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은 어떻게?' 지난 19일 개막해 26일 막을 내린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은 일부 미비점에 대한 지적에도 저비용 고효율 운영을 보였다는 평가다. 사진은 지난 19일 개막식 때 축하 공연 모습.(사진=삿포로 조직위원회)
26일 폐막식으로 8일 동안 열전을 마무리한 '2017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 지난 19일 막을 올린 이번 대회는 31개 국가가 빙상과 스키, 바이애슬론, 아이스하키, 컬링 등 5개 종목에서 금메달 64개를 놓고 경쟁을 펼쳤다.
한국은 역대 최고 성적을 내며 뿌듯하게 대회를 마감했다. 금메달 16개, 은메달 18개, 동메달 16개 등 목표했던 금 15개를 초과 달성했고, 2003년 아오모리 대회 이후 14년 만의 종합 2위도 탈환했다.
특히 동계아시안게임 사상 첫 금메달이라는 의미 있는 성과도 이뤘다. 최다빈(수리고)과 이상호(한체대)가 각각 피겨스케이팅, 스노보드 사상 첫 우승을 이뤄냈고, 남자 스키 크로스컨트리의 김마그너스도 조국에 종목 사상 첫 금메달을 안겼다.
여기에 삿포로 대회는 한국에 특별한 교훈을 남겼다. 내년 평창동계올림픽을 치르는 한국이 어떤 방향으로 대회를 치르고 향후 유산들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다. 성적뿐 아니라 대회 운영에 있어서도 의미가 있었던 대회인 셈이다.
▲45년 전 시설 그대로 "평창올림픽은 어떻게?"이번 대회는 대부분 지난 1972년 아시아 최초의 동계올림픽을 치렀던 시설을 이용했다. 아이스하키 주경기장인 쓰키사무 체육관을 비롯해 쇼트트랙, 피겨가 열린 마코마나이 실내링크 등 대회 12개 공식 경기장 중 7개가 45년 전 시설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낡긴 했지만 여전히 쓸 만한 경기장들이다. 쓰키사무 체육관과 마코마나이 실내링크 등은 현재도 각종 경기가 열리는 데다 생활 체육 공간으로도 쓰이고 있다.
다만 관중석이나 난방 시설 등 개선할 부분이 적잖아 삿포로 시는 오는 2026년 동계올림픽을 유치해 중앙 정부의 지원을 받아 신축 및 개보수를 노리고 있다. 이번 대회를 치른 것도 올림픽 유치를 위한 발판이라는 의견이다.
그런 만큼 대회 예산도 대폭 절감했다. 이번 대회 총 예산은 68억 엔(약 690억 원)이다. 내년 평창올림픽의 운영 예산 2조8000억 원의 40분의 1 수준이다. 고속도로와 철도 등 기간 시설 비용을 포함하면 평창올림픽 총 예산은 13조 원으로 뛴다.
'45년 전 그 경기장' 삿포로아시안게임 아이스하키가 열린 쓰키사무 체육관은 1972년 동계올림픽 당시 시설을 그대로 이용하고 있다. 협소하고 추운 관중석 등 낡았지만 여전히 활용도가 높다.(사진=삿포로 조직위원회)
물론 대회 규모가 차원이 다른 만큼 단순 비교는 어렵다. 동계올림픽은 참가국과 선수들이 아시안게임에 비해 3배 이상 많다. 그렇다고 해도 삿포로는 최대한 돈을 아껴서 대회를 치렀다는 평가다.
홋카이도 지역지 도신스포츠의 하토리 케이타 기자는 "68억 엔이면 정말 적은 액수"라면서 "그럼에도 이번 대회를 비교적 성공적으로 치렀다"고 호평했다. 이어 "평창올림픽은 대회 이후 강릉 아이스하키장, 스피드스케이팅장 등 사후 활용 방안에 대한 고민이 있다고 들었다"면서 "강릉은 인구가 20만뿐이고 서울과도 멀어 경기장들을 어떻게 이용할지 궁금하다"고 짚었다. 이어 "한국은 최근 정치 상황도 어수선한데 평창올림픽에 대한 걱정도 든다"고 덧붙였다.
대회 조직위원회 시마야 다카시 총무부 홍보마케팅 과장은 "내년 평창과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지속가능한 아시아 동계스포츠를 위해 저비용의 콤팩트한 대회를 목표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68억엔 중 10억 엔을 민간 기업 후원으로 충당했고, 나머지는 삿포로와 오비히로 시, 홋카이도현이 냈는데 관중 수익과 상품 판매 등으로 적자가 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짠돌이 대회' 비판에도 자원봉사자 헌신적물론 대회 운영의 미비한 점도 없지는 않았다. 너무 비용을 아끼려다 보니 운영상 느슨한 부분도 드러났다.
이번 대회는 개회식에 특별한 이벤트가 없어 국제대회가 아닌 국내대회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19일 개회식에는 앞서 열린 스노보드 대회전 시상식이 끼워넣기식으로 행사 순서에 들어갔다.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 이희범 위원장은 "개회식을 보니 다소 빈약하다는 느낌이 들었다"면서 "평창올림픽 때는 저비용 고감동의 행사를 열 것"이라고 밝혔다. 한혜진 삿포로 총영사는 "일본은 정말 불필요한 데는 비용을 조금이라도 아낀다"면서 "이번 대회에서도 최대한 아끼고 아껴서 치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다 보니 극우 성향의 책자를 비치해 논란이 된 선수단 숙소 문제까지 벌어졌다는 지적이다. 위안부 강제 동원과 난징 대학살을 부정하는 내용을 담은 책자가 놓인 아파(APA) 호텔을 공식 숙소로 정해 중국과 한국이 항의하자 뒤늦게 조직위는 다른 숙소를 마련했다. 그나마도 한국 선수단이 묵은 프린스호텔은 공간이 협소해 부피가 큰 짐은 복도에 내놓아야 했다.
'한국이 좋아요'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 자원봉사자들은 친철한 안내와 헌신적 응대로 빈약한 대회 지원에도 호평을 받았다. 사진은 이번 대회 한국어 통역을 맡은 대학생 사야 씨.(삿포로=노컷뉴스)
하지만 그밖에 경기 운영과 자원봉사자들의 친절한 안내 등은 호평을 받았다. 특히 청년부터 노년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자원봉사단은 빈약한 지원에도 헌신적인 응대로 대회 운영에 큰 힘을 보탰다는 평가다.
한국어 통역 지원에 나선 대학생 사야 씨는 "일본 남쪽 지방인 나가사키에서 비행기를 타고 왔는데 삿포로는 생전 처음"이라면서 "교통비(1일 1만 원 정도)와 도시락만 제공되지만 좋아서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한국어 통역 봉사자인 유키노 씨도 "대회에 부족한 점도 많지만 삿포로를 위해 일하고 있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김상항 한국 선수단장은 "삿포로아시안게임의 경기 운영과 자원봉사자 활동 등을 배워서 평창올림픽에도 접목시킨다면 성공적인 대회를 치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회 개막까지 꼭 347일을 남긴 평창올림픽에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이 준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