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직접 경기에 나서는 모습은 볼 수 없지만 홍명보 감독은 선후배, 동료들과 함께 매년 개최한 자선축구대회를 무려 14년간 지속하며 축구를 통한 사랑 나눔에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윤창원기자
홍명보의 '사랑 나눔'이 올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 축구가 사상 첫 월드컵 4강 신화를 썼던 2002년. 당시 한국 축구대표팀의 핵심수비수였던 홍명보는 ‘현재’가 아닌 ‘미래’를 향해 눈을 돌렸다. 그는 당시 마련된 여러 재원을 모아 자신의 이름을 내건 장학재단을 설립했고, 이후 꾸준하게 후배들을 위한 활동을 이어왔다.
그 결과 지소연(첼시 레이디스)과 김민우(수원 삼성), 김진수(호펜하임), 이종호(울산 현대), 이재성(전북 현대), 이창근(제주 유나이티드) 등 총 355명이 홍명보장학재단의 장학금을 받아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했다.
홍명보 장학재단의 활동은 비단 장학금 지급에만 그치지 않는다. 2011년부터는 코리아 실드 프로젝트(KSP)라는 이름으로 한국 축구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수비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중장기 프로젝트로 중, 고등학교 축구선수에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2003년부터는 자선축구대회도 열어 지금까지 21억원이 넘는 수익금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썼다. 최근에는 대회 수익금을 소아암 어린이,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사용했다.
23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더케이호텔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재15회 홍명보장학재단 장학금 수여식’에 참석한 홍명보 이사장은 “장학생들에게 두 가지 소망이 있다”면서 “훌륭한 축구선수가 되어라, 그리고 성장해 남을 도울 위치가 됐을 때는 지금을 잊지 않고 다시 어려운 환경에 있는 이들을 돕는다면 충분히 만족한다”고 격려했다.
홍명보 감독의 모범에 후배들도 적극적으로 축구를 통한 사랑나눔에 동참하고 있다. 사진은 과거 열린 홍명보장학재단 자선축구대회에 참가한 국가대표 수비수 김영권과 홍정호, 김진수가 축구팬과 함께 댄스 세리머니를 하는 모습. 윤창원기자
◇ 후배, 그리고 제자들에 전해지는 ‘나눔’의 미학이날 행사에는 25명의 장학생을 격려하기 위한 특별한 손님도 찾았다. 국가대표 출신으로 최근 K리그에서 맹활약하는 이근호(강원)과 현역 국가대표 골키퍼 김승규(비셀 고베), 그리고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FC바르셀로나에서 세계적인 축구선수의 꿈을 키우는 이승우, 여자실업축구 WK리그의 간판 수비수 심서연(이천대교)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특히 이근호는 홍명보 감독의 뒤를 이을 ‘차세대 기부천사’가 되기에 충분한 자격을 갖췄다. 이미 그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기금을 마련해 다양한 축구 관련 단체에 기부를 실천했고, 유소년 축구대회의 개최를 추진하는 등 홍명보 이사장 못지않은 왕성한 사랑 나눔에 동참했다.
홍명보 이사장은 “지금까지 대회를 이어오며 두, 세 번의 어려움이 있었고, 포기하고 싶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선후배의 적극적인 참여가 나를 멈추지 못하게 했다”면서 “지금 가장 기분이 좋은 것은 후배가 사회공헌에 대한 아주 높은 의식을 갖게 됐다는 점”이라고 활짝 웃었다.
이어 “우리 사회가 건강해지기 위해서는 스포츠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땀의 의미를 알아야 한다”면서 “앞으로 더 많은 후배들이 사회를 위해 더 많은 활약을 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