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환영 전 KBS사장. (사진=윤성호 기자/자료사진)
자유한국당이 미디어 대응을 담당할 미디어특별위원회 위원장에 '세월호 보도통제' 폭로 속에 해임된 길환영 전 KBS 사장을 임명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전국언론노조(위원장 오정훈, 이하 언론노조)는 과거 언론장악에 대한 반성이 없다는 것을 방증하는 사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자유한국당이 지난 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미디어특별위원회 구성안을 의결한 가운데, 사실상 총선을 앞두고 '언론·미디어 길들이기'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언론노조는 3일 성명을 내고 "정당이 선거를 앞두고 대책을 세운다지만, 그 대책이란 것이 사실 '언론 길들이기'가 아닐까 걱정이다. 자유한국당은 잘하고 있는데, '좌파에 장악된 언론' 때문에 부정적인 보도만 강조된다는 황교안 대표의 '남 탓'이 유난히 눈에 띄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 2014년 박근혜 대통령 시절 청와대의 지시를 받아 KBS 뉴스와 인사에 개입했다는 폭로로 인해 해임된 길환영 전 KBS 사장을 미디어특위 공동위원장에 임명한 데 대한 비판이 거세다.
지난 2014년 5월 9일과 16일 KBS 보도 책임자 중 한 사람인 김시곤 전 보도국장은 세월호 침몰 사태 보도, 국가정보원과 관련한 보도에 청와대의 개입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청와대는 KBS에 해경을 비난하지 말 것이며, 한참 구조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니 해경에 대한 비판을 나중에 하더라도 자제해달라고 부탁했고, 길환영 사장이 이를 받아들여 KBS 뉴스에 개입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폭로로 KBS 첫 내부 승진 사장이라는 수식어를 달았던 길환영 당시 사장은 청와대와 KBS 유착의 연결고리라는 불명예를 안고 해임됐다.
언론노조는 "KBS에서 콘텐츠국장과 부사장직을 거치며 정권 찬양과 독재 미화로 얼룩진 방송을 수차례 제작한 그는, 애시 당초 공영방송사 사장직에 앉아서는 안 되는 인물이었다"라며 "길환영에게 자유한국당이 미디어 대응을 담당할 특위 위원장을 맡긴 것은 과거 언론장악에 대해 한 치의 반성도 없다는 것을 방증한다"라고 비판했다.
길환영 전 KBS 사장과 박성중 의원이 공동위원장을 맡은 미디어특위에는 추경호·최교일·민경욱 의원을 비롯해 이순임 전 MBC 공정방송노조위원장, 조희수 전 SBS 아나운서, 최대현 전 MBC 아나운서, 정인철 전 매일경제 기자, 최호정 전 서울시의원 등이 참여한다. 미디어특위 산하에 별도의 법률자문단도 마련했다.
(사진=김세준 기자/자료사진)
언론노조는 미디어특위에 이름을 올린 인물들에 대해 "극우세력과 손잡고 MBC의 공정성과 민주노조 파괴에 앞장선 인사가 버젓이 이름을 올렸고, 국민의 언론적폐 청산-언론 정상화 요구에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던 전직 언론인, 학자, 정치인들이 대거 합류했다"라며 특위 위원 면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출범 이후 미디어특위는 한국당 여성당원들의 엉덩이춤 논란을 보도한 한겨레를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또한 강원도 고성산불 당시 문재인 대통령 일정에 대해 근거 없는 의혹 제기로 고발당했던 이들을 보도한 서울신문과 강원도민일보에 대해서도 정정보도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노조는 "해당 기사들은 공공의 알 권리를 위한 보도로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것을 특위도 충분히 알 것이다.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기 위한 '전략적 봉쇄소송'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언론노조는 "자유한국당은 자신들의 몰락 이유를 다른 곳에서 찾으면 안 된다. 민주주의의 덕목인 '이해'와 '설득', 또 '반성'과 '성찰'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그런데도 자유한국당이 이런 노력 없이 오로지 언론을 겁박해 시민들의 눈과 귀를 멀게 하려고 한다. 이 같은 자유한국당의 시대착오적인 행태를 결단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