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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졸속외교 당사자들이 할 얘기는 아니죠



뒤끝작렬

    [뒤끝작렬]졸속외교 당사자들이 할 얘기는 아니죠

    윤 장관, 미·중 패권다툼을 "러브콜" 자찬…위안부 합의 주역
    천 수석, 한일협상 회고하며 윤미향 비판…MB 독도行 당사자
    개인적 인상에 근거한 일방적 주장…대일 외교협상력 저해 우려
    정대협 회계부정 의혹과 한일관계 실패는 별개…마녀사냥식 책임 지우기

    윤병세 외교장관(오른쪽)과 일본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이 지난 2015년 12월 28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에서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일본군 위안부 협상 최종 타결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박근혜 정부의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자화자찬이 심한 편이었다.

    2015년 재외공관장 회의에선 "우리의 전략적 가치를 통해 미·중 양측으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상황은 결코 골칫거리나 딜레마가 아니고, 축복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과 마찬가지로 미·중 패권다툼에 선택을 강요당하는 처지를 오히려 '축복'으로 승화한 정신 승리였다.

    최악의 외교 참사로 비판받는 12.28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그때까지 일본이 제시한 안 가운데 가장 전향적이라 할 수 있는 사사에안(사사에 겐이치로 외무차관이 제시한 협상안)보다도 진일보하다고 자평하며 '난제 중의 난제'를 풀었다고 했다.

    사사에안은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의 최근 정대협 비판 발언과 연결고리가 된다.

    천 전 수석은 16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사사에안이 좌초한 경위를 설명하며 당시 정대협 대표였던 윤미향 국회의원 당선인을 비판했다.

    그는 "위안부 문제가 (사사에안으로) 이렇게라도 해결되면 정대협이 좋아할 줄 알았는데 윤미향 대표의 얼굴에 곤혹스러운 표정이 가득했다"며 "제가 너무 순진했던 것"이라고 회고했다.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당선인.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이어 "그 때까지만 해도 정대협이 순수한 마음으로 위안부 이익을 대변하는 줄 알고 있었는 데 윤미향 대표의 표정을 보고서야 정대협과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해관계가 다를 수 있구나하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한일 간 합의가 깨진 원인이 윤 당선인이나 정대협 등에 있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위안부 합의의 난맥상이 윤 당선인 등과도 깊게 얽혀있다는 인상을 심어주기에는 충분했다.

    그는 24일자 일본 신문과의 인터뷰에서도 정대협을 "위안부를 위해서라기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단체"라며 비판을 되풀이했다.

    그런데 천 전 수석의 주장 역시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인상에 불과하다.

    스스로 밝혔듯 본인이 "너무 순진"했는지는 몰라도 윤 당선인이 정말 곤혹스러웠는지, 만약 실제로 그랬다면 진짜 이유는 무엇이었는지 등은 객관적으로 알 길이 없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비' 동상 제막식에서 이용수 할머니가 제막된 동상을 얼싸안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윤 당선인의 당시 '표정' 하나로 정대협과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해관계가 다를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은 또 얼마나 믿을 만 한가?

    문제는 진중해야 할 전직 고위 외교당국자의 일방적이고 무책임하기까지 한 주장이 위안부 문제 해결에 더 큰 혼선을 초래한다는 점이다.

    곤궁한 처지의 윤 당선인이야 명예훼손 소송을 걸 계제는 아니겠지만, 개인 차원을 넘어 대일 외교협상력을 갉아먹는 행태다.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회계 부정 의혹 등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지난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위안부 피해자 쉼터 '평화의 우리집' 압수수색을 마치고 압수물을 차량으로 옮기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윤 당선인의 회계부정 의혹과 그릇된 운영 방식이 사실로 밝혀진다고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단체 내부의 문제이고 위안부 합의 결과와는 별개다. 이참에 정치적 책임까지 뒤집어씌우려는 '마녀 사냥' 시도가 있다면 즉각 중단돼야 한다.

    천 전 수석이 인정했듯 사사에 안이 불발된 것은 윤 당선인이 아니라 당시 양국 정권의 특수한 사정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2012년 한국에 유화적인 노다 요시히코 일본 민주당 정권과 위안부 협상을 벌여 상당한 진전을 보았지만 갑자기 그해 8월 대통령의 독도 방문으로 양국관계가 극도로 경색됐다.

    이 대통령은 그해 10월 이동관 특임대사를 일본에 보내 협상을 재개했지만 이번에는 노다 정권이 붕괴하면서 자동 무산됐다. 노다 총리의 후임은 아베 신조 총리로 이후 양국관계는 모두가 익히 아는 바와 같다.

    따지고 보면 천 전 수석은 윤 당선인에 대한 인상 비평 이전에, 한일관계가 악화된 결정적 계기인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 대해 겸허한 평가를 내놓는 게 맞는 순서일 것 같다.

    ※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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