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 (사진=와이드앵글 제공)
"(박)세리 언니처럼 명예의 전당에 가입하는 것이 목표예요."
2008년 US여자오픈에서 당시 최연소인 19세의 나이로 정상에 오른 박인비(28, KB금융그룹)는 당차게 말했다. '우상'이었던 박세리(39, 하나금융그룹)의 뒤를 따라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겠다는 각오였다.
박인비는 이른바 '세리 키즈' 중 하나다. 1998년 US여자오픈에서 박세리의 맨발 투혼과 우승을 보고 골프를 시작했다.
당연히 박세리가 우상이었다.
박세리는 LPGA 투어에 한국을 알린 개척자다. 1998년 LPGA 챔피언십 우승으로 한국인 최초로 LPGA 투어 정상에 섰고, US여자오픈, 브리티시여자오픈도 가장 먼저 정복했다. 베어트로피 역시 한국인 최초 수상이었다. 2007년에는 아시아 최초로 명예의 전당에 가입했다.
박인비는 '우상' 박세리를 쫓아갔다. 닮은 꼴 행보였다. 박세리는 첫 우승을 메이저 대회인 LPGA 챔피언십에서 거뒀고, 박인비 역시 US여자오픈이 첫 우승이었다. 둘 모두 슬럼프를 극복했다는 공통점도 있다.
박인비는 박세리의 명예의 전당 가입 후 9년 만에 명예의 전당에 가입했다. 18번홀을 마친 뒤에는 박세리가 다가와 박인비를 안아줬다. '우상' 박세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순간이었다.
성적으로만 보면 박세리를 넘어섰다. 17승 중 메이저 우승만 7회다. 박세리의 메이저 우승은 5회. 또 박인비는 박세리가 해내지 못한 커리어 그랜드슬램과 올해의 선수상도 받았다. 박세리의 최다승 25승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아직 기회는 많다.
이런 둘이 하나의 목표를 위해 호흡을 맞출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