힘들게 시리즈를 끌고 왔다"면서 "조상우가 맞긴 했지만, 최선을 다했다. 감독이 잘못한 것"이라면서 "선발이 부족하면서 전체적으로 과부화가 걸리는 것이기 때문에 내년에도 선발이 가장 중요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결국 선발 로테이션의 약점이 필승조 과부하로, 그리고 준플레이오프 탈락으로 이어진 셈이다.
내년 1순위 과제 역시 선발 로테이션을 만드는 일이다. 지난 3년 동안은 실패했다. 염경엽 감독도 "투수를 못 만든 것도 감독의 책임"이라고 실패를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