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10연승 무패행진을 질주한 아산 우리은행 (사진 제공=WKBL)
부천 KEB하나은행의 이환우 감독대행은 30일 오후 경기도 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삼성생명 2016-2017 여자프로농구 홈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이날 오전에 열렸던 미국프로농구(NBA) 밀워키 벅스와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의 경기를 짧게 언급했다.
동부컨퍼런스 1위에 올라있고 5연승에 도전한 클리블랜드가 '그리스에서 온 괴물' 야니스 아데토쿤보의 맹활약에 밀려 밀워키에 완패를 당한 경기다.
이날 하나은행의 상대는 개막 무패행진을 달리고 있는 '디펜딩 챔피언' 아산 우리은행. 이환우 감독은 잃은 것이 없다는 각오로 한번 부딪혀보겠다는 각오였다.
하나은행은 지난 여름 '첼시 리 파문'의 직격탄을 맞았다. WKBL 연맹은 스스로 책임을 회피해 팬들의 비난을 샀지만 하나은행은 그럴 수 없었다. 외국선수 지명 순위가 후순위로 밀리는 등 불이익을 감수해야 했다.
또 김정은과 신지현, 김이슬 등 주축 선수들이 부상을 당해 100% 전력을 가동할 수도 없는 처지. 농구 관계자들은 하나은행을 최하위 후보로 꼽았다.
그러나 하나은행은 예상보다 단단했다. 개막 5연패를 당했지만 이후 3연승을 질주해 인천 신한은행(2승7패)을 최하위에 몰아넣고 5위에 올라있다.
이환우 감독대행은 박종천 전 감독이 물러나고 어수선한 상황에서 지휘봉을 잡았다. 선수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듣고 반영하는 소통과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훈련으로 하나은행을 비교적 빠른 시간에 정상궤도로 끌어올리고 있다.
하나은행은 이날 전반전까지 우리은행에 35-33으로 앞섰다.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의 호통이 전반전 내내 끊이질 않았다. 지역방어와 적극적인 도움수비를 통해 통해 우리은행의 주득점원 존쿠엘 존스를 꽁꽁 묶었고 공격에서는 쏜튼과 어천와가 분전한 가운데 강이슬이 팀의 중심을 잡았고 신예 김지영이 활력을 불어넣었다.
그러나 우리은행이 개막 무패행진을 달리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3쿼터 들어 우리은행의 공격 템포가 빨라졌다. 포인트가드 박혜진을 중심으로 간결하고 정확한 드리블과 패스로 상대 수비를 흔들었다. 최은실과 홍보람이 3쿼터에만 3점슛 3개를 합작했다. 외곽이 터지자 하나은행이 신경써야 할 코트 범위가 넓어졌다. 그러자 존스를 활용한 골밑 득점도 살아났다.
우리은행은 3쿼터 10분동안 하나은행을 25-10으로 압도해 58-45로 스코어를 뒤집었다. 우리은행이 순식간에 스코어를 뒤집고 점수를 벌려나가자 하나은행은 당황했다. 공격의 짜임새가 흐트러졌다. 쏜튼은 몇차례 다소 무리한 슛을 던지기도 했다.
결국 우리은행이 하나은행을 71-59로 누르고 개막 10연승 무패행진을 질주했다.
역대 세번째로 긴 개막 연승행진이다. 우리은행은 2014-2015시즌 개막 16연승을 질주해 이 부문 신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용인 삼성생명이 2003 여름리그에서 기록한 개막 15연승이 2위 기록이다.
존스는 팀내 가장 많은 18점을 올렸고 박혜진은 15점 9리바운드 3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임영희와 최은실이 각각 10점씩 보태 승리에 기여했다.
하나은행은 11점 5리바운드 4어시스트를 기록한 강이슬을 중심으로 우리은행과 맞섰지만 후반 뒷심 부족을 극복하지 못했다. 하나은행의 도전은 위협적이었지만 우리은행의 아성을 넘기에는 부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