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이라는, 높았다 (사진=대한민국농구협회 제공)
완패였다. 나이지리아의 벽은 정말 높았다.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이 2019 국제농구연맹(FIBA) 중국 농구 월드컵 조별리그 B조 경기를 3전 전패로 마무리했다.
김상식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4일 오후 중국 우한에서 열린 대회 B조 3차전에서 아프리카의 다크호스 나이지리아에 66대108로 크게 졌다.
한국이 이번 조별리그에서 당한 최다 점수차 패배다. 한국은 아르헨티나에 26점차(69대95)로 졌고 러시아에게는 14점차(73대87)로 패했다.
한국의 FIBA 랭킹은 32위. 나이지리아는 33위다. 농구계에서는 나이지리아가 그나마 해볼만한 상대 아니냐는 기대가 있었지만 현실은 달랐다.
나이지리아는 유럽보다는 투박해도 높이는 그에 밀리지 않고 운동능력은 더 뛰어나다. 아프리카 농구 고유의 특징에 미국프로농구(NBA) 선수들의 재능이 더해진 나이지리아는 한국 대표팀에게 너무나 큰 벽이었다.
한국의 야투 성공률은 34%에 그쳤다. 3점슛 성공률은 34%. 하지만 추격 과정에서 중요한 오픈 3점슛 시도는 번번이 빗나갔다. 리바운드 싸움에서는 37대55로 크게 밀렸다.
양팀의 가장 큰 차이는 페인트존 득점 능력이었다. 나이지리아는 높이의 우위를 앞세워 페인트존 안에서 무려 50득점 퍼부었다.
반면, 한국은 18득점에 그쳤다. 김선형과 이대성, 박찬희 등 가드진이 골밑으로 파고들어도 나이지리아의 높이에 밀려 힘을 쓰지 못했다. 연계 플레이도 여의치 않았다.
한국의 빅맨 라건아는 18점 11리바운드를, 이승현은 12점 6리바운드를 각각 보태며 분전했다.
하지만 그들의 득점 대부분은 페인트존 밖에서 나왔다. 가장 확률높은 구간에서 마음껏 슛을 던지지 못하다 보니 경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지난 3일 밤 서울 SK 소속의 정재홍이 갑작스런 심정지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대표팀 선수들에게도 영향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솥밥을 먹었던 김선형과 최준용은 큰 충격을 받은 상태로 이날 경기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이날 유니폼 어깨 부근에 추모의 뜻을 담은 검은 테이프를 붙이고 경기에 나섰다.
나이지리아에서는 4명이 두자릿수 점수를 올렸다. 26분을 소화한 이케 이로에그부와 21분을 뛴 이케 디오구를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은 최소 10분 이상, 20분 미만의 출전시간을 보였다. 나이지리아에게 이 경기가 얼마나 여유있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국은 1쿼터까지 15대17로 선전했다. 2쿼터 초반에는 21대20으로 앞서가며 박빙의 승부를 펼쳤다.
압도적인 리바운드 타점과 블록슛 등 탄력의 차원이 다른 나이지리아의 높이는 위력적이었다. 한국은 유기적인 움직임과 수비 집중력으로 대등하게 맞섰다. 공격에서는 라건아가 힘을 냈다.
그러나 한국은 한순간에 무너졌다.
한국은 스코어 21대20 상황에서 나이지리아에 연속 14득점을 허용했다. 이케 디오구와 조시 오코기, 알-파룩 아미누 등 미국프로농구(NBA) 출신 선수들의 득점 행진을 막지 못했다.
2쿼터 막판에는 211cm의 장신 센터 마이클 에릭이 공수에서 골밑을 지배하면서 점수차가 더 벌어졌다. 한국은 31대49로 크게 밀린 가운데 2쿼터를 마쳤다.
한국은 갑자기 떨어진 에너지 레벨을 되살리지 못했다. 오픈슛 기회는 계속 불발됐고 수비 집중력은 점점 떨어졌다. 나이지리아는 높이와 스피드, 운동능력의 우위를 앞세워 끊임없이 공세를 펼쳤다.
이미 3쿼터 초반에 사실상 승패가 기울었다. 한국은 라건아와 이승현, 김종규를 동시에 투입해 지역방어를 활용, 변수를 만들어보려고 애썼지만 그마저도 통하지 않았다.
전반 내내 잘 싸우다가 3쿼터 들어 갑자기 무너졌던 지난 러시아전과 마찬가지로 한국은 이번에도 순간의 위기를 이겨내지 못했다. 이후 집중력이 크게 무너지는 패턴을 반복했다.
흐름을 끊어줄만한 확실한 해결사의 부재가 아쉬웠다. 내외곽에서의 몸싸움도 약했다. 전반적으로 에너지가 떨어진 이후부터는 라건아를 비롯한 대표팀 빅맨들이 외곽까지 깊게 나와 수비하기를 주저하다가 슛을 얻어맞는 장면도 여러차례 나왔다.
대표팀은 자유투 11개 중 6개를 놓쳤다. 초반 기싸움 과정에서 놓친 자유투가 특히 뼈아팠다.
컨디션이 떨어져 있는 김종규는 이전 2경기 총 출전시간(12분)보다도 많은 13분을 뛰었지만 야투 7개 중 1개 성공에 그치며 2득점에 머물렀고 반칙 4개, 실책 3개를 범했다. 백코트를 책임지는 김선형과 이대성은 총 8득점 합작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