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을 앞둔 호남지역 민심에 더불어민주당이 뒤숭숭하다.
김종인 대표의 연이은 광주 방문에도 당 지지도가 반전되기는 커녕 이반 조짐이 커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전 대표의 호남방문 여부를 둘러싼 김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간의 갈등은 더민주의 고심이 깊음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사건이기도 하다.
◇ 더민주, 광주 1곳 (8곳중)·전남북 7곳(20곳중) 우세 분류
지난달 30일 국민의당 수도권 후보 출정식에서 안철수 공동대표와 지역후보들이 총선 승리를 다짐하는 모습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호남에서 국민의당의 우위확보와 더민주의 부진은 자체 분석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더민주는 광주(8석)에서 이용섭 전 의원이 출마한 광산을 지역구 1곳만 '우세' 지역으로 분류했다.
전북(10석)에서는 2곳, 전남(10석)에서는 5곳 만을 우세지역으로 분류할 정도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반면 국민의당은 광주에서만 7곳, 전북과 전남에서 각각 6곳을 '우세지역'에 포함시키며 기세를 올렸다.
CBS가 앞서 1일까지 발표된 언론매체의 여론조사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호남지역 17개 선거구 가운데 국민의당 우세가 7개, 더민주 5개로 국민의당이 앞선 것으로 파악됐다.
호남지역에서 국민의당 바람이 단순히 바람이 아닌,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호남에서 국민의당 강세의 원인은 국민의당이 아닌 더민주에 있다는 것은 정치권 대부분의 일치된 의견이다.
'반친노 반문재인 정서'가 국민의당과 안철수 공동대표에 대한 지지로 전환되고 있다는 시각이다.
◇ 연원이 깊은 호남의 '반친노' 정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사진=박종민 기자)
호남의 '반친노 반문재인 정서'의 근원은 참여정부 성립까지 올라갈 정도로 그 역사가 길다.
참여정부 주류로 등장한 영남 진보세력에 의한 '호남 홀대론'이 호남 정서를 자극해 왔고, 그것이 누적되면서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한 정서적인 반감으로까지 커졌다는 설명이 그것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조원씨앤아이 김대진 대표는 호남의 국민의당 돌풍 원인에 대해 "호남 지역에서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한 반감이 여전히 남아 있다. 김종인 대표 체제가 들어섰지만 여전히 문 전 대표의 그림자가 느껴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반면 호남이 단순한 정서적 적대감 때문이 아니라 전략적 선택에 나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한 호남지역 국민의당 후보 캠프 관계자는 "호남에서는 문재인 전 대표로는 다음 대선에서 승리하기 어렵다는 정서가 아주 깊게 자리잡고 있는 것 같다. 결국 문 전 대표가 아닌 새로운 대안을 찾는 과정에서 국민의당과 안철수가 부각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더민주는 호남지역에서 압도적인 열세가 현실화되자 이를 만회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마땅한 전환점을 찾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다.
◇ 문재인 호남방문 두고 김종인·문재인 간 갈등총선을 이끌고 있는 김종인 비대위 대표는 지난 1일~2일 양일간 호남지역을 찾아 지지율 회복을 위한 유세전에 나서면서 "더민주는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며 '반문재인 정서' 누그러뜨리기에 전력을 쏟았다.
호남지역에서 지지율 반등이 여의치 않자 이번에는 문재인 전 대표의 호남유세를 놓고 김 대표와 문 전 대표간의 불협화음이 감지되기도 했다.
김 대표가 "문 전 대표의 지원유세를 원하는 후보가 있겠느냐"며 문 전 대표의 호남방문에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내자, 문 전 대표는 "제가 (호남)선거 운동 지원을 다니면 오히려 좋지 않다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본다"며 상반된 견해를 나타냈다.
호남에서 반감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더민주의 대선후보로 나설 계획을 갖고 있는 문 전 대표가 당의 텃밭인 호남지역을 외면하고 넘어갈 수 없다는 점에서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한창 선거운동 중에 이 문제가 전현직 대표간의 갈등 국면으로 비춰지자 더민주는 "양자 간의 갈등이 아니라 본격적인 조율이 시작될 것"이라며 해명에 나섰다.
더민주 이철희 선대위 상황실장은 4일 문 전 대표의 호남방문 문제와 관련해 "지금부터 각자 생각하는 바를 터놓고 이야기하며 조율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일방적으로 당 입장을 문 전 대표에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문 전 대표 입장을 그대로 받는 것도 아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