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웅 감독은 부임 첫 해지만 그동안 자신이 준비했던 지도자로서 능력을 십분 발휘하며 현대캐피탈을 남자부 선두까지 올려 놓았다.(자료사진=KOVO)
2015~2016시즌의 개막을 앞두고 열린 V-리그 남자부 미디어데이.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의 지휘봉을 잡은 ‘초보감독’ 최태웅은 다른 팀 감독들이 ‘우승’이라는 단어를 제시한 것과 달리 조심스럽게 한국 배구의 숙원인 ‘스피드 배구’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여기에 밝고 영리한, 그러면서 승부욕이 강한 팀으로 만들겠다면서 올 시즌을 기대해 달라고 자신감 있게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 시즌 우승 구도를 전망하는 다른 팀 감독들도 좀처럼 현대캐피탈을 선택하지 않았다. 최태웅 감독은 “매년 현태캐피탈이 우승 후보로 거론됐는데 이름이 안 나오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아쉬운 듯 멋쩍게 웃었다. 하지만 2015~2016시즌 정규리그의 마지막 6라운드가 시작된 현재 현대캐피탈은 무려 13연승을 내달리며 당당히 남자부 선두에 올라있다.
현대캐피탈의 돌풍은 단순히 지난 시즌 5위에서 올 시즌 1위로의 순위 상승뿐 아니라 그동안 V-리그를 지배한 기준을 완전히 바꿔버린 결과라는 점에서 더 큰 의미가 있다.
한국 배구는 세계적 수준과 격차를 좁히기 위해 수년 전부터 ‘스피드 배구’의 도입을 원했다. 하지만 당장 성적이 필요한 V-리그에서는 외국인 선수가 높은 공격 점유율로 공격을 전담했고, 국내 선수들은 외국인 선수를 보조하는 역할에 국한된 임무만을 수행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올 시즌의 현대캐피탈은 과감히 외국인 선수의 공격 점유율을 낮추는 대신, 효율적인 활용을 통해 국내 선수들의 공격 가담을 높였다. 모두가 외국인 선수의 공격에 의존할 때 과감히 다른 선택을 한 현대캐피탈은 한 박자 빠르고, 다양한 공격으로 상대를 괴롭히며 선두에 등극했다.
올 시즌 개막 전 현대캐피탈은 V-리그 타 팀과 연습경기에서 주로 패했다. 심지어 대학팀과 경기에서도 패하며 최태웅 감독의 '스피드 배구' 성공 여부가 선수들 사이에서도 확신이 서지 않았다. 하지만 최태웅 감독은 결과로 선수들에게 자신의 도전을 입증했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연습경기에서는 '동네북' 신세였던 현대캐피탈은 현재 13연승의 무서운 상승세로 V-리그 남자부 선두에 올랐다.(자료사진=KOVO)
◈감독의 과감한 도전, 선수도 달라졌다가장 가까이서 선수단의 변화를 지켜본 현대캐피탈의 김성우 사무국장은 “시간이 갈수록 팀이 단단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고비도 있지만 이겨내면서 힘이 붙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시즌 전만 해도 선수들이 확신이 없었다. 하지만 결과를 보여주니까 선수들도 전적으로 최태웅 감독을 신뢰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태웅 감독의 부임 이후 가장 달라진 것은 선수들의 재발견이다. 여오현과 윤봉우가 플레잉코치를 맡으며 주장이 된 문성민은 매 경기 전후로 선수들을 격려하고, 응원하는 역할까지 자발적으로 하고 있다. 감독과 주장의 솔선수범에 선수들도 달라진 모습으로 호응하고 있다.
김 사무국장은 “주장을 맡으며 성장한 문성민 외에도 박주형 역시 그동안 우리가 보지 못했던 면을 보여주고 있다. 송준호나 노재욱 같은 어린 선수들이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그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올 시즌 달라진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기는 결과에 집착하지 말고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달라져야 한다는 최태웅 감독의 주문에 선수들은 100% 이상의 경기력으로 화답하고 있다. 잘하는 것만 하려던 선수들도 점차 그동안 시도하지 않았던 다양한 장면을 보여주며 스스로 배구에 또 다른 재미를 찾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