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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시·공의 지배자'가 챔피언에 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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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시·공의 지배자'가 챔피언에 오를 것이다

    KCC-오리온, 29일 챔피언결정 6차전 대회전

    '에밋의 공간이냐, 잭슨의 속도냐' KCC 안드레 에밋(왼쪽)과 오리온 조 잭슨이 2015-2016 KCC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에서 돌파를 하는 모습.(자료사진=KBL)

     

    근래 보기 드문 명승부가 펼쳐지고 있는 '2015-2016 KCC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정규리그 3위 오리온이 예상을 깨고 정규리그 우승팀 KCC를 벼랑으로 내몰았다. 그러나 KCC도 5차전에서 기사회생하며 7전4승제 시리즈의 6차전으로 승부를 몰고 갔다.

    일단 오리온은 29일 고양 홈에서 열리는 6차전에서 시리즈를 끝낸다는 각오다. 오리온으로서는 홈 관중의 환호 속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면 금상첨화다. 반면 KCC는 어떻게 해서든 시리즈를 31일 전주 홈 7차전으로 끌고 간다는 다짐이다. 홈에서 강했던 만큼 7차전에서 건곤일척의 승부를 걸어야 할 처지다.

    때문에 6차전은 두 팀 선수들의 말처럼 전쟁과 다름없는 사투가 펼쳐질 전망이다. 그렇다면 승패의 관건은 무엇이 될까. 지금까지 시리즈를 보면 시간과 공간을 지배하는 자가 승리를 거뒀다. 6차전 역시 '시공의 지배자'가 웃을 가능성이 높다.

    ▲스피드를 제압하는 자가 경기를 지배한다

    이번 시리즈에서 스피드(속도)는 승패의 가장 중요한 분수령으로 작용하고 있다. 경기를 얼마나 느리고 빠르게 조율하느냐에서 희비가 갈리고 있다.

    물리학에서 속도는 거리를 시간으로 나눈 값이다. 예컨대, 시속은 한 시간에 얼마나 많은 거리를 가느냐를 뜻한다. 속도는 시간이 중요한 기준이 된다. 즉 이번 시리즈는 시간을 누가 제어하느냐에 성패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챔프전에서 오리온이 스피드에서 상대를 압도하면 크게 이겼고, KCC가 브레이크를 걸어 흐름을 조율하면 접전을 벌인 끝에 승리를 거두거나 석패했다. 전자는 2, 3차전이고, 후자는 1, 4, 5차전이다.

    1차전에서 오리온은 4쿼터 초반까지 앞서다 76-82 뼈아픈 역전패를 안았다. 경기 후 추일승 오리온 감독은 "후반에 뛰는 농구를 하지 못했다"고 패인을 짚었다. 이날 오리온은 속공에서 2-3으로 뒤졌고, 특히 승부의 분수령이던 4쿼터에는 속공이 1개도 없었다.

    '따라올 테면 따라와 봐!' 오리온 조 잭슨은 KCC와 챔피언결정전에서 폭발적인 스피드를 앞세운 원맨 속공으로 팀의 기세를 올리고 있다. 사진은 지난 23일 3차전 경기 모습.(자료사진=KBL)

     

    하지만 2차전에서는 속공이 무려 10-2로 압도적이었고, 3차전 역시 7-2로 크게 앞섰다. 빠른 공격으로 미처 상대가 수비 진영을 갖추기 전에 맹공격을 퍼부었다. KCC 하승진(221cm), 허버트 힐(203cm) 등 장신들은 상대를 따라가느라 지쳤고, 오리온은 조 잭슨과 김동욱, 이승현 등 상대적으로 빠른 선수들이 코트를 휘저었다. 20점 차 이상 대승을 거둔 원동력이었다.

    이에 KCC는 4, 5차전에서 작전을 바꿨다. 당초 추승균 KCC 감독은 "우리도 공격을 빠르게 가져가야 슈터들의 기회가 산다"면서 속공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오리온의 스피드를 당해내지 못하면서 템포를 죽였다.

    4, 5차전에서 KCC는 철저한 지공으로 공격 성공률을 높였다. 상대가 리바운드나 실책 등으로 공격권을 얻은 뒤 빠르게 나서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4차전에서 KCC는 비록 졌지만 막판까지 접전을 펼쳤는데 오리온의 속공은 2개뿐이었다.

    대반격을 이룬 5차전도 역시 KCC는 오리온의 속공을 2개로 막아내 이겼다. 경기 후 추일승 감독은 "전반 KCC의 공격 성공률이 높아 속공 기회가 없었다"고 했고, 추승균 감독은 "템포 바스켓을 하면서 상대 리듬을 느리게 한 것이 효과를 봤다"고 강조했다.

    ▲'에밋 고지전' 공간을 절대 사수하라

    시간과 함께 공간 역시 이번 시리즈의 양대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공간을 철저히 차지하는 팀이 경기에서도 승리를 거머쥐었다.

    스피드가 오리온의 변수였다면 공간은 KCC의 영역이었다. 특히 KCC 공격의 핵인 안드레 에밋이 활동할 공간에 대한 쟁탈전이 뜨거웠다.

    알려진 대로 에밋은 외곽보다는 골밑 돌파를 더 즐기는 선수다. 좌우로 흔드는 크로스오버 드리블은 알고도 당하는 기술이다. 화려한 스핀 무브 역시 넋을 빼놓는 동작이다.

    하지만 에밋이 돌파할 공간이 없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동선을 파악해 미리 장신 수비수가 버티고 있다면 에밋은 막히고 전담 수비수까지 들러붙어 고립되고 만다. 이 수비를 오리온이 기가 막히게 해냈다. 김동욱이 1차로 막고, 애런 헤인즈(199cm)나 최진수(203cm) 등이 페인트존 안에서 대기하는 전략이었다.

    오리온은 이번 챔프전에서 KCC 에밋에 대한 유기적인 겹수비(빨간 원)로 시리즈를 유리하게 이끌어가고 있다.(사진=중계화면 캡처)

     

    KCC에 신명호, 정희재 등 외곽슛이 약한 선수가 있기에 가능한 수비였다. 오리온은 이들의 외곽 수비를 거의 포기하다시피 한 채 에밋을 겹겹이 싸는 데 집중했다. 에밋이 바깥으로 빼줘도 외곽슛이 터지지 않다 보니 KCC의 공격은 풀리지 않았다. 추승균 감독은 "정규리그 때는 나오지 않았던 수비"라고 혀를 내둘렀다.

    이 수비는 또 이승현(197cm)이라는 장사가 있기에 실현됐다. 에밋은 돌파하다 막히면 거인 하승진에게 자주 패스를 한다. 그러나 챔프전에서 하승진은 이승현에 밀려 페인트존 밖에 머물기 일쑤였다. 골밑에서 멀어질수록 위력이 떨어지는 하승진이었기에 역시 KCC는 고전할 수밖에 없었다.

    KCC는 4차전까지 내내 오리온의 수비에 고전했다. 1차전 승리는 하승진 대신 힐의 17점 깜짝 활약이 있었기에 가능했고, 4차전에서는 그동안 난조를 보였던 신명호의 3점슛이 4개나 들어갔기에 접전을 벌일 수 있었다. 2, 3차전은 그야말로 완패였다.

    이에 KCC는 5차전에서 대변화를 줬다. 에밋의 공간을 창출하기 위해 오리온의 수비를 분산시켰다. 수비수 대신 김지후라는 슈터 1명을 더 투입한 것. 1쿼터 KCC는 전태풍의 외곽이 불을 뿜고, 김지후가 허를 찌르는 3점슛 한 방을 날리면서 에밋에 대한 오리온의 수비가 헐거워졌다. 에밋은 마음껏 오리온 골밑을 헤집으며 챔프전 최다 38점을 쏟아부었다.

    오리온은 27일 5차전에서 KCC 슈터 김지후(왼쪽)를 막기 위해 최진수(빨간 원)가 골밑 공간을 내줬다. 그 사이 에밋은 수월하게 골밑을 공격하며 승리를 이끌었다.(사진=중계화면 캡처)

     

    지공과 함께 에밋의 활동 공간 확보는 5차전의 승인이었다. 경기 후 추승균 감독은 "김지후를 넣으면서 에밋에 대한 더블팀이 덜 오는 것 같고, 길을 어느 정도 찾은 것 같다"고 말했다. 추일승 감독은 "전반전 수비가 느슨했다"고 패인을 짚었다. 공간을 잃은 게 컸다.

    사실 시간과 공간은 인생과 세상 전체를 이루는 두 축이다. 이를 잃고서는 제대로 된 삶을 영위할 수 없다. 하물며 농구에서임에랴.

    오리온은 스피드를 끌어올리고 공간을 지켜야 한다. KCC는 최대한 속도를 낮추고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과연 어느 팀이 시간과 공간을 제압하게 될까. 시공의 지배자가 챔피언이 되는 당연한 이치 속에 또 어떤 시공을 초월한 명승부가 펼쳐질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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