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야구장에서 열리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야구 조별예선 한국과 대만의 경기 전 대표팀이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이한형 기자)
선동열 감독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야구 대표팀의 목표를 금메달로 설정하고 최정예 멤버 발탁을 원칙으로 삼았다. 아마추어 선수를 뽑지 않고 프로야구 선수들로만 엔트리를 채웠고 이 과정에서 김응용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회장에게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다. 그런데 오지환과 박해민 등 어떻게든 올해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포함돼 금메달을 따고 병역 특례를 받겠다는 생각에 군 복무를 미뤘을 가능성이 높은 선수들이 포함되면서 최정예 선발 원칙에 대한 의구심이 생겼다.
야구 팬들은 납득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타 종목 선수는 야구를 직접 언급하며 '병역 혜택 밀어주기'라는 표현까지 썼다.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면 병역 혜택이 주어진다. 이는 각 종목의 미필 남자 선수들에게 엄청난 동기부여가 된다. 그들 대부분은 공정한 선발전을 통해 아시안게임 무대를 설 기회를 얻는다. 그들이 보기에 이번 대표팀의 선발 방식은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처럼 따가운 시선을 받으며 출범한 선동열호는 설상가상으로 첫 경기에서 대만에 1대2로 졌다. 주축 선수 대부분이 실업야구 선수인 대만에게 굴욕적인 패배를 당했다. 약체 홍콩을 상대로는 '9회'까지 경기를 했다. KBO 리그 최정예라는 자부심마저 무너졌다.
금메달이 과연 지금과 같은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한국 야구 대표팀이 2회 연속 아시안게임 우승할 기회는 아직 남아있다.
선동열호는 30일 오후 2시(한국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야구장에서 슈퍼라운드 첫 경기, 운명의 한일전을 펼친다.
일본 야구계가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 아시안게임의 한일전 앞에 '운명'이라는 수식어가 붙게 될 줄은 몰랐다.
한일전 패배는 그야말로 최악의 시나리오. 대만전 패배를 안고 슈퍼라운드에 진출한 한국은 일본에게 지면 중국전을 이겨도 의미가 없다. 2패를 기록하기 때문에 금메달결정전 진출이 어려워진다.
게다가 상대는 일본이다. 전통의 라이벌. 그런데 일본은 이번 대회에 프로선수를 1명도 파견하지 않았다. 엔트리 전원이 사회인야구 출신 선수들로 꾸려졌다. 객관적 전력만 놓고 보면 한국보다 한수 아래다. 하지만 이제 객관적 전력은 더 이상 믿을 수 없게 됐다.
대만전 패배 이유 중 하나는 타자들이 낯선 대만 투수 공략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전력분석에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질문에 선동열 감독은 "(전력분석은) 잘 됐다"라고 했다.
대표팀은 경기 일정이 없었던 29일 휴식을 취했다. 훈련을 하지 않는 대신 전력 분석 위주로 일본전을 대비했다. 대만전 결과를 교훈삼아 상대를 제대로 알고 경기에 들어가겠다는 것이다. 일본 대표팀에는 프로 선수가 없지만 탄탄한 기본기가 있다.
지금 대표팀에게 마지막 자존심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금메달을 획득하는 것이다. 대만전 패배가 과연 대표팀 선수들에게 어떤 자극을 줬는지 30일 한일전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팬들은 논란 속에서 태극마크를 단 일부 선수들이 어떤 식으로 경기에 기여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주목할 것이다. 여러 모로 많은 것이 걸려있는 한일전이다.
한국은 최원태와 임기영이 일본전 선발투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박병호를 중심으로 한 주축 타자들의 타격 감각 회복이 급선무다.
한편, 한국은 프로 선수들이 출전하기 시작한 1998년 이후 아시안게임에서 일본과 총 다섯 차례 맞붙어 4승1패를 기록했다. 승리한 4경기의 평균 점수차는 8.3점. 이번처럼 절박한 마음으로 맞붙은 적은 없었다.
가장 최근 맞대결은 지난 2006년 카타르 도하 대회에서 펼쳐졌다. 당시 한국은 사회인야구와 대학생으로 구성된 일본에 7대10으로 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