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의 이대호 (사진 제공=롯데 자이언츠)
롯데 자이언츠의 개막전 결과는 분명 아쉬웠다. 수비와 베이스러닝에서 적잖은 실수가 나왔다. 천적 NC 다이노스에게 맞대결 15연패를 당했다. 그렇지만 소득도 있었다. 나머지 9개 구단들에게 확실한 메시지를 던졌다. 롯데의 4번타자 이대호가 돌아왔다고.
이대호는 지난달 31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2017 KBO 리그 NC와의 개막전에서 4타수 3안타(1홈런) 2타점 1득점을 기록하며 활약했다.
KBO 리그 타격 7관왕, 재팬시리즈 MVP, 메이저리그 진출 등 국내외에서 화려한 경력을 쌓은 이대호는 풍부한 경험 덕분인지 NC의 새로운 외국인 투수 제프 맨쉽을 상대로도 낯을 가리지 않았다.
맨쉽은 개막전을 압도했다. 7회까지 2피안타 1실점으로 호투했다. 맨쉽에게 2안타 1타점을 뽑아낸 선수는 다름 아닌 이대호였다.
이대호의 앞뒤 타자들이 조금 더 분발했다면 경기 양상은 달라졌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개막전은 각 팀이 최상의 기량과 컨디션을 자랑하는 선발투수를 앞세우는 무대다.
올해 개막전 5경기 총 득점은 31점으로 예년보다 다소 줄었다. 타자의 침묵보다는 투수의 호투가 더 주목받아야 한다. 게다가 스트라이크존 확대의 영향으로 마산 경기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구심의 판정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타자의 모습이 자주 보였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이대호의 활약이 더 빛났다.
이대호는 4회초 득점권 기회에서 중전안타를 때려 롯데의 시즌 첫 점수를 뽑아냈다. 맨쉽이 던진 바깥쪽 직구를 받아쳤다. 맞는 순간 경쾌한 파열음이 마산구장에 울려퍼졌다. 그만큼 잘 맞은 타구였다.
이대호는 7회초에도 맨쉽을 상대로 안타를 쳤다. 2볼-2스트라이크 볼카운트에서 스트라이크존 위로 들어오는 공을 때려 중견수 앞으로 보냈다. 올해 KBO 리그 화두 중 하나는 넓어진 스트라이크존이다. 강속구는 아니었다. 그래도 이대호는 '하이볼(높은 공)'에 주저없이 방망이를 돌리며 적극적인 스윙을 선보였다.
9회초에는 임창민을 상대로 KBO 정규리그 2,017일만의 홈런을 쏘아올리기도 했다.
최근 몇년간 KBO 리그의 경향이었던 '타고투저'는 올해를 계기로 서서히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검증된, 그리고 꾸준한 타자의 가치는 올해 상대적으로 더 높아질 것이다. 이대호가 롯데 타선에 큰 힘이 될 것이라는 당연한 예상은 개막전을 통해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대호의 '우산 효과'도 주목할만 하다. 개막전에서 3번 타순에 배치된 손아섭이 1차 수혜자다. 이대호와의 승부가 두렵다면 손아섭과 정면 승부를 펼쳐야 한다. KBO 리그 통산 타율 0.323을 자랑하는 손아섭에게는 호재다.
조원우 롯데 감독은 그 이상의 '우산 효과'를 기대한다. 그는 개막전에서 외국인타자 번즈를 2번 타순에 기용하면서 "뒤에 손아섭과 이대호가 있기 때문에 웬만하면 정면 승부를 할 것이라 예상한다. 초반 몇경기에서 못 치면 부담을 느끼거나 위축될 수 있기 때문에 초반에 치고 나가면 자신감이 붙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상위 타순에 위치하는 전준우와 손아섭은 이미 검증된 타자다. 아직 베일을 벗지 않은 번즈가 꾸준히 베이스를 밟을 수 있다면 이대호 효과는 더 빛을 발할 수 있다. 롯데가 기대하는 번즈의 스피드는 개막전 4회초 이대호의 적시타 때 홈을 파고든 장면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마운드와 수비에서의 안정감 등 롯데가 개선해야 할 과제는 많지만 적어도 롯데가 꿈꾸는 공격야구는 이대호의 가세를 통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제 1경기가 끝났지만 그만큼 이대호의 복귀전 임팩트를 강렬했다.
또 마산구장은 개막전이 열린 5개 구장 가운데 유일하게 만원사례를 이룬 구장이었다. 이 역시 이대호 효과가 아닐까. 오는 4일 넥센 히어로즈와의 부산 사직 개막전에 얼마나 많은 관중이 몰릴지 벌써부터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