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가드 김시래(사진 왼쪽)에게 작전 지시를 하고 있는 창원 LG 현주엽 감독 (사진=KBL 제공)
"높이가 낮아진만큼 더 스피드 있는 경기를 해야 한다"
현주엽 창원 LG 감독이 2019-2020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남긴 말이다.
국가대표 센터 김종규(원주 DB)가 자유계약선수(FA) 자격으로 이적한 LG는 정상급 포인트가드 김시래를 중심으로 빠른 공격 전환을 주무기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뜻대로 풀리지 않고 있다.
팀별 경기당 평균 공격 횟수를 의미하는 페이스(pace) 순위에서 LG는 69.6을 기록해 10개 구단 중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10개 구단 평균 수치는 72.6이다. 올시즌 페이스가 가장 빠른 팀은 공교롭게도 김종규를 영입한 원주 DB로 76.2를 기록 중이다.
LG의 평균 속공득점은 4.8점으로 10개 구단 중 가장 낮고 리그 평균(9.1점)보다 절반 가까이 적다.
상대 실책으로 얻은 공격 기회에서 올린 평균 득점에서도 6.1점으로 10개 구단 중 최하위다. 실책은 상대팀에게 쉬운 득점 기회를 줄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다. 그러나 LG는 이같은 기회를 잘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올시즌 2승7패에 머물러 있는 LG의 초반 득점력은 KBL 역대 팀들과 비교해도 최하 수준이다.
100번의 공격을 한다고 가정했을 때의 득점 기대치를 뜻하는 ORtg(Offensive Rating) 부문에서 LG는 96.72에 그치고 있다.
공격권 1회당 기대 득점이 0.967점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역대 이 부문 최저 기록을 남긴 팀은 2012-2013시즌 최하위(13승41패)에 머물렀던 전주 KCC다. 올시즌 이전까지 유일하게 1점대 미만인 0.987점의 기대 득점에 그쳤던 팀이다.
당시 KCC는 추승균의 은퇴, 전태풍의 이적, 주축 선수의 군 복무 등 전력 누수가 컸다. 또 2012-2013시즌은 김종규, 김민구, 두경민 등 특급 신인으로 평가받았던 경희대 3인방이 신인드래프트에 참가하기 직전 시즌이기도 했다.
정규리그가 아직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 LG의 기대 득점 수치는 앞으로 향상될 여지가 분명히 있다. 그러나 시즌 초반 득점력이 매우 저조했다는 사실은 충분히 확인이 가능하다.
외국인선수 캐디 라렌이 평균 23.6득점, 12.7리바운드, 야투율 50.0%로 분전하고 있지만 그를 뒷받침할만한 선수가 부족하다.
평균 10.8득점, 6.1어시스트를 기록 중인 김시래는 경기 내내 활발히 움직이며 팀 공격을 조율하고 있지만 야투율이 많이 떨어진다. 올시즌 27.1%에 그치고 있다. 상대가 김시래를 집중 마크해왔기 때문이다.
수비를 분산시킬 조력자가 부족했다. 두 선수를 제외하면 평균 10점 이상을 기록하고 있는 선수가 없다. 특히 이름값이 높은 조성민과 강병현의 침묵이 뼈아프다.
무엇보다 기대를 모았던 외국인선수 버논 맥클린의 부진이 컸다.
맥클린은 지난 2017-2018시즌 고양 오리온에서 평균 23.3득점, 15.0리바운드, 3.7어시스트, 야투율 63.7%를 올렸던 선수다. 골밑 득점력 뿐만 아니라 외곽에서 움직이는 슈터, 컷인을 시도하는 동료를 활용하는 능력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맥클린은 올시즌 평균 12분 남짓 출전에 그치며 경기당 4.3득점, 6.1리바운드, 야투율 41.9%에 머물렀다. 맥클린이 득점 생산에 전혀 기여하지 못하면서 외국인선수가 1명씩 출전하는 올시즌 LG의 40분 전체 경쟁력에 악영향을 끼쳤다.
LG는 변화를 선택했다. 미국프로농구(NBA) 경력이 있는 마이크 해리스가 다음 경기부터 맥클린의 빈 자리를 대신한다.
1983년생으로 다소 나이가 많지만 NBA 하부리그와 유럽, 중국, 필리핀, 푸에르토리코 등 다양한 무대에서 경험을 쌓은 베테랑이다. 신장 198cm의 포워드로 득점력이 좋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