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노동당 원로인 토니 블레어 전 총리가 노동당이 조기 총선이라는 '덫'에 걸리지 않을 것을 당부했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그러나 나라의 미래를 국민에 맡겨야 한다며 조기 총선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2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공영 BBC 방송에 따르면 블레어 전 총리는 이날 연설을 통해 조기 총선과 관련해 생각을 밝혔다.
블레어 전 총리는 브렉시트(Brexit)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 열리는 조기 총선은 노동당에는 '덫'(trap)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노 딜'(no deal) 브렉시트 그 자체는 실패할 수 있다는 것을 보리스 존슨도 안다. 그러나 존슨이 이를 총선에서의 코빈 문제와 엮는다면 성공할 수도 있다. '노 딜'에 반대하는 이들 중 일부는 코빈이 정권을 잡는 것을 더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코빈 대표의 지지율을 보면 노동당이 총선에서 이기지 못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따라서 정부가 새로운 총선을 시도한다면 노동당은 이에 반대표를 던져야 하며, 대신 브렉시트 제2 국민투표를 통해 국민의 뜻을 묻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브렉시트에는 '하드 브렉시트'(hard Brexit)와 '소프트 브렉시트'(soft Brexit), '노 딜 브렉시트'(no deal Brexit) 등 세 가지 다른 종류가 있으며, 각각 크게 다른 영향을 가져오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브렉시트는 단순히 EU나 교역에 관한 것이 아니라 가치와 정체성, 문화, 세대에 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블레어 전 총리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코빈 노동당 대표는 조기 총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계속 유지했다.
코빈 대표는 이날 잉글랜드 북부 솔포드에서 행한 연설에서 "정부가 의회에서 과반을 확보하지 못했을 때 해결책은 민주주의를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다. 국민이 선택하도록 총선을 요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선출되지 않은 총리가 아니라 국민들이어야 한다"면서 "총선은 두 개의 매우 다른 방향에 관한 선택권을 국민에게 줄 것"이라고 밝혔다.
코빈 대표는 노동당이 '노 딜'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공영 BBC 방송은 하원의원들이 이번 주 의회에서 '노 딜' 브렉시트를 가로막으려고 시도한다면 존슨 총리가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은 지난 2017년 총선을 실시한 만큼 원래대로라면 2022년에 새 총선이 예정돼 있다.
BBC는 이같은 결정이 빠르면 오는 4일 내려질 수도 있다고 전했다.
영국 '고정임기 의회법'(Fixed-term Parliaments Act 2011)에 따르면 조기 총선은 두 가지 조건 중 하나를 충족시켜야 한다.
우선 하원 전체 의석(650석)의 3분의 2 이상의 의원이 존슨 총리가 내놓은 조기 총선 동의안에 찬성하는 경우가 있다.
제1야당인 노동당이 내놓은 정부 불신임안이 하원을 통과하고, 다시 14일 이내에 새로운 정부에 대한 신임안이 하원에서 의결되지 못하는 경우에도 조기 총선이 열리게 된다.
조기 총선 개최가 확정되면 존슨 총리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게 총선일을 권고하게 된다.
BBC는 만약 오는 6일 의회가 해산된다면 산술적으로는 빠르면 오는 10월 11일 총선이 열릴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통상 선거가 목요일에 열리는 점을 감안하면 그 다음주 목요일인 17일에 열릴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존슨 총리가 10월 31일 브렉시트를 우선 단행한 뒤 11월 초에 총선을 여는 방안을 추진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의회가 '노 딜' 브렉시트를 가로막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