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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심한 듯 임종헌 前차장이 '시몬과 페로' 언급한 이유는?



법조

    작심한 듯 임종헌 前차장이 '시몬과 페로' 언급한 이유는?

    "검찰발 미세먼지에 매몰돼선 안돼"...무죄 주장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문건들, '브레인스토밍'용일 뿐"
    검찰의 피의사실공표 문제 지적하기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사진=박종민기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구속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첫 공판에서 무죄를 강력히 주장했다. 증거로 제시된 수많은 문건들은 단순히 내부 '브레인스토밍' 용도의 기록에 불과한데도, 검찰이 과도하게 피의사실을 공표하는 바람에 이미 범죄자로 낙인찍혔다며 피해를 호소했다.

    11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36부(윤종섭 부장판사)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임 전 차장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공판은 오전 10시에 시작됐지만 검찰 측이 공소사실을 열거하는 모두진술에만 1시간30분이 걸렸다.

    이날 임 전 차장은 푸른색 수의복을 입고 기소 이후 처음으로 재판정에 나왔다. 검찰 측 순서 이후 재판장은 변호인의 진술을 요청했지만 임 전 차장이 먼저 진술하겠다고 나서면서 미리 작성해온 200자 원고지 12페이지 분량의 글을 약 10분간 읽어내려갔다.

    임 전 차장은 "지난 8개월간 검찰의 전방위적인 수사로 현재 고초를 받고 있거나 마음의 상처를 받았을 동료 법관과 가족들에게 죄송하다"면서도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부가 검찰이 단정하듯이 재판관여를 일삼는 터무니없는 사법적폐로 치부돼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이 삼권분립과 재판독립을 침해한 사례로 적시한 문건들은 법원행정처 내부에서 중요한 현안과 관련해 이슈를 정리하기 위해 브레인스토밍 차원에서 검토한 것에 불과하다"며 "공사를 막론하고 어느 단체에서나 할 수 있는 일이고 일기장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해명했다.

    주요 혐의인 직권남용과 관련해서는 다른 행정권한 남용이 곧바로 형법상 직권남용죄로 연결되기 어려운 것처럼 사법행정권 역시 마찬가지라는 점을 강조했다. 공소사실 상당부분은 정당한 사법행정권 행사 범위 내에 있는 일이며 일부 이탈한 일이 있다고 해도 정치적 논쟁의 대상일 뿐이라는 것이다.

    특히 사법부와 정치권력의 유착 의혹에 대해 언급할 때는 들고 읽던 A4용지를 힘껏 쥐며 목소리에 힘들 싣기도 했다. 일선 재판부와는 달리 국회, 기재부, 검찰, 외교부 등 유관기관과 원만한 관계를 설정하고 상호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사법행정의 본래 역할이라는 취지다.

    임 전 차장은 "재판 독립은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가치지만 사법부도 유관기관과 단절하고 유아독존 할 수는 없다"며 "정치권력과 유착하는 것과 일정한 관계를 설정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며 검찰 주장은 결코 사실이 아닌 '가공의 프레임'"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러한 점을 설명하며 페테르 파울 루벤스의 '시몬과 페로(로마인의 자비)'라는 제목의 그림을 언급하기도 했다. 노인이 젊은 여성의 젖을 물고 있는 그림은 언뜻 보기엔 외설적이지만 역모죄로 몰려 굶어 죽어가는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딸이 몰래 젖을 먹인 것이라는 내용을 알고 보면 '성화(聖畵)'라는 것이다.

    '사법농단' 사건의 주요 혐의자와 공소사실을 언론에 공개했던 검찰에 대해서는 작심한 듯이 날선 비판을 이어갔다. 임 전 차장은 "그간 검찰이 피의사실을 공표하며 펼친 일방적인 여론전은 끝났다. 이 재판은 여론전의 항소심이 아니고 사실심 첫 재판"이라며 "재판부가 공소장에 켜켜이 쌓인 검찰발 미세먼지에 반사된 신기루 허상에 매몰되지 말고 충실히 심리해 달라"고 말했다.

    임 전 차장의 변호인인 이병세 변호사도 "검찰과 언론은 사법농단과 재판거래 등의 용어를 사용하며 부정적인 프레임을 설정해 사건의 진실을 덮고 있다"며 "이번 기소는 검찰 수사권 남용"이라고 비판했다.

    이외에도 이 변호사는 임 전 차장의 공소장에 직권남용죄의 피해자로 적시된 성창호·조의연 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와 신광렬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 수석부장판사가 최근 피고인으로 기소된 점 등에서도 검찰 공소 사실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월 재판부의 빠른 재판 진행에 반발하며 변호인단이 모두 사퇴하기도 했던 만큼 피고인 방어권 보호를 위해 공판기일을 조정해 달라는 점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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