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제공/자료사진)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과 관련된 검찰 수사가 한창인 가운데서도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소폭 올랐거나 최소한 보합세를 유지하면서 그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검찰은 지난달 말 하명 수사 의혹을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첩한 뒤 청와대와 국무총리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청와대는 관련 의혹에 대한 보도를 조목조목 반박하며 적극 대응에 나서고 있다.
청와대가 검찰의 수사 내용을 직접적으로 반박하는 모양새까지 취하면서 청-검 간 '진실게임'을 벌이는 이례적인 상황까지 연출되고 있다.그럼에도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지난 3주 연속으로 소폭 상승하면서 변함이 없는 모습이다.
19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실시한 12월 3주차 주 중집계에서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전주 대비 1.4% 내려 47.9%를 기록했지만, 오차범위 내 변화로 최소한 보합세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3주간의 소폭 상승도 오차범위 내 변화라고 쳐도, 최소한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이 국정 지지도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검찰이 청와대를 압수수색하고, 정권에 대해 날을 세우며 수사를 하고 있는 모습과는 자연스럽게 연결되지 않는 지지율 추세다.
이는 정권에 대한 검찰의 수사 이후 지지율을 떨어지는 일반적인 경우와도 다른 양상이다. 가장 최근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수사 국면만 봐도 그렇다.
당시 검찰이 조 장관에 대한 수사를 시작한 뒤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하락하기 시작한 것과는 대비된다. 지난 8월 말 검찰은 조 전 장관의 자녀 문제와 관련해 전격 수사에 착수했고, 비슷한 시기 문 대통령의 지지율도 하락세에 들어섰다.
지난 8월 22일 발표된 리얼미터의 8월 3주차 주중 집계에서 문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2.7%p 하락해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지르기 시작했다. 이후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조 전 장관의 사퇴 전까지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하지만 이번 '하명수사' 논란의 경우는 다른 양상을 띄고 있다.
그 이유에 대해 정치권과 전문가들은 크게 세 가지 이유를 든다.
첫 째는 정권에 대한 검찰 수사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사건에 성격이 판이하게 다르다는 점이다.
조 전 장관 사건의 경우, 자녀 입시 비리 의혹이 터지면서 국민 피부에 와닿는 이슈였다는 점이 가장 다르다. 당시 몇몇 대학에서 촛불시위가 일 정도로 공정성의 가치를 훼손 시켰다는 강한 여론의 반응이 이었다. 이는 공정성을 시대 화두로 던진 문 정부에서 일어난 일이었다는 점에서 여론의 파장이 컸다.
또 조 전 장관 각종 의혹에 대해 스스로도 '검찰 수사에서 밝혀져야 할 부분'이라면서 제대로된 반박을 하지 못했고, 이에 따라 조 전 장관은 야당의 '위선적'이라는 프레임에 갇힐 수밖에 없었다.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의 경우 일반 국민들의 생활과는 거리가 먼 정치 사건이다.
청와대와 경찰의 하명수사로 지난해 울산시장에 낙선하는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김기현 전 울산시장이 15일 오후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에 참고인 조사를 받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지난 지방선거에서 청와대가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비리 의혹에 대해 하명 수사를 지시하는 방식으로 선거개입을 했다는 의혹은 정치권에게만 중요한 이슈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게다가 김 전 시장의 친인척과 관련된 비리 의혹도 있었다는 점, 여야 정치인들의 논박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사건의 실체를 분명히 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여당 한 중진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하명수사 의혹에 대해)국민들이 정부 도덕성과 직결되지 않다고 보는 것 같다"며 "금품이 관련된 최측근 비리도 아니고, 관련자가 많고, 사건 개요도 복잡하다보니 여론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두 번째는 해당 사건이 검찰과 경찰 간 갈등으로 비쳐지고 있다는 점이다. 즉, 검찰 개혁을 앞둔 시점에서 검찰 수사의 순수성도 의심 받고 있다는 점도 다른 양상을 낳았다는 분석이다.
울산지방경찰청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김 전 시장 측근 수사와 고래고기을 지휘했던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은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전 시장 측근 수사는 경찰이 무리한 수사를 한 것인지 검찰이 불순한 의도로 무리한 불기소 결정을 한 것인 지 따져봐야 한다"며 "울산경찰은 고래고기 사건에 대한 보복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적었다.
청와대가 하명수사를 했다는 의혹을 받은 김 전 시장 측근 비리 사건에 대해 경찰과 검찰이 전혀 다른 판단을 내린 이유가 청와대의 하명이 아닌 검.경 갈등 때문이라고 본 것이다.
여권 일각에서는 검.경 수사권 조정 국면에서 검찰이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하명 수사' 의혹을 키우고 있는 것 아니냐 비판까지 나오기도 했다.
세 번째 이유로 야당에 대한 불신이 크고, 정치권의 정쟁이 극에 달했다는 환경적 요인을 꼽기도 한다. 정권 차원의 의혹에 대해 가장 날카롭게 파고 들어야 할 야당에 대한 신뢰가 점점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실제로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정당지지도는 리얼미터 기준 지난 2주간 내림세를 이어갔다. 문 대통령 국정 지지도의 상승세와는 정반대였던 셈이다. 특히, 정권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오히려 야당의 지지도가 떨어졌다는 점은 이례적이다.
또 지난 3주간 4+1협의체(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대안신당)과 한국당의 정쟁이 극에 달했다는 점도 문 대통령에게 반사이익을 안긴 요소다.
12월 문재인 대통령 지지도 여론조사 (자료=리얼미터)
여야가 극한 정쟁을 벌이면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이미지인 문 대통령 국정지지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11월 말 한-아세안 정상회담을 마무리하는 등 외교 행사를 이어가고 있다. 오는 23일 중국을 방문해서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한 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와도 회담을 할 예정이다.
명지대 김형준 교수는 "입법부에 대해 국민들이 기본적으로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다"며 "특히 최근 극단적으로 여야가 대립하다보니 정치 불신이 심화됐고, 이에 비해 대통령은 열심히 일한 것 같은 생각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앞으로도 계속 보합세를 유지될 지 전망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경제 문제 특히, 부동산 대책에 대한 비판론이 제기되면서 국정 지지도의 하락세가 시작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 교수는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상승세인 것 같지만,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 폭탄 같은 것"이라며 "특히 최근 부동산 문제가 불거지면서 핵심 지지층도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