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2017 V-리그 남자부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KB손해보험의 지명을 받은 황택의는 성균관대 2학년 재학 중 프로의 문을 두드렸다.(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2016년 현재를 사는 학생 운동선수들이 ‘꿈’과 ’현실’ 사이에 고민에 빠졌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24일 서울 강남구 리베라호텔에서 2016~2017시즌 V-리그 남자부 신인드래프트를 열었다. 이날 드래프트에 참가한 37명 가운데 수련선수 5명을 포함한 21명이 7개 팀의 지명을 받아 57%의 취업률을 기록했다.
이번 드래프트의 가장 큰 특징은 어느 때보다 많은 얼리 드래프티의 참가다. 그동안 신인 드래프트에는 대학 졸업 예정자, 즉 4학년 선수의 참가가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이번 V-리그 남자부 신인 드래프트에는 대학 2, 3학년 선수들의 참가가 두드러졌다. 전체 37명의 참가 선수 가운데 10명이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선수들이다. 9명이 대학 2, 3학년이고, 1명은 고교졸업예정자다.
성균관대 2학년 세터 황택의가 전체 1순위로 KB손해보험의 유니폼을 입었고, 뒤이어 중부대 3학년 세터 하승우가 우리카드의 지명을 받았다. 한국전력과 트레이드로 3순위 지명권을 가진 대한항공은 경북사대부고 졸업예정인 레프트 허수봉을 영입했다. 대한항공은 4순위에서도 인하대 3학년 레프트 김성민을 뽑았다.
신인 드래프트의 상위 네 자리를 얼리 드래프티가 싹쓸이했다. 얼리 드래프티가 전체 1순위로 프로행에 성공한 것은 지난 시즌 나경복(우리카드)에 이어 두 번째다. 고교 졸업예정자가 1라운드에서 지명을 받은 것 역시 올 시즌이 최초다. 10명의 얼리 드래프티 가운데 7명이 프로 팀의 선택을 받았다.
2016~2017 V-리그 남자부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한 37명 가운데 대학교 2, 3학년 선수는 9명이나 됐다. 대학진학을 포기하고 곧바로 프로 무대를 선택한 선수도 1명이 있었다.(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 논란의 ‘김영란법’, 직업 선택의 자유를 막는다?
문제는 지난달 28일부터 도입된 부정청탁금지법, 일명 ‘김영란법’의 시행으로 졸업 예정인 4학년 선수가 아닌, 2, 3학년 선수가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해 프로팀의 지명을 받을 경우 이를 취업으로 인정할 것인가 여부다.
대학교수도 김영란법 대상자에 포함되는 만큼 자의로 2, 3학년 학생의 취업 인정을 할 수 없게 됐다. 그동안 2, 3학년 운동 선수가 프로에 입단할 경우 교수의 양해를 얻어 해당 수업의 학점을 인정받는 것이 관례였다. 하지만 김영란법의 시행과 함께 국민권익위원회는 조기취업생에 대한 관행적인 학점 부여가 김영란법에 위배된다는 해석을 내려 사실상 얼리 드래프티 제도가 사장될 위기다.
현재 V-리그는 이와 관련한 어떠한 결정도 내리지 않았다. 24일 신인 드래프트 현장에서 만난 KOVO 관계자는 “현재 (얼리 드래프티와 관련해) 논의된 내용은 없다. 향후 이해 당사자인 구단과 논의가 필요한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대학배구연맹 전무이사를 맡은 최천식 인하대 감독은 “이는 운동선수뿐 아니라 일반 학생도 포함되는 내용이라 현재 교육부에서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현재는 현실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부분이 없어 (얼리 드래프티를) 지명한 구단이 선수들의 수업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을 경우는 대량으로 학점이 미달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최 감독은 “올해는 드래프트 날짜가 정해져 어쩔 수 없지만 현 상태라면 내년부터는 2학기 학업 날짜의 70% 이상이 충족되는 11월 이후로 드래프트 날짜가 조정돼야 한다”면서 “시즌이 시작되는 10월과 11월, 시즌이 마무리되는 3월이 (얼리 드래프티 선수에게) 문제”라고 설명했다. 최천식 감독은 실제 졸업 전 프로의 선택을 받은 일부 선수의 경우 구단의 배려로 학업을 병행하는 사례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